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준호 Nov 04. 2023

장애인 복지사가 되겠다면 꼭 알아야 할 이야기

장애인당사자 단체 복지사로 5년간 느꼈던 장애인 이동권

삶 속에서 늘 장애인 편의시설과 이동권에 대해 생각하라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지체장애인을 회원으로 하는 장애인당사자단체다. 당연히 회원, 지회장, 협회장, 중앙회장이 지체장애인이다. 상지, 하지, 뇌병변 크게 3가지로 지체장애를 기능적으로 나뉜다. 상지의 경우는 그래도 걷거나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덜하다. 하지만 하지장애나 뇌병변의 경우 휠체어를 타거나, 걸음이 불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협회의 행사는 장애인의 편의성과 이동권을 토대로 계획수립을 한다. 


한 가지 기억 남는 일화가 있다. 어느 지역 행사가 끝난 후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 당시 조직지원부는 회장님과 출장을 함께 가면, 늘 식사장소를 먼저 가서 좌식이거나 식당까지 가는 동선이 불편하지 않은지 확인했다. 휠체어를 탄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식당 안에서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도 물어봤다. 


처음 식당에 도착했을 때부터 느낀 것이 주차장에서 식당까지 돌계단으로 올라가는 동선이었다. 대게 이런 경우 휠체어를 함께 수행 간 직원들이 앞뒤로 들어서 올리면 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식당이 좌식이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린 다른 식당을 찾아 식사를 했다. 


여기서 발생한 문제는 무엇일까? 당연히 지역 행사에 회장님이 오셨으니, 그 일대 가장 맛있는 곳으로 식사를 마련하고 싶을 것이다. 대게 지역 내 맛집이라 하면 차를 타고 굽이 굽이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자연과 벗 삼은 운치 있는 장소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곳은 자연친화적 일지 모르겠지만 장애인 편의성에는 친화적이지 않다. 맛보다 중요한 것이 장애인당사자에겐 장애인 편의시설과 접근성이다. 


그날 저녁은 중앙회장님과 17개 시도협회장 지역 지회장 최소 20명 정도가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식사장소를 옮겼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싶다. 지역 행사를 잘 치르고 서로 격려하고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장소가 장애인 이동권의 부재로 뜻하지 않게 불편한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이 일화를 계기로 나는 어딜 가는 최소 휠체어 장애인의 접근성이 가능한가?를 항상 확인한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면 그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확인한다. 네이버 거리뷰를 보면서 차에서 내린 후에 해당 장소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한다. 주차를 할 때 최소한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는지를 본다. 산하 협회에서 행사를 할 때 동선과 주변 인프라에 대해서 담당자에게 확인한다. 이렇게 장애인 당사자단체에서 행사를 한다면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바쁜 업무 때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니 평소 어딜 가든지 내가 휠체어 장애인이 된다면, 과연 이 식당은 갈 수 있을까? 식당 안에 화장실이 밖에 있거나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면 불편하지 않을까? 화장실이 불편해서 회식이나 외부 모임을 꺼려하는 장애인 당사자 직원도 있었다. 그런 분들과 식사를 할 때는 약속장소에 인프라를 꼭 확인하고 모임을 추진하여야 한다. 


쉽지 않은 생각이다. 비장애인이 장애감수성과 수용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될지 말이다. 그럼에도 당신이 장애인복지사가 되겠다면, 그들을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이 돼 보는 연습과 불편함을 몸소 고민해봐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장애인 편의시설과 이동권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대표전화를 받지 않는 사회복지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