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Nov 01. 2024
선생님이 너무하신 거라고요
어쩜 식사 중에 그러실 수가 있어요
반쯤만 먹은 후였어도 먹다 말고 말씀드렸을 텐데
이제 막 끓고 있는 곰탕이 나왔는데
아무리 궁금하셨어도 조금만 더 있다가 물어보시지 그러셨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웃으시면서 물으셨죠,
지난번에도 그런 내용이 한 번 있었다고.
네가 그럴 구석이 어디 있냐고
너 정도면....
그런데요 선생님
한 번 크게 웃기는 했어도
말씀하시는 동안 동의한다는 미소를 짓기는 했어도
터저나 오려는 울음을 얼마나 참고 있었는지 몰라요
잠시라도 눈을 맞추고 있으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눈빛이 이미 선생님께 알아달라는 듯이 매달릴 것이 뻔해서 얼른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고요
신발 안에서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을 얼마나 꼼지락 댔는지 몰라요
우리 앞에 있던 곰탕그릇을 눈물로 채울 것 같아서
얼마나 낑낑대면서 참았는지 몰라요
정말이에요, 정말 가지에 매달린 새가 먹다 가버린 열매처럼
말라가는 것만 기다리는 것 같다고요
이야기 들어줄 한 사람이라면 선생님이어야 하는데
우아한 곰탕 말고 돼지국밥이어야 해요
기진맥진할 만큼 울 거 같단 말이에요
그럼 속을 다시 채워야 하는데 돼지국밥이 제격이에요
선생님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돼지국밥집 한구석 벽을 바라보는 자리에 앉혀주세요
안 그러면 선생님이 꽤 곤란해지실 거예요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 둘이 모양이 이상해질 것 같으니까요
같이 밥 먹는 것만 해도 흘끔 거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우아..
오늘은 정말 터져버리기 전의 홍시 같았어요
그런데
터질 듯 터질 듯하더라도
고운 선생님께는 묻히고 싶지가 않아요
제가 한 번 잘 말려볼게요
가지에 매달린 채 곶감이 될 수도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터지더라도 어느 밤 몰래 떨어져 낙엽아래 묻힐게요
그러니 다시는 묻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