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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태영 Aug 19. 2017

수분, 그리고 수박

수박 재배농가들과 나누었던 이야기

모르긴 해도 수박처럼 각 동네마다 농가마다 저마다의 이론을 가지고 재배하는 작물은 없는 듯 합니다. 

 매번 느낍니다만, 토양과 식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가장 중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재를 대입하면 자연스럽게 답은 나오거든요. 상당수 농가분들이 작물의 밥보다 약에 더 신경쓰시고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감으로 답을 내려고 하시는데, 현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들이 오갔는지 한 번 보시지요.


전북 정읍 농가

 

▶ 재배현황

- 수박, 토마토 재배. 하우스 한 동 당 기비로 퇴비 20kg X 100포, 화학비료 20kg X 2포, 추비로는 주변 농약사에서 소개하는 아미노산 및 유안, 수용성 비료 및 액비 사용 중.

▶ Q : 현재 특별한 비료 사용 프로그램은 없고요, 일단 생각나는 대로 아미노산, 유안, 수용성 비료 및 액비를 섞어 사용 중인데, 정확히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A : 지금 사용하신다는 그 많은 제품들 중에서 정작 작물에 제대로 된 밥 역할을 하는 것은 화학비료, 유안 및 수용성 비료입니다. 퇴비는 토양을 좋은 밥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아미노산이나 액비는 비타민이나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합니다만, 실제로 밥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수박이나 토마토는 과실을 크고 맛있게 키워야 하기 때문에 각 생육 단계에 따른 시비 설계가 중요한 작물이니 생육 단계별로 NPK비율을 조절하셔야 합니다.

▶ Q : 그렇군요. 그리고 저는 4개의 관주 라인을 순차적으로 이용하여 뿌리 성장 유도를 합니다. 뿌리는 줄기 자라는 대로 따라가며 자라기 때문에 정식된 지점부터 물을 주기 시작하여 점차 옆 호스로 옮겨가면서 순차적으로 물을 주고 있습니다. 비료는 아직 주지 않고 있습니다.

▶ A : 작물 뿌리의 대부분은 정식된 지점을 중심으로 자라는데 그 지역에 물이 부족하면 당연히 물이 있는 곳으로 자라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즉, 뿌리가 줄기를 따라 자라므로 물을 옮겨 준다고 하셨지만, 그게 아니라 물 주는 지점을 자꾸 옮겨주니 뿌리가 물을 따라 자랄 뿐입니다. 

 게다가, 기껏 물 따라 뿌리가 힘들게 따라 생성되었는데 물만 있고 비료가 없으면 작물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알맞은 양분으로 키를 키우고 열매 맺을 준비를 한참 해야 할 시기에, 뿌리만 키워서 어쩌겠다는 건지요? 뿌리가 있는 곳에 물과 비료를 같이 줘서 빨리 흡수하도록 하는 방법이 최고입니다.

수박이 처음 심겨진 부분의 수분 공급은 이미 중단하셨습니다.
수분 공급을 중단하면 뿌리 발달도 중지됩니다

 보시다시피 이랑을 파보면 이전에 관수했던 지역이라 뿌리가 있을 거라고 하시지만 관수를 중지한 현재, 뿌리는 그새 없어져 버렸습니다. 

▶ Q : 그렇군요. 현재 사용 중인 19-6-20이라는 수입 관주용 비료는 잘 안녹는데 왜 그럴까요?

▶ A : 황산칼륨을 이용한 제품이기 때문에 용해도가 낮습니다. 관주용 비료를 선택하실 때 그 제품이 황산칼륨을 주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NPK의 함량을 더했을 때 56~60%가 안되면 일단 황산칼륨 사용 제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질산칼륨을 사용한 제품은 물에 용해했을 때 질산칼륨의 흡열 반응 때문에 용액의 수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 일이 없다면 황산칼륨이나 염화칼륨 제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질산칼륨보다는 저렴한 제품들이지요. 그래서 비료 영업사원들은 EC미터, pH미터와 함께 온도계를 들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 전북 정읍 농가 2


▶ 재배현황

- 매 5일마다 160평당 1.5톤의 수용성 비료를 동시 공급. 1-1-3 관주 비료를 사용하다가 1-1-4 제품으로 변환 중. 수박의 줄기를 V 형태로 재배. 

▶ Q : 저는 지역의 다른 농가들과 달리 하우스 문에 환기창을 달아서 계속 열어놓고 측창을 활짝 열었으며 천창 설비까지 완료하여 환기에 많이 신경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우스 내 습도도 매우 낮은 편인데, 이런 식의 관리가 수박 생육에 도움이 되겠지요?

하우스 상단에 설치된 환기창은 방충망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입니다.
이 농가에도 멀칭비닐 밑으로 3개의 관수 호스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 A : 이 농가의 환기창은 특허받아야 할 정도로 매우 관리가 잘되고 있네요. 매우 좋습니다.  

 수박은 성숙기에 수분이 너무 높으면 자칫 공동과(속이 빈 과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물만 주지 말고 반드시 관주용 비료를 같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밭에도 역시나 관수용 호스가 여러 개 깔려 있네요. 과연 뿌리는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멀칭을 벗겨볼까요?

