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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대하여

아무튼 나는 책에 띠지를 두르는 것을 싫어한다.

by MZ 교장

2002 한일 월드컵 때로 기억한다. 지구과학 선생님이 "오늘 밤에 하늘을 보면 토성의 아름다운 띠(고리, rings)를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라는 말이 문득. 물론 나는 토성의 띠를 육안으로 보지 못했다. 토성을 볼만한 고성능 망원경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날은 잔뜩 흐린 밤하늘이었다. 영상으로 본 토성은 아름다웠다. 다른 행성과 달리 오색찬란한 띠를 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띠가 없는 토성을 상상할 수 없다. 태초부터 토성은 띠와 한 몸인 것 같았다.


태양계의 여섯 번째 행성 '토성'


서점에서 책을 사면 토성처럼 띠지가 붙어 있다.

그런데 나는 띠지가 있는 책이 불편하여 띠지를 바로 떼어 버린다. 지저분한 털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떠돌이 개를 깨끗이 목욕을 시키면 비로소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이 보이듯, 띠지를 벗어버린 책은 비로소 아름다운 겉표지의 자태를 뽐낸다. 띠지가 오히려 책 본연의 가치를 훼손한 것 같다.


띠지를 바로 버리는 이유는 책을 읽을 때 걸리적거리고 방해를 주기 때문이다. 고정돼 있지 않아서 독서하는 데 오히려 불편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책갈피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띠지 있는 책은 보관할 때도 문제다. 보관할 때 띠지가 쉽게 빠지기도 하고 거추장스럽다. 그래서 어떨 땐 띠지를 딱풀로 붙여버린 적도 있다. "차라리 이럴 바에야 책을 만들 때부터 따지를 붙이면 얼마나 좋아"라고 투덜대면서 풀질한다.


출판사에서 띠지를 한 이유는 홍보 효과 때문일 것이다. 띠지 하나 붙였다고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지 의문이다. 나처럼 바로 버리는 사람이 많다면 이 또한 자원낭비가 아닐까?


아무튼 나는 책에 띠지를 두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AI로 그린 이미지인데, 텍스트가 이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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