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형적 사고가 무엇인지 알려면 선형적 사고가 무엇인지 먼저 알면 이해하기 쉽다.
길다는 개념은 짧다는 개념에서 나오고, 크다는 개념은 작다는 개념이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불행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행복을 느낄 수 없다. 구속받지 않은 사람은 자유를 모른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존재하고, 빛이 존재해야 어둠이 생긴다. 인간이 생각하는 개념 대부분은 상반된 개념, 서로 충돌하는 개념에 의해 생성된다. 지금 삶이 고통스럽다면 행복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여기면 된다. 뇌피셜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고통에 대해 잘 알수록 행복을 알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선형적 사고란 무엇인가? 다다익선이다. 돈을 생각해 보자.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선형적 사고다. 새 통장을 만들어 1만원을 입금했다. 통장잔고가 점점 늘어날수록 행복도 점점 늘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선형적 사고다. 행복의 크기는 통장에 표시된 돈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선형적 사고다.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통장의 돈이 늘어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 부분 늘어났다가 줄어들기도 한다. 통장의 돈이 줄어들면 내 행복도 줄어든다 생각하는 것이 선형적 사고다. 칭찬을 많이 받을수록 아이가 성공한다. 지적질을 많이 할수록 아이가 반듯하게 큰다. 선행학습을 많이 시킬수록 아이가 좋은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좋은 대학에 갈수록 행복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돈많은 사람과 결혼할수록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조직이 큰 기업에 취업할수록 일의 만족도도 높아진다. 등의 생각들은 선형적 사고다.
비선형적 사고는 무엇인가? 배가 고픈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계속 먹었을때 만족도다.
배가 무지무지 고프고 치킨이 너무너무 먹고 싶다. 치킨 세 마리를 주문했다. 치킨 첫 조각을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정신이 아득해진다. 너무 행복하다. 다음 조각을 먹는다. 행복하다. 또 먹는다. 행복하다. 계속 먹는다. 계속 행복하다. 한 마리를 다 먹고 두 마리째 먹는다. 배가 부르다. 이제 그만 먹고 싶다. 하지만 계속 더 행복해지고 싶다. 억지로 먹는다. 속이 불편하다. 그래도 먹는다. 괴롭다. 그래도 먹는다. 견디기 힘들다. 화장실로 달려간다. 입에 넣는 음식의 양과 만족도의 상관관계는 산봉오리와 같다. 계속 먹으면 기분이 올라가다가 내려온다. 좋아지다가 나빠진다. 만족도가 봉우리 정상 근처에서 머물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욕구의 추구와 절제가 필요하다.
현실 경제학에서 다루는 곡선들은 대부분 비선형적이다. 경제는 음식을 먹는 사람과 같다. 풍선을 부는 일과 같다. 너와 나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과 같다. 통화량을 늘리면 경기는 부양되겠지만, 인플레가 일어난다. 이자율을 올리면 인플레는 잡겠지만, 경기가 위축된다. 현악기를 잘 연주하기 위해서는 줄이 너무 팽팽해도 느슨해도 안된다. 적당히 조율해야 한다. 경제 정책과 바이올린 연주가 다르다. 바이올린의 현은 한 번 조율하면 연주하는 동안에는 문제가 없지만, 경제 정책은 수행하는 동안에도 계속 조율해야 한다. 상황이 잠시도 고정적이지 않고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 수십번 바뀐다고 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은 곧 상황이 계속 바뀐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는 불확실성이다.
삶의 문제가 행복에 관한 것이라면 삶은 비선형적이다. 인간이 느끼는 행복은 비선형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첫사랑도 때가 되면 식상해지고, 아무리 열정을 담았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식는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먹다보면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 비선형적 원리가 지배하는 삶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아직도 치킨을 더 먹어야 하는지 그만 먹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먹을지 말지를 판단하려면 우리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한다. 만약 봉우리 꼭대기에 있다면 더 먹으면 안된다. 한 두 개 정도는 더 먹어도 되지만, 그 이상 계속 먹으면 탈이 난다. 만약 우리 위치가 봉우리 한 참 밑에 있다면 마음 놓고 먹어도 된다. 만약 우리 위치가 봉우리를 넘어서 아래로 한 참 향하는 중인데 또 치킨을 시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치킨뿐 아니다. 돈도 관계도 일도 마찬가지다. 삶은 비선형적이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쇠락하고 죽는 시간 흐름에 따른 삶의 형식도 비선형적이다. 행복이라는 삶의 내용도 비선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형적 접근으로 삶을 바라볼때가 많다. 돈, 노력, 열정, 긍정, 스펙, 권력, 인정 등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해진다는 생각은 선형적 사고다. 입력값을 계속 늘리면 출력값도 계속 올라갈거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신화다. 삶의 만족도인 행복은 산과 같다. 오르고 내려가는 행위를 끝없이 반복하는 것. 그게 삶이다. 그런 반복적 조율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낼 수 있다.
세상에 밤이 있고, 내가 하던 생각과 행동을 잠시 멈추고 잠을 자는 이유는 삶의 비선형성을 극복하기 위함 아닐까? 자고 나면 비워진다. 의미 있는 삶은 채우는 것도 비우는 것도 아니라 채우고 비우는 행위의 반복 아닐까? 삶은 모터 같은 것 아닐까? 돌지 않으면 존재 의미가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