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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로등 Jan 06. 2022

올해의 독서계획

새해가 수십 번 반복되다 보니 새롭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 시작되었다가 끝나고 다시 시작되는 일종의 클리셰가 되어 버린 '달력의 일'이라고나 할까.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지만, 하늘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매일 느끼는 온도나 공기의 맑음의 정도는 빈도 면에서 더 항상성이 없어졌는지도 모르지만, 하늘이라는 존재는 그 자리에 있다. 오늘따라 그 하늘의 존재에 든든함과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일까? 새로운 뭔가를 계획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독서 계획을 세워볼까 한다. 


첫째,  책을 가까이 두겠다. 


그동안 특별히 독서 계획을 세운 적이 없지만,  주변에 항상 책이 있었던 덕분에 생활의 일부로 독서를 하게 된 것 같다. 


어렸을 때에는 계림 문고와 계몽사 문고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했고, 계몽사 학습백과 열 권짜리를 너덜 거리도록 봤었다. 화장실에는 우리끼리 '똥책'이라고 부르는 보물섬 같은 두꺼운 월간 만화책들이 몇 권쯤은 항상 있었고, 놀이를 하지 않으면 각자 책을 읽는 게 자연스러웠다. 중학교 이후 대학 졸업할 때 까지는 그다지 책을 가까이하지 않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다시 읽기 시작했다. 


요즘은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둘러보며 책을 몇 권씩 빌려와서 회사에도 한 두권 두어 점심 먹으며 읽는다. 나머지는 집에 가져와서 자주 앉아 있는 소파 옆이나 책상 또는 침대 맡에 둔다. 주말에는 구립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 책과 함께 남편과 내가 읽을 책도 빌려온다. 또 최근에 알게 된 스마트 도서관은 대출을 원하는 책을 집 근처 지하철역까지 갖다 줘서 한 두 권씩 빌려 읽는 재미가 있다. 


올해도 이런 식으로 책들을 근처에 둬서 읽을 것이다. 


둘째, 독서 노트를 쓰겠다. 


읽고 나면 한 줄이라도 남기는 것이 버릇이 되었는지, 작년 말에 그동안 독서노트라는 이름으로 써 둔 낱장 노트들을 모아보니 분량이 꽤 되었다. 언젠가 그 노트를 다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읽고 나면 뭘 보고 느꼈는지 노트든 노트북에든 써 둘 것이다. 


셋째, 끌어당기는 독서를 하겠다.


독서의 시크릿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인용된 책, 언급된 책 또는 내 머릿속에 그냥 떠오르는 책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게 다가온다. 한 책에서 다른 책으로, 또는 전혀 다른 책으로 연결되어 가며 결국 내 독서노트들은 적어도 차원을 알 수 없는 공간에 펼쳐져 나를 압도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이렇게 되려면 책을 읽을 때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 하고, 메모도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책으로 궁금증을 풀어보겠다는 호기심도 있어야 하고, 그래서 읽은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 기록을 남겨두는 것도 필요하겠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게 남은 독서 경험은 거미줄이나 들뢰즈의 리좀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복잡하지만 결국은 큰 그림을 그리게 해 줄 것이다. 


오늘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 집으로 가며 하늘과 맞닿은 무성한 나뭇가지들의 능선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이 인생에서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밑도 끝도 없이 '절대 수긍'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긍정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단 그렇다,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 인간들 각자가 사는 세계의 일부를 표현해 놓은 '책'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내 세계를 '수긍'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내 삶의 동반자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넓혀가되 그 안에 머무르지 않을 것. 독서 경험이 경계선이 되지 않도록 할 것. 

이것이 올해 나의 독서계획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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