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story Oct 31. 2017

재미있는 논문 이야기 (28)

논문심사

Episode 15 (논문 심사)


논문 심사 통과를 못하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다...



4차 학기에 들어간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나가는 시점. 학과 사무실에서는 일주일간 논문 심사 접수를 받는단다. 밖에서 보면, 개별적으로 실력이 되어서 박사학위를 받는 논문 심사와는 달리 시간이 되면 대학원생 대부분이 치르는 하나의 형식적인 과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논문을 통과해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긴장감으로 하루하루가 속이 타들어간다. 


교수님은 “그동안 열심히 했고, 논문 주제나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크게 걱정할 것은 없을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안심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올 초부터 강의 듣다 친해지게 된 여자 후배가 여사친이 되어 썸을 타고 있는데, 그 애가 졸업을 하는데 내가 졸업을 못하면 정말 면목이 없을 것 같다. 


말해 무엇하겠냐만, 일부는 교수님 일 도와주면서 내가 벌기도 했지만, 대학 4년, 대학원 2년간의 비싼 등록금을 대주시면서 내가 직장 잡고 자리 잡기를 기대하시는 부모님의 기대는 정말 외면할 수가 없다. 



(심사장에서)

엄습해오는 압박감



나의 논문 심사 시작 시간은 오후 2시. 
발표할 PT를 점검하고, 발표 준비를 마치고 잠시 나와서 담배 한 대를 깊게 빨았다.
안 입던 양복을 차려입고 있자니 뭐가 좀 답답하다. 특히, 넥타이가 내 목을 계속 조여 오는 듯하다. 

심사장에 입실하여 지도교수님을 비롯한 심사위원님들이 근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사력을 다하는 전투의 시간


지도교수님께서, “자~발표 시작하세요.”



“아~! 이제 시작이구나.” 낮은 탄식을 하며, 강단으로 올라가서 마음을 가다듬고 발표를 시작했다. 물론, 수십 번도 더 연습을 해서 문장 하나하나를 외울 정도지만, 계속 말을 더듬는다. 


어떻게 발표를 했는지 모르게 발표시간은 지나갔고, 이것저것 질문을 하신다. 


“왜 그러한 주제를 택했나요?”, “연구의 가설은 무엇인가요?”, “분석자료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지금 분석에 맞게 만들어진 건가요?”, “가지고 있는 자료를 왜 지금 사용한 모형으로 분석했나요?, 다른 모형은 안 맞았나요?”, “여러 가지 설명변수 중에 한 변수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맞지가 않는 것 같은데, OO군이 설명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서론과 선행연구 검토 부분에서 얘기한 것과, 지금의 분석과 불일치되는 부분이 있는데, 일관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요?” 등등 끝없는 질문이 쏟아진다.


죽을힘을 다해 머리를 쥐어짜서 각 질문에 답을 하고 나니 얼굴은 상기되어 있고, 등에는 어느덧 땀이 배어 물이 떨어질 정도다. 


질문과 답변이 끝나고, 지도교수님이 “수고했다. 일단 나가 있어라.”하셨다.


“축하합니다!”



심사위원들과 의견을 조율한 뒤, 나를 다시 부르시면서 슬쩍 윙크를 해주신다. 


들어가니, 개별 심사위원님들은 수정해야 할 부분들을 말씀해주셨고, 마지막으로, 지도교수님께서, “고생 많았고, 축하한다!.” “심사위원님들께서 말씀하신 부분들만 수정이 충실히 이루어지면, 개별적으로 찾아뵙고 고친 부분에 대해서 논의해 큰 문제가 없으면 논문을 통과시키기로 만장일치로 합의를 했다.”


다른 심사위원님들도 “축하합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순간, 가슴이 뭉클하면서 눈이 촉촉해지고, 지나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간신히 목을 가다듬고,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치듯 말했다.



Tip 27. 학위는 당신이 과정 과정을 충실히 걸어왔다는 징표이다.


논문 심사를 받을 때의 좋은 태도는 내가 쓴 논문에 대해 과장 없이, 솔직하게 지나온 과정 과정들이 어떠했는지를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다. 

본인은 모를 수도 있지만, 이러한 과정 과정은 노력한 만큼 논문 속에 당연히 배어있을 것이고, 노력의 정도는 반드시 논문 속에 투영되게 마련이다.

초보 학자들의 논문을 심사한다는 것은 ‘논문이 잘 썼는지 못 썼는지’를 판단하는 것 외에도, ‘주어진 과정을 잘 견디고 헤쳐 나왔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이 노력하여 걸어온 과정 과정이 본인을 학자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만들 정도로 충분했는지를 판단하고,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서 기본적인 학자로서의 자질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비로소 논문을 쓸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고 인정을 해주는 것이 학위인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미있는 논문 이야기 (2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