뿌리의 80%는 심은 곳 주변으로 자라고 있고, 멀리 가는 뿌리는 몇 개일 뿐

 농가는 관주용 호스를 세 개 설치하되, 하나는 정식 지점 옆, 나머지 하나는 좀 먼 쪽에 2개를 깔아서 뿌리를 여러 곳으로 유도한다고 하셨습니다만, 멀칭을 벗겨보면 실제 뿌리의 80%는 심은 곳 주변에만 있을 뿐이고 멀리 설치된 분수호스 쪽으로는 매우 일부의 뿌리만 지표면 근처로 얕게 뻗어나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거듭 설명드립니다만, 분수호스나 점적호스 설치는 작물이 심겨진 바로 옆에 단 1줄로 설치하는 것이 물과 양분의 효율면에서 가장 좋습니다. 물론 과수처럼 노지에서 자라면서 뿌리의 양분 흡수와 지지 역할이 동시에 필요하다면 되도록 뿌리를 넓고 깊게 키우면 유리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시설 내에서 자라는 경우라면, 작물의 뿌리가 되도록 가까이에서 물과 양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작물에 가장 좋습니다.


전북 고창 농가


▶ 재배현황

- 작년 방문 시 하우스 사이에 콩을 재배하고 관리가 지저분해서 여러 가지 개선 포인트를 지적했던 농가. 금년에는 그나마 좀 나아졌으나 여전히 환기는 불량하여 하우스 안에서 사람이 숨쉬기 쉽지 않을 정도. 

 기비는 퇴비, 추비는 미생물 및 19-19-19 관주 비료 사용 중. 매 3~4일마다 관주.

▶ A : 작년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환기는 불량하네요. 당장 측창과 하우스 양쪽 문을 모두 열어야 합니다. 이 농가는 비료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기초가 환기라는 점을 먼저 인지하셔야 합니다. 

 여기도 분수호스를 한 두둑에 2줄로 깔아 사용 중인데, 앞서 농가에서 한 작업을 다시 해봅시다.

분수호스를 몇 줄을 깔든, 뿌리는 수박의 본능에 따라 자랄 뿐

 땅을 팠을 때 보이는 흰색 뿌리가 활성 상태의 뿌리인데, 역시 앞서의 농가와 사정이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당장 작물에서 먼 쪽의 호스는 잠그고 가까운 쪽만 활용하는 것이  물과 비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못 믿겠으면 한 동의 반만 그렇게 관리해서 건너편과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 경북 예천 농가 


▶ Q : 기비로 복합비료와 볏짚을 넣었습니다. 볏짚을 넣으면 별다른 비료 관리가 더 필요한가요?

▶ A : 볏짚을 넣으면 토양에서 분해되면서 질소를 소모하므로 요소같은 질소질 비료를 좀 더 넣어야 합니다. 

 관리상 다른 조언을 드리자면 현재 하우스 천장에 부직포를 걷지 않고 계신데, 수박은 햇빛을 제일 좋아하는 작물이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이라도 부직포를 걷어 햇빛을 보게 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수박은 딸기처럼 뿌리가 약한 작물이기도 하므로 수분이 과하지 않도록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토양에 수분이 많으면 지온이 잘 올라가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비료관리는 수박이 달리기 전까지는 질소질을 높게, 착과 후에는 칼륨질을 높게 관리하시길 추천합니다.


* 경북 예천 농가 2


▶ Q : 2월 말 정식, 5월 착과 후 잿빛 곰팡이병이 만연하여 농사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수박의 원래 줄기에 과실을 달아도 될까요?

▶ A : 작물이 병에 강해지려면 우선 칼슘과 붕소가 필요합니다. 칼슘을 충분히 시용했는데도 문제라면 토양의 pH가 높지 않아 작물이 흡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pH를 측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떡잎은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그냥 놔두시고, 일부러 떼어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수박의 원줄기에 과를 달면 비대 속도는 빠르지만 과형(과실 형태)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 충북 맹동 농가


▶ Q : 포장 중앙에만 노란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양분결핍인 줄 알았는데, 영양제를 쳐 보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인근 농촌 지도소에서는 세균성병이라고 하더군요.

하우스의 가운데 부분만 황화되는 현상

▶ A : 지도소 전문가들께서 병이라고 진단했다면 맞을 겁니다. 

 물론 마그네슘이나 칼슘이 결핍되어도 비슷한 증상은 나타날 수 있는데, 지금은 신초(새로 자라는 부분)가 아니라 하위 엽(아랫 잎)에서 그런 증상이 발생된 것이므로 칼슘은 관계없는 것 같습니다.

 원래 마그네슘은 재활용 가능한 양분이기 때문에, 과실이 맺히고 새로운 잎이 많이 생기고 나면 하위 엽에 있는 마그네슘을 과와 신초 쪽으로 보내므로 하위 엽이 노랗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 포장에서의 상태는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지도소의 진단을 믿으시고 방제(작물보호제 살포)를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칼슘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수박이 계란 정도 크기만큼 자랐을 때 적과(솎아내기)를 한 후부터 칼륨성분이 높은 비료로 관주 하세요.

▶ Q : 착과 되기 전의 잎은 과실의 크기를 결정하고 착과 후 난 잎은 과실의 당도를 결정한다고 들었습니다만, 맞는 얘긴가요?

▶ A : 우선, 착과 되기 전에 질소분이 너무 많아서 초세가 좋으면 착과가 빨리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착과 되는 시기에 따라 과실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착과 전 잎이 과실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착과절 뒤의 잎은 광합성을 열심히 해서 양분을 만들어 과실로 보내는 역할을 하므로 이는 과실의 크기와 당도 두 가지에 모두 관여합니다. 

▶ Q : 야간온도가 높으면 피수박이 생기기 때문에 여름에 너무 뜨겁지 말라고 차광막을 치고 있는데 어떤가요?

▶ A : 수박은 원래 아프리카 산으로 건조와 햇빛에 매우 강한 작물이라 광량으로는 100,000 lux까지도 괜찮으며 한국에서는 그만큼까지 올라가지도 않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온도의 관리는 중요합니다만, 이는 광량의 제어가 아니라 하우스 내 환기의 문제이며 지금껏 돌아본 한국의 시설재배 농가들의 상당수가 간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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