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Dec 12. 2024
연보라 공단 보자기에
나비매듭 곱게 지어 보낸 소포가
흙먼지 묻은 골판지박스에 담긴 채 되돌아왔다
차마 매듭도 풀지 못한 이유가 있을 거라며
단호하게 박스를 봉하는 그 손의 떨림을 생각한다
수신 확인 시간 15시 54분
발신 시간 16시 27분
제목도 없는 회신을 위해
가지를 쳐낸 시간 삼십여분
잘려나가 땅바닥에 흩어진 여지들을 내려다본다
저 가지에서 뿌리가 나고
싹이 트고
꽃이 필 것을
필시 알고서 그러했으리라
이것이 시인들의 사랑법이리라
수형 맞추듯 앙상하게 그러나 균형감 있게
가꾸어가는 것이리라
저 바위 흔들리지 않음을 알고는
더 세게 마음껏 부딪히는 바람처럼
이쪽에서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활짝 일 테니
그쪽에서는 모르는 체하는 선비들 그러하듯
그렇게 굳게 곧게 꽃대를 받쳐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