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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Jul 15. 2019

기묘한이야기:10대가 드라마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이유

<해리포터>와 <기묘한 이야기>의 공통점



<해리 포터>와 <기묘한 이야기>의 공통점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해리 포터(Harry Potter)와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s)는 전 세계에 단단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팬들은 종종 이 두 작품을 비교한다. 두 작품의 세계관이나 스토리 라인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며 자신의 생각을 트위터에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콘텐츠를 생산한다. 여러 콘텐츠 중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호그와트 마법학교 기숙사에 배정할 수 있다는 글이 제법 흥미로웠다.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성향을 비추어 볼 때 루카스는 그리핀도르, 윌은 래번클로, 마이크는 슬리데린, 그리고 더스틴은 후플푸프에 속한다는 것이다. 어떤 팬이 이들을 배치했는지 모르지만 다른 팬들은 꽤 동의한다는 분위기다. 



(왼쪽) 해리포터의 해리, 헤르미온느, 론 (오른쪽) 기묘한 이야기의 윌, 마이크, 더스틴, 루카스



이 두 작품은 이들의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발견하기 쉬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주인공이 10대라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청소년들이다. 영화 해리포터의 해리, 론, 헤르미온느, 그리고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즌1의 마이크, 더스틴, 루카스, 엘(일레븐)은 드라마 중반에 성인 배우로 대체되는 그런 단순한 아역 배우가 아니다. 출연 비중이 적은 것도 아니며, 아역 배우가 종종 연기하는 출생이나 성장의 비밀을 가진 아침 드라마 주역도 아니다. 이들은 작품의 스토리 라인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축이다. 한 명 한 명이 고유한 캐릭터를 가지며 극을 전개한다. 어떻게 '청소년들'이 스토리 라인을 이끌어가는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까? 청소년들이 주인공을 맡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궁금한 것은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상상이 가능했냐는 것이다. 이 답에 대해 고민했을 때, 어쩌면 이들의 소통 방식에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내 주변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다툰 후 화해하는 방법


<기묘한 이야기 시즌 1>의 핵심 스토리 라인은 청소년 실종 사건이다. 자신들의 친구 윌을 구출하기 위해 작전을 짜고 실행하던 마이크, 루카스, 더스틴은 그만 다투고 만다. 마이크와 루카스는 서로를 향해 비난의 말을 쏟아아 내고, 밀치고 넘어지며 티격태격한다. 결국 자전거를 타고 먼저 집으로 가버린 루카스. 여기까지는 그 나이 또래들에게서 볼 수 있는 친구 사이의 다툼 같다.


그러나 그다음 날, 이 둘을 화해시키기 위해 더스틴이 나서는 그 사소한 장면이 나에게는 압권이었다. 더스틴은 마이크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가장 중요한 건, 네가 먼저 밀쳤다는 거야. 룰 알지? 먼저 손대는 사람이 사과하는 거. 그러니까 네가 먼저 사과 해." 그리고 이들은 더스틴네 집으로 향한다. 마이크는 루카스에게 사과하며 손을 내밀지만, 둘에게는 서로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온전히 사그라들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그 시간 속에서 다툰 후 화해하고 관계를 이어나가는 이들의 방식은 상당히 성숙하다. 자신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생각할 줄 알고 인정할 줄 아는 사람. 먼저 사과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사과를 받아들이고, 자신도 잘못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털어놓는 사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렇게 갈등을 해결해 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들은 잘 싸우고 잘 화해했다.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도 이토록 성숙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중학생들이라면 실종된 친구 윌을 구하기 위해 서로 협력할 때는 얼마나 건강한 대화들이 오고 갈까? 이런 소통 방식은 중학생으로도 탄탄한 스토리의 한 축을 충분히 이끌어갈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루카스에게 사과하며 손을 내미는 마이크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방법


주인공을 대하는 어른들의 소통 방식도 눈여겨볼만하다. 화면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어른은 바로 실종된 윌의 엄마, 마이크 엄마, 그리고 경찰서장이다. 그중에서도 중산층의 다정한 엄마로 나오는 마이크 엄마는 자신의 아들과 딸을 어린애가 아닌 한 명의 인격체로 대한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의 표정을 보니 분명 무슨 일이 있는 마이크.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궁금할까? 그렇지만 그녀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이크 있잖아,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엄마에게 이야기해. 엄마는 언제나 너의 옆에 있어." 그리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아들을 보다 이내 고개를 돌려 전전긍긍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그러나 절대로 자녀를 강제로 앉혀놓고 이야기하거나 거짓말하면 혼날 줄 알라며 겁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는 아들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까지 기다려준다.(물론, 그녀도 드라마 내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거칠어 보이는 경찰서장도 가끔은 이런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경찰서장은 친구들의 주먹다짐으로 경찰서로 끌려온 윌의 형 조나단에게 자신의 사무실에서 보자고 하지만 조나단은 "내 말은 믿지도 않을 거면서(You won't believe me.)"라는 말로 대답한다. 경찰서장은 그에게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니?(Why don't you give me a try?)" 이 장면에서는 어디서 어른에게 대드냐고 묻는 어른은 없다. 그리고 드라마는 어른과 아이의 대화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로 이어진다.


윌의 형 조나단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이야기하는 경찰서장 ⓒ넷플릭스 




이런 대화가 가능한 이유


위의 두 소통 방식의 공통점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라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사람 대 사람'의 대화가 가능한 이유는 미성년자를 인격체로 대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법적으로 성인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들은 여러모로 미성숙할 수 있지만 인간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마주하고 다루며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생각의 범위와 깊이는 그들의 식견에 따라 정해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각하는 능력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때로는 아이의 생각이나 행동이 어른의 그것보다 더 나은 경우도 있다.


이처럼 미성년자를 사람으로 대하는 것은 이 작품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청소년들의 대화의 범위를 넓혀주고 그들이 다룰 수 있는 감정의 폭을 넓혀준다. 어른과 그들의 대화는 인간관계의 다채로운 굴곡을 보여준다. 어른들은 그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성숙해지는 과정을 겪어내도록 기다려주고 그들의 말을 믿으며 서로 신뢰를 쌓는다. 도움이 필요할 땐 그들을 도와주며 특히 법적인 어른으로서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그들을 책임지고 보호한다. 이런 어른들이 문제 상황과 해결 방안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청소년을 만들고 결국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   



십 대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른과 아이 사이의 '사람 대 사람' 대화 방식을 볼 때면, 이건 그들만의 문화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 등 유교 문화에 기반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이런 성숙한 의사소통 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자주 만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특정한 지역이나 나라의 문화라고 일반화하기엔 그들도 모두 다 성숙하지는 않았다. 물론 나이와 관계없는 언어를 가진 문화권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긴 할 것이다.


그렇지만, 10대에게서, 미성년자와 성인의 대화에서 보다 성숙한 대화 패턴을 상상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이것은 작가가 만들 수 있는 작품의 스펙트럼을 무궁무진하게 넓히지 않을까? 이것은 분명 문화의 포용력, 즉, 문화의 힘이다. 이런 문화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런 문화는 과연 어떤 캐릭터를 탄생시킬까? 앞으로 얼마나 더 다채롭고 다양한 10대들을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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