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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로등 Mar 09. 2024

서로 배우는 직장생활

면담후기

이제는 진짜로 시작이다. 신정도 구정도 시작은 아니었다. 3월이 시작되어야 진짜인 것이다. 


업무 목표도 다 수립되었으니, 부서원들과 만나 공유하고 긍정적인 업무 경험을 쌓아가도록 도울 차례다. 내게 부여된 역할의 범위 내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만, 일단은  일정을 정하고 한 명 한 명 만나기 시작했다. 


입사한 지 1년 정도 된 분에서 5~6년 된 분들까지 총 8명을 만났다. 그중에는 조만간 퇴사하는 분도 있고, 휴직에 들어가는 분도 있다. 나머지는 업무를 계속하는 분들이다. 


한 명을 30분으로 시간을 정해두고 만났지만, 얘기하다 보면 더 길어지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혹시라도 내가 특정 선생님을 더 살핀다고 여겨서 상대적으로 마음이 가난해지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첫째, 모두 다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고자 하면서도 새로운 업무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함께 일하는 이분들은 우리나라 어디에 내놓아도 찾아보기 어려운 인재들이다. 적어도 그런 교육을 받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관심 있어 하고, 면허까지 부여받은 분야가 '약학'이다. 법으로 우리가 누구인지, 해야 할 일과해서는 안 되는 일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직무경험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을 갖고 싶다면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말이다. 지식의 습득은 타인으로부터 전수받기도 하지만, 자기의 지식을 재구성하고 외부 세계와 조화시킴으로써 한 단계씩 올라가고 넓힐 수  있는 것이다. 올라가는 단계에는 타 전문가들과 전문가적인 방식으로 공유하는 행위가 필요하고, 일련의 과정 자체가 전문성과 연결되는 선순환을 구성한다. 


물론, 직무로부터 전문성을 키울 수도 있지만 그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직업적으로 누구인지를 넓고 깊게 확장해 가는 것, 그 과정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아내고 부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둘째, 나이로 말하자면 나보다 한참 적지만, 삶에 대한 자세가 뚜렷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업무로부터 인생의 사명을 찾고자 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하게 경험하되 현재에 충실하며 의미를 찾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의 직업적 의미가 현재 수행 중인 직무 범위 내로  한정된다면 우리는 곧 지치고 만다. 우리가 톱니바퀴의 '나사'가 되었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거기에서 스스로 머무른다면 진정으로 '나사'가 되어버리는 것임을 알아차리기를 바란다. 그 지점에 머무르도록 우리를 잡아끄는 경제적 안정감과 사회적 인지도 또한 각자가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라는 것도 말이다. 


우리가 함께 일했던 시간들과 경험들이 각자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고 계속 나아가는 동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마지막으로, 서로 나눌 수 있는 관계의 필요성을 느꼈다. 직무수행을 넘어서서 각자의 삶의 모습이나 방식에서 배울만한 부분들이 있을 텐데, 이것을 발견하기에는 우리는 접점이 적다는 점을 새삼 알아차리게 됐다. 


나는 출근 전에 일기를 쓰고, 글쓰기 연습을 하고 영어 연습을 하고, 직장에서는 업무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다. 퇴근 후에도 공부를 하고 책을 읽다가 잠들되, 모든 일들이 서로에게 녹아들기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평소에 지낸다. 


이런 나의 어찌 보면 '쓸데 없고','굳이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만한 모습의 단면을 인상적으로 여기는 분들을 간혹 만나는데, 이번 면담에서도 한 분 만났다. 우리가 업무라는 어찌 보면 약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의 성장에 거울이 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아주 오랜만에 느꼈다. 


나는 배우고 싶은 선배들과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러 다니며 관계를 다지고 수십 년간 정신적인 멘토로 삼고 있지만, 요즘 분들과는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아마도 결국은 접점을 늘려야 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번 달 내내 더 많은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 내가 그들에게 나눠줄 것이 과연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만, 일단은 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우리만큼의 세계가 우리 약국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단순한 '나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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