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안전교육,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아이가 두 돌이 될 즈음까지는 그야말로 독박육아의 나날들이었다. 아이와 단둘이, 온종일, 하루 같은 한 시간, 일주일 같은 하루, 한달 같은 일주일... 그 길고 긴 고독과 고통의 시간은 말 그대로 "버티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아이가 뒤집기에 성공하고, 온힘을 다해 고개를 쳐들었을 때, 가슴을 들어올리고서 팔뚝에 힘을 주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려 할 때... 이토록 경이로운 기쁨을 나혼자 독차지하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기쁨도 잠시! 아기침대를 과감히 처분하고 거실에 깔아둘 친환경매트 2세트를 부랴부랴 주문하는 나를 발견했다. 드디어 시작된 본격육아.
바깥일은 어쩜 그리도 늘상 바쁜건지... 남편은 얄미운 하숙생 같았다. 출장에서 돌아와도 곧장 출근했고, 또다시 출장을 가고... 얼굴도 까먹겠다 싶을 정도로 아이와 나를 두고 돈벌이전쟁터로 비장하게 떠나갔다. 그딴 거에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나는 눈을 뜨면서부터 아이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으니까.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매일이 전쟁이니까.
친정엄마는 통화할 때마다 나를 걱정하며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애만 봐라. 그리고 잘 먹어라. 니가 잘 먹어야 아기도 보지."
...아무것도 안하면... 밥은 누가 차려줘요? 청소는 누가 해요? 빨래는요? 애기젖병은? 애기옷가지는??
애먼 친정엄마에게 매일아침 수화기 너머로 볼멘소리만 늘어놓았다. 누굴 탓할 일도 아닌데... 내새끼 건사하는 일인데 말이다. 결국 내몫인 것을.
영유아기, "안 돼"를 가르쳐야 할 때!
안전교육의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
아이와 단둘이 까꿍까꿍 하며 놀고 먹고 자기만 하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나도 먹어야 버티는 일이고, 아이도 먹어야 자란다. 면역이 약한 아이가 있는 집을 난장판으로 둘 수도 없다. 설거지와 청소도 매일 해야 하고, 아이의 옷이며 수건, 이불은 삶아야 하고, 젖병도 하루에 몇번씩 끓는 물에 소독해야 한다. 아이도 봐야 하고, 해야 할 일도 매일같이 산더미였다.
아이 걱정 하느라 이도저도 못하고서 마냥 주저앉을 수만은 없었다. 문제는... 어떻게 아이를 안전하게 돌보면서 집인일을 병행하느냐였다.
6개월이 지난 아이는 이제 막 기어다니는 재미와 이것저것 구경하는 맛에 푹 빠져있었다. 이른 새벽, 잠에서 깨면 거실로 나와 함께 매트 위에서 같이 누워 딩굴었고, 기어다닐 때는 허벅지를 받쳐 기어가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매트 가장자리에 가까워지면, "안돼! 위험해!" 하면서 손가락으로 주의를 주었다.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매트 위에서 안전하게 노는 방법을 빨리 터득해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과연... 옹알이하는 아기에게 안전교육이 먹힐까...?
먹혔다. 놀랍게도 아이는 매트 위에서만 놀았다. 아이를 지켜보면서 설거지를 하고, 밥을 하고, 청소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는 매트 밖으로 절대 나가지 않았다. 매트 가장자리까지는 기어다녔지만, 절대로! 절대로! 매트 밖으로 넘어오지 않았다.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내새끼, 잘한다~" 하며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 후로도 엄마가 필요할 땐 매트 가장자리에 앉아 울음으로 나를 찾았고, 매트 밑으로 아이를 내려놓으면 후다닥 다시 매트 위로 올라갔다. 안전한 곳이 매트 위라고 인지하게 된 것이리라.
안전교육, 꾸준히 반복하기!
영유아기 때의 안전교육은 단호하고 구체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이해도 못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교육을 시켜? 아이는 말을 못해도,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교감하는 부모의 행동과 표정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 위험한 상황, 위험한 행동을 그때그때 바로 잡아주면서 일관적인 표정이나 행동을 보여주면 아이는 그것을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아이가 다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나는 "안되!"라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며 손가락으로 '안된다'는 표현을 해주었다. 아이의 물건이 아닌 것에 관심을 보일 때도, 주방 쪽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도, 물건을 입으로 가져갈 때도, 모서리가 있는 곳에 가까워질 때도. 단호한 목소리와 단호한 표정 그리고 손가락 표현도 함께.
아이는 기어다닐 때부터 꾸준히 반복한 안전교육의 효과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우리 아이는 주방 쪽으로는 절대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 아빠의 물건은 함부로 만지지도 않았다. 아이의 것이 아니면 항상 "이건 엄마꺼, 저건 아빠꺼야! 만지면 안 돼!"라고 바로 잡아주었기 때문이리라. 한 두번의 교육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비슷한 상황과 행동에서 지속적으로 반복해주면 아이는 그것을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이며 인지해나가는 것이다.
