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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라 Mar 26. 2024

작은 일과 큰 일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 홀어머니와 외동아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었다. 그 나라의 왕은 영토를 넓ㄱ히고 싶어 이웃 나라와 전쟁을 했다. 남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쟁터에 끌려 나갔다. 벚꽃 필 무렵, 바닷가 마을 외동아들도 전쟁에 징집되었다.


단풍이 질 무렵, 홀어머니는 아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었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죽었는지라도 알고 싶어 걸어걸어 왕에게 찾아갔다.


왕은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별 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 떨지 말거라!”


세월이 많이 흘렀다. 누구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시대, 살고 싶은대로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왕은 사라지고 대통령이 나라를 다스렸다. 세상은 많이 변했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전쟁에 대비해 남자들은 군대로 끌려가야 하는 건 변하지 않았다. 아들들은 스스로 원해서 군대에 입대한다고 믿기 시작했다.


오래전 왕과 만났던 어머니 친척의 친적, 후손의 후손이 자랑스런 마음으로 군대에 입대했다. 어느 날 큰 물난리가 난 날, 사람들을 도와주려다 군인 아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 사람들은 아들이 왜 죽었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밝혀 달라고 했다. 대통령이 다스리는 정부는 죽은 아들의 부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별 것 아닌 작은 일 가지고 문제 삼지 말거라!”


이런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1. 큰 일을 다루는 권력과 재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

2. 자식의 죽음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자들이 나라를 다스리지 않도록 하는 것.


결국 삶이란 두 갈래길 중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선택하는 일과 같다.

그런 선택들이 쌓여 특정한 모습의 사람이 되어 간다.

희망이란,

갈래길에서 당연한 선택을 멈추고 생각을 하기 시작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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