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프리카를 떠올릴때 기업활동이나 무역을 잘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폭발적 성장을 위해서 리스크 있는 투자를 감수해야하는 벤처의 영역인 스타트업과의 연계성을 떠올리는 것은 조금 더 생경한 일입니다. 하지만 젋은층 위주의 인구 구조와 그 성장의 잠재력을 생각한다면 결코 아프리카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배제하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더 나아가서 아프리카의 소비력 증진 없이 세계 경제의 다음 세대 성장을 상상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대륙의 자체적인 기업활동을 통한 생산과 소비의 성장을 이끌어 낼 것인가가 비단 아프리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 앞단에서는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스타트업들이 일선에 서게 될 것입니다. 이번 기획에서는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폭발적 성장과 조정기: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난 10년간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2015년에는 투자 유치를 받은 기술 스타트업이 100개 남짓이었으나 2022년에는 700개를 넘어서며 7배 이상 증가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이집트의 카이로, 케냐의 나이로비,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요하네스버그 등이 주요 허브로 부상했고, 가나 아크라, 르완다 키갈리,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세네갈 다카르 등도 신흥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은 모바일 결제 같은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비공식 유통망을 디지털화하고, 소규모 농가에 농기계 리스 기회를 제공하는 등 아프리카 현지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며 빠르게 시장을 개척해왔습니다.
투자 규모 추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벤처투자 한파는 물론 아프리카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2021년 최고치를 찍었던 아프리카 스타트업 투자액은 2022년 약 46억 달러까지 상승했다가 2023년 29억 달러로 감소, 2024년에는 22억 달러로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2024년 투자액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수준으로, 2022년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투자 건수 역시 감소하여, 연간 100만 달러 이상 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 수가 2022년 353개에서 2023년 209개, 2024년에는 188개로 줄었습니다. 특히 2022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벤처딜이 급감하는 가운데, 아프리카는 2022~2024년 사이 거래 건수가 52% 감소해 여타 지역보다 낙폭이 컸습니다. 이는 아직 생태계 형성 초기단계에 투자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글로벌 자본이 급격히 보수화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상반기 침체와 하반기 회복: 2024년 상반기 아프리카 스타트업들은 약 8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그쳐 연간 총액의 36%에 불과했고,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느린 출발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14억 달러로 자금조달이 급증하여 상반기 대비 75% 늘었고, 2023년 하반기와 비교해도 25% 증가하는 반등을 보였습니다. 이 부분적 회복은 두 건의 메가딜이 견인했습니다. 나이지리아 Moniepoint의 1억1천만 달러 투자 유치와 남아공 Tyme Bank의 2억5천만 달러 시리즈 D 라운드로, 각각 핀테크 유니콘 지위를 달성했습니다. 이러한 대형 투자 유입으로 2024년 하반기에 새롭게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이 탄생했고, 투자 심리에도 긍정적 신호를 주었습니다. 한편 2024년 전체 투자 중 부채 조달은 30% 비중으로 줄어, 이전보다 주식 투자 중심으로 재편되었는데, 이는 아프리카 스타트업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국가별 핵심 동향: 아프리카 투자시장은 이집트, 나이지리아, 케냐, 남아공의 이른바 ‘빅4’ 국가에 자금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23년의 경우 이들 주요국 모두 투자 건수는 줄었지만, 케냐와 남아공은 오히려 투자액이 증가하며 선방했습니다. 케냐 스타트업들은 2023년에 약 6억7천만 달러(전체의 28%)를 유치해 아프리카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주로 에너지 분야의 대형 투자 덕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케냐의 M-Kopa(태양광 에너지 금융)와 Sun King(가정용 태양광 솔루션)이 각각 3억1500만 달러, 1억5000만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 해당 분야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남아공도 2023년 투자액이 증가한 반면, 나이지리아와 이집트는 투자액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습니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2023년 약 4억 달러 투자 유치로 2022년 대비 59% 급감하며, 아프리카 내 투자 유치 순위가 1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는 글로벌 자본의 회수와 핀테크 규제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다만 프랑스어권 서아프리카 등 그간 주목도 낮았던 지역에서 현지 투자자들이 활약하며 거래가 늘어나는 등 지역 다변화 조짐도 보였습니다.