아이의 안전교육은 특히,
부모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아이가 두 돌쯤 되었을 때였다. 남편 친구가 아이와 함께 집에 놀러왔는데, 한 살이 더 많은 남자아이라 좀 걱정이 되었다. 걱정이 현실로 닥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남자아이는 3살인데도 남다른 발육으로 5살? 6살은 돼보였고, 딸만 둔 우리 부부가 귀동냥으로 들어왔던 소위 '아들은 다르다=힘들다'는 바로 그 소행(?)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남자아이는 우리집에 들어오자마자 전혀 낯을 가리지도 않았고, 꺼림도 없이, 제 집인양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녔다. 침대 위로 올라가 방방 뛰고, 서랍이란 서랍을 모두 열어 뒤집어놓았고, 소파에서 점프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단 1초도 가만 있질 않고 뛰어다니며 순식간에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았다... 무서웠다...
우리 아이는 그 아이의 옆에 다가가지 않았고, 조심스럽게 따라다니며 남자아이가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니, 주시하고 있었다. 특히, 아이는 자기 것을 마구 헤집어놓고 바닥에 던지며 노는 그 아이의 행동을 못마땅해했다. 자기 물건들을 하나씩 하나씩 주워 정리했지만 답이 없었다. 하룻밤 자고 갈 터라... 더욱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러다, 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를 내며 베란다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녁준비를 하던 나는 혹시 아이가 다쳤나 하고 휙 돌아보았는데, 남자아이가 비좁은 베란다문을 열고(힘도 센 아이였다, 그 문을 혼자 열었다니!) 맨발로 먼지 가득한 베란다 바닥에 발자욱을 내고 있었다. 맙소사! 남편도 그 상황을 보았고, 그대로 아이를 들어 욕실로 데려가 씻겼다.
우리 아이는 베란다문이 열려 있어도 절대 나가지 않는다. 당연하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교육을 수없이 시켜왔으니까. 그런데 남자아이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신이 나서 또다시 방방 뛰어다녔다. 그래, 베란다에 나간 게 무슨 대수라고! 하지만 문제는 그 남자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우리 부부의 태도였다.
남편 친구는 아들의 행동에 전혀 미동이 없었고, 우리는 남의 아이라 그 순간에 감히 야단을 칠 수도 없었다. 욕실로 데려가 씻기고 베란다문을 잠그는 수밖에.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아이는 베란다창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남자아이의 발자욱을 가리키고 서있었다.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내 짐작으로 미루어보아 아이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왜 저 아이는 안 혼나지?"
"베란다에 나가면 위험한데?"
"아빠는 왜 나만 안 된다 그러지?"
나는 그때 아이의 표정을 보고 바로 눈치챘다. 남편 친구와 아들이 다음날 돌아가고 나면 잘 이해시켜야 할 숙제가 남았구나... 하고 일단은 모른 척 했다.
아이는 그 후부터 거의 한달간 아빠를 밀어냈다. 아빠가 없을 때는 베란다창에 서서 "아빠... 아빠..." 했다. 아마도 "아빠가, 그 아이가 저렇게 했는데... 안 혼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남편에게 아이의 심정을 전달해주었다. 우리가 교육시킬 때 그 잣대는 똑같아야 한다고. 아이는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고. 우리가 일관성 있게 교육하고 훈육해야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남편도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서, 베란다 앞에서 아이에게 몇번이고 사과하면서 베란다에 나가는 것은 위험한 거라고 교육시켰다.
"아빠가 미안해. 그때 친구가 나갔지? 그럼 절대 안 되는 건데~ 다음에 또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줄게."
그리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우리는 베란다에 남아있는 그 아이의 발자욱과 함께 묵은 먼지까지 씻어냈다. 아이는 그제야 이해를 한 건지, 안심이 된 건지... 아빠를 용서한 듯 보였다.
아이의 '안전'은 어른의 '몫'
영유아기는 호기심이 아주 많고, 충동적이다. 무엇을 하는지도 잘 알지 못한 채 그저 새로운 세상을 탐색하느라 바쁜 아이에게 안전교육은 반드시 시작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직은 예측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위험'이라는 것을 "왜"가 아니라 "무조건"으로 일단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와 동갑내기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나의 절친은 우리 아이를 보며 신기해했다.
"어떻게 얘는 안 만져? 우리 애는 주방에 들어와서 냄비며 그릇이며 다 꺼내놓고 놀아. 난 "안 된다"는 말 하기가 좀 그래. 교육에 안좋을 것 같아. 그런데 며칠 전에는 칼을 만지고 있길래 식겁했잖아!
나는 다치고 후회하기 전에 "안 돼"라고 말하기를 권하고 싶다. 물론 위험요소가 있는 것은 사전에 차단시키는 방법도 좋겠지만, 있더라도 만지거나 다가가지 않도록 습관을 들이는 게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물건을 치우기보다 '위험한 또는 어른의 물건을 만지면 안 된다'는 교육을 선택했다. 그리고 엄마인 나 혼자 교육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빠의 지도가 일관성 있어야 한다. 때와 장소에 따라 조금의 변화는 있겠지만, 안전에 대한 잣대는 같아야 한다.
안전은 때와 장소를 가려서도 안 되고, 다음으로 미뤄서도 안 된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지금 당장, 필요할 때 곧장 시작해야 한다. 말도 못하는 아이에게? 물론이다! 끊임없이 반복하고, 알려주고, 바로 잡아주면 아이는 생각보다 더 빠른 시간에 습관으로 형성해간다.
단, 혼내라는 것이 아니다! 일관성 있게, 단호하게,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알려주라는 것이다. 아이의 안전은 무조건, 어른의 탓이라고 믿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