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봉 Mar 28. 2024

파크골프 시련의 계절

너는 아느냐! 파크골퍼에게 시련의 계절이 있음을

파크골프 시련의 계절


파크골프를 접한 지도 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즈음, 파크골퍼들에게 시련의 계절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2023년 5월 처음으로 파크골프를 접한 3번 정도 '와 파크골프 못 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는데 이야기를 번 해보겠다.



첫 번째 시련 : 무더위


첫 번째 시련은 무더웠던 2023년 6월 말 강원도 화천에서의 기억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는 매년 1차례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시험을 본다. 동계, 하계 합쳐서 약 65개 되는 종목 중 파크골프도 당당히 시험종목에 편입되어 있다.

파크골프를 시작하고 처음 마음먹었던 것이 이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었다.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1개월 정도 레슨을 받고, 필기시험을 치렀으며, 이후에는 실기 시험이 시행되는 강원도 화천까지 약 450km를 차로 달려 이동하였다.


내가 도착한 것은 실시 시험이 치러지기 3일 전으로 미리 연습 라운딩을 통해 코스를 익혀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도착하는 순간 너무나도 많은 인파에 대기는 한없이 길어졌다.

18홀 한 번 라운딩을 하는데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라운딩을 종료하고 다음 라운딩을 하기 위해서는 4시간 정도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이 많았다.

게다가,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거나 온라인 예약으로 시간에 맞춰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대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자리를 뜨지 못하고 땡볕에 4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6월 말이지만 강원도 화천이라 시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날의 햇볕은 너무나 뜨거웠고,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 보니 실제 라운딩을 하는 때에는 집중이 되지 않아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인지하기도 어려웠다.

연습이고 뭐고 빨리 라운딩이 끝나는 것만 바라고 있었다.

공에 이물질을 닦기 위해 준비해 간 수건은 땀으로 흥건했고, 예비공을 넣고 다니는 파우치는 벗어던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뭐 하려고 이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고, 다시는 이런 무더위에 파크골프를 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고 했던가. 그 기억은 어느새 잊히고 나는 또다시 2024년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시험을 응시했다.



두 번째 시련 : 첫추위


파크골프를 즐기기 가장 좋은 때를 꼽으라면 나는 10월을 꼽는다. 그 이유는 비교적 해도 일찍 뜨고, 날도 따뜻하기 때문에 더없이 파크골프를 즐기기 좋은 때이기 때문이다.

이때 날씨가 좋아서인지 많은 파크골퍼들은 파크골프장 인근에서 돗자리를 펴고 간식과 식사를 하고, 라운딩 중에도 '하하 호호' 즐거운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11월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초 겨울 추위'라고 뉴스에서 이야기를 했다면 가급적 라운딩을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뉴스에서 초 겨울 추위가 예상되는 날이라고 했지만, 평소의 루틴대로 파크골프장을 방문하였다. 평소보다 사람이 적어 중간 대기도 없고 빠르게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손과 발은 얼어붙어갔다. 시린 손은 자꾸 주머니로 향했고, 시린 발은 계속 동동 구르게 되었다. 파크골프는 다른 운동에 비해 운동 강도가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라운딩을 해도 추위를 이길 수는 없었다.


약 3시간 정도의 라운딩이 끝나고 추워서 벌겋게 부어오른 내 손을 보고, '다시는 겨울에 파크골프 안 친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망각을 한 것인지, 조금만 날씨가 풀려도 파크골프장으로 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실제 파크골프장을 가보면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중하순은 라운딩을 하는 사람의 숫자가 확 줄었다가, 오히려 날씨가 더 추운 12월 말, 1월 초에는 다시 사람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세 번째 시련 : 잔디 양생


파크골프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파크골프를 치기 가장 좋을 때가 언제일 것 같으냐?'라고 물으면, 10명 중 9명은 3 ~ 4월을 이야기한다.

따뜻해진 햇살과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맞으면서 치는 3 ~ 4월의 파크골프는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정도로 좋은 운동이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파크골퍼들에게 3 ~ 4월은 시련의 계절이다. 그 이유는 잔디 양생이라 부르는 생육 때문이다.

여름철 파크골프장은 한없이 푸르른데 이것은 이 시기에 잔디 양생을 잘 시켰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잔디가 초기 자라는 3 ~ 4월에 양생기간을 거치지 않으면 잔디가 죽어버려 한 여름에도 멘땅에서 파크골프를 쳐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은 3 ~ 4월 양생기간을 가진다.

파크골퍼들에는 갑자기 시련의 계절이 닥친다.


파크골프장을 갈 수 없으니 매일 동영상을 찾아보고, 헤어진 여친 프사를 살피듯 휴장이 언제 끝나는지 확인을 한다. 그것도 못 참는 파크골퍼들은 잔디 양생 기간이 없는 사설 파크골프장을 찾아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더위와 추위만 없으면 끝날 것 같은 파크골프 시련의 계절.

진정한 파크골프 시련의 계절은 3 ~ 4월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크골프가 이렇게 어려웠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