기타 트렌드: 투자 혹한기에 스타트업들은 비용 절감과 사업 재정비에 나섰고, 일부는 다운라운드나 브릿지 투자를 택하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창업자 비중이나 산업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 변화도 있습니다. 여성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 비율은 2023년에 높아진 분야들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2024년 6.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여 향후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됩니다. 한편 전통적으로 핀테크 쏠림이 컸던 시장에 클라이밋테크(에너지·기후)나 헬스테크, 바이오테크 등의 분야도 관심을 끌며 스타트업 업종이 다변화되는 추세입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핀테크 일변도에서 벗어나 리스크를 분산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들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핀테크(FinTech), 애그리테크(AgriTech), 헬스테크(HealthTech), 클라이밋테크(기후기술) 등이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분야입니다. 각 산업군의 특성과 대표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핀테크는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분야입니다. 금융 인프라가 미비한 아프리카에서 핀테크 기업들은 모바일 결제, 송금, 디지털 뱅킹 등으로 금융 포용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예를 들어 케냐의 M-Pesa는 은행 계좌가 없어도 휴대폰만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혁신을 일으켰고, 2021년에는 케냐 성인의 67%가 모바일 머니 계좌를 보유할 정도로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수요에 힘입어 핀테크 분야는 투자 유치 면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아프리카 전체 스타트업 중 투자 받은 핀테크 스타트업 비중은 약 38%로, 다음 순위권인 이커머스나 의료 분야(각 11%대)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비록 전년 대비 핀테크 스타트업 투자 건수가 86건에서 47건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가장 활발한 분야로 전체 투자액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실제로 2023년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투자 라운드들도 핀테크 기업에서 나왔는데, 이집트 MNT-하란(MNT-Halan)은 한 해에 무려 5억1천만 달러의 투자(주식+부채)를 유치하며 아프리카 역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현재까지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스타트업 10개 중 8개가 핀테크 기업일 정도로, 핀테크는 이 생태계의 유니콘을 가장 많이 배출한 분야입니다. 대표적인 핀테크 성공 사례로는 플러터웨이브(Flutterwave)와 치퍼캐시(Chipper Cash)(나이지리아/범아프리카 결제), 페이스택(Paystack)(나이지리아, 2020년 미국 Stripe에 인수) 등이 있으며, 모두 온라인 결제와 송금의 혁신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습니다. 핀테크의 성장은 모바일 보급과 맞물려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프리카 경제에서 농업은 GDP의 약 20%, 고용의 5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지만, 영세한 소농 위주의 구조와 인프라 부족으로 생산성과 유통 효율이 낮은 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장한 것이 애그리테크 스타트업들입니다. 이들은 농업 가치사슬 전반에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데, 예컨대 정밀 농업 플랫폼, 농산물 유통 마켓플레이스, 농기계 공유 서비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케냐의 트위가 푸즈(Twiga Foods)는 농산물 공급망을 효율화하여 농부와 소매상을 직접 연결해주고 있고, 나이지리아의 헬로 트랙터(Hello Tractor)는 ‘농촌의 우버’라 불리며 농기계가 없는 농가도 트랙터를 임대해 쓸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또한 Apollo Agriculture(케냐)처럼 소농에게 농자재 금융과 보험을 제공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스타트업도 성장 중입니다. 아직 이 분야가 차지하는 투자 비중은 2022년 기준 3.9%에 불과했을 만큼 초기 단계지만, 시장 잠재력은 2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며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아프리카 농테크 스타트업들은 총 9,400만 달러를 유치하여 전 세계 농테크 투자의 17%를 차지했고, 그중 59%가 케냐 기업에 몰릴 정도로 케냐가 선도하고 있습니다. 농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애그리테크는 사회적 임팩트와 시장성을 겸비한 분야로서 향후 고성장이 기대됩니다.
