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준호 Nov 03. 2023

대표전화를 받지 않는 사회복지사

이미 전활 받지 않는 나에게... 전하는 이야기

2019년 2월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조직지원부에 입사했다.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은 지체장애인이 회원이 되어 만들어진 협회다. 전국 17개 시도협회와 230개 지회가 있다. 흔히 이러한 시도협회와 지회를 조직이라 표현하며 이 조직을 관리하는 곳이 바로 조직지원부다. 


나는 법인행정 업무를 했다. 법인은 흔히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이 있다. 사단법인은 사람이 모여서 법인격이 되어 자신들의 권익 실현을 위한 여러 목적사업을 한다. 그러다 보니 사실 장애인복지, 사회복지란 개념이나 인식보다 법인 행정이 더 와닿았다. 장애인단체에 있지만 사회복지사 보다 오히려 대한축구협회,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노인회와 같은 협회나 단체에서 법인 행정 업무를 한다는 느낌이 더 컸다. 


물론 내가 속해 있던 조직지원부가 아닌 장애인복지 실현을 위한 부서와 사업도 있었다. 입사 후 얼마되지 않은 내가 장애인복지분야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에 쉽사리 해당 업무를 할 순 없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대표전화가 오면 대부분 부서 내 막내 직원들이 많이 받는 편인데, 난 쉽사리 대표전화를 받지 못했다. 당장 전화기 너머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더욱이 장애인복지에 대한 문의를 장애인단체 사회복지사가 대답하지 못한다면 그 얼마나 쪽팔린 일인가 생각했다. 법인행정 업무에 대한 부분은 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담당자에게 추후에 알려주면 되었지만,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해줘야 하는 민원 응대는 나에겐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조직지원부에서 우리 협회 산하의 조직을 관리감독하는 일에서 지금은 우리 법인의 내부행정업무를 맡아서 하다 보니 여전히 대표전화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 내 자리는 대표전화가 안 울리게 해 놨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원에서 석사공부를 하면서 사회복지에 대해서 아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또 장애인 단체에서 5년이란 시간 동안 귀동냥으로 듣고, 현장에서 느꼈던 것들도 차츰 알만한 지식으로 쌓아갔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대표전화를 받고 싶다. 우리 협회에 어떤 사람들이 무슨 문제로 전화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난 그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반 두려움 반의 감정이 든다. 여전히 5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아무것도 대답하지 못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방의 문의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대답과 응대를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나도 궁금하긴 하다. 


지금은 대표 전화를 받는 것이 부서 특성상 어려운 상황이지만 나중에 다른 부서에 가게 된다면, 꼭 대표전화를 받을 수 있게 설정할 것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전화를 받아 응대하고 그런 이야기들을 토대로 이 브런치스토리에 나누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2023년 장애인 분야 해커톤 대회를 다녀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