헬스테크는 의료 접근성과 공급의 격차를 해소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주도하는 분야입니다. 아프리카는 1인당 의사 수나 병상 수가 낮고 지역별 의료 불균형이 심한데, 모바일 기술과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원격의료(telemedicine) 서비스, 온라인 약국/의약품 유통, 전자 의료기록 플랫폼(EMR) 등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나의 엠파마(mPharma)는 약국 체인과 재고관리 플랫폼을 통해 의약품 가격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여 3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나이지리아의 헬리움 헬스(Helium Health)도 병원 전자의무기록 SaaS를 선보여 3천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헬스 분야는 2020년대 들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져, 최근 3년간 아프리카 헬스테크 분야에만 5억5천만 달러 이상의 자본이 유입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헬스테크 분야에서 여성 창업자들이 전체 투자금의 31%를 차지할 정도로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 분야에 비해 성별 다양성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의미로, 헬스테크가 사회 문제 해결과 포용적 성장을 함께 이루는 분야임을 보여줍니다. 예컨대 케냐의 Kasha는 여성용 헬스케어 제품의 이커머스를 운영하며 여성 창업자가 이끌어 2023년 대규모 투자를 받았고, 이집트의 Vezeeta는 온라인으로 의사 예약과 약 배달을 제공해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이처럼 헬스테크 스타트업들은 공공의료가 부족한 틈새를 메우며 동시에 수익모델을 구축, 투자자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클라이밋테크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에너지 접근성 등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분야로, 최근 아프리카에서 가파르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에너지 인프라가 취약해 여전히 약 6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전력망 밖에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홍수 등에도 취약한 지역이 많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여 등장한 것이 재생에너지, 기후 적응 기술, 탄소절감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접근을 높인 대표 사례로는 앞서 언급한 케냐의 M-Kopa와 Sun King이 있습니다. M-Kopa는 저소득 가정에도 태양광 패널과 가전제품을 할부로 제공하는 모델로 전력 접근성을 크게 높였고, 2023년에만 3억 달러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Sun King은 가정용 태양광 랜턴 보급으로 시작해 에너지 금융까지 확장하며 2023년 1억5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또한 청정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르완다의 Ampersand(전기 오토바이 교체식 배터리 서비스) 등이 친환경 대안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드론 물류를 활용한 혁신도 있는데, 특히 르완다의 Zipline은 의료 드론 배송을 통해 도로 인프라 제약을 뛰어넘어 긴급 의약품을 공급하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이처럼 기후/에너지 분야 스타트업들은 기존 인프라의 부재를 기술로 leapfrog하는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투자자들도 이러한 임팩트와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에는 케냐의 에너지 스타트업 두 곳이 거액의 투자를 받으면서 클라이밋테크가 전체 투자 시장을 방어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클라이밋테크는 향후 국제 기후자금과 연계된 투자도 기대되며, 친환경 혁신에 대한 글로벌한 관심 속에 아프리카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위의 주요 산업군들을 요약하면, 핀테크는 금융포용과 투자 규모 면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애그리테크는 거대한 농업시장의 디지털화 기회를 노리며, 헬스테크는 의료격차 해소와 함께 투자 성장세를 보이고, 클라이밋테크는 인프라 한계를 뛰어넘는 청정기술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별 특화 스타트업들의 성과가 전체 아프리카 기술 생태계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 풀은 매우 국제적입니다. 전반적으로 현지 자본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 의존도가 높지만, 최근에는 아프리카 지역 투자자들도 점차 성장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구성은 크게 (i) 글로벌 투자자, (ii) 지역 투자자, (iii) 개발금융기관 및 공공부문 투자자 세 그룹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 아프리카 스타트업 투자금의 약 80%는 유럽, 북미, 아시아 등 해외에서 유입되고 있습니다ifc.org. 글로벌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기술 기업들의 전략적 투자 등이 주류를 이루며, 실리콘밸리의 Y 콤비네이터(Y Combinator), 500스타트업과 같은 액셀러레이터들도 아프리카 스타트업을 다수 배출했습니다. 실제로 YC 출신 아프리카 스타트업만 수십 개에 달하고, 미국계 투자사인 Sequoia Capital이나 Tiger Global,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이 핀테크 유니콘 라운드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다만 해외 투자 자본은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급격히 방향을 바꾸는 경향이 있어, 2022년 이후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 실제로 많은 외국인이 투자를 철회하거나 관망하면서 아프리카 투자 급감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해외 투자자들은 언어나 법제 등이 친숙한 전통적 식민 관계국 위주(영미권 투자자는 영어권 국가, 프랑스계 투자자는 불어권 서아프리카 등)로 투자처를 좁히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시장 잠재력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속되고 있으며, 구글이 아프리카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하고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이 현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전략적 투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역 투자자: 아프리카 현지 벤처캐피탈과 엔젤 투자자들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남아공의 나스퍼스(Naspers)나 아프리카50 펀드 등 대형 투자사뿐 아니라, 각국의 신생 VC 펀드와 기업형 VC들이 속속 등장하여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는 중입니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의 Future Africa, Ventures Platform, 케냐의 Novastar Ventures, Ghana Tech Lab 등은 지역 스타트업에 특화된 펀드들입니다. 특히 프랑스어권 아프리카에서는 현지 투자자들이 중심이 되어 이전까지 글로벌 레이더에 덜 포착된 국가들(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등)의 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Partech Africa의 파트너 Tidjane Deme는 2023년 인터뷰에서 “로컬 투자자들이 주요 4개국 외의 프랑코폰 국가들에서 거래와 투자를 꾸준히 성장시켜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아프리카 내부 자본이 투자 지형을 다변화하는 긍정적 신호입니다. 더불어 아프리카 각국 정부나 부유층을 중심으로 엔젤 투자 네트워크도 형성되고 있으며, 스타트업 피치 이벤트와 스타트업 경진대회 등에 지역 투자자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전체 파이에서 현지 사모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국내 투자 생태계 육성은 향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3년 나이지리아와 가나는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의 벤처투자 참여를 확대하는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개발금융기관 및 공공투자: 국제개발금융기관(DFI)들과 각국 정부의 공적자금도 아프리카 스타트업 투자에 중요한 축입니다. 세계은행 산하 IFC, 영국의 CDC(現 BII), 프랑스 개발청(Proparco), 아프리카개발은행 등의 기관들은 임팩트 투자와 보조금/출연 형태로 초기 스타트업에 자금을 공급하거나 VC 펀드에 출자함으로써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아프리카 VC 펀드들이 이러한 DFI들의 출자를 받아 결성되고 있습니다. DFI 자금은 민간 투자자들이 위험해 하는 초기 단계나 혁신 영역에 적극 투입되어 리스크 완충재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IFC는 아프리카 핀테크, 기후테크 분야에 직접 투자 포트폴리오를 늘려오고 있고, 혁신 기금(예: 옐로우 튜브 펀드 등 각국 혁신펀드)을 통해 정부도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는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벤처 부채(Venture Debt) 등 새로운 자본 조달 수단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DFI 주도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공 부문의 자금은 민간 투자 붐이 꺼진 시기에도 꾸준히 투입되어 스타트업 생태계의 안전판 역할을 해주고 있으며, 점차 연기금·대학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속 성장하려면 성공적인 엑시트(exit) 사례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출구전략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고 다시 재투자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북미나 아시아에 비하면 엑시트 빈도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간 의미있는 인수합병(M&A)과 IPO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생태계에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IPO(기업공개): 아프리카 스타트업의 IPO는 현재까지 드문 편이지만, 주요 이정표가 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2019년 나이지리아 기반의 이커머스 기업 주미아(Jumia)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며 “아프리카 최초의 유니콘 IPO”로 주목받았습니다. 또한 이집트의 모빌리티 기업 스위블(Swvl)은 2022년 미국에서 SPAC 합병을 통한 나스닥 상장을 시도하여 일시적으로 기업가치 15억 달러 수준을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후 주가 하락과 시장 변동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상장의 어려움을 보여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IPO 사례들은 국제 자본시장에 아프리카 스타트업을 각인시켰고, 향후 더 많은 아프리카 기업들이 해외 증시에 도전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습니다.'
M&A(인수합병): 현 시점 아프리카 스타트업 엑시트의 주류는 M&A 형태입니다. 2024년 한 해 발표된 스타트업 인수 사례는 22건으로 집계되어 전년(20건)보다 소폭 증가했습니다.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주체는 글로벌 대기업, 아프리카 지역 기업, 다른 스타트업 간 합병 등 다양합니다. 몇 가지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인수: 2024년 미국의 거대 HR테크 기업 Deel은 남아공의 페이롤 소프트웨어 회사 페이스페이스(PaySpace)를 인수했습니다. PaySpace는 44개국에서 14,000개 이상의 고객사를 보유한 인사·급여 SaaS로, 이번 거래는 Deel이 아프리카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됩니다. 이는 해외 기업이 아프리카의 유망 B2B 소프트웨어 기업을 흡수한 사례로, 아프리카 스타트업이 글로벌 M&A 레이더에 포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밖에도 미국 Stripe가 2020년 나이지리아 핀테크 Paystack을 약 2억 달러에 인수한 것, 영국의 WorldRemit이 2021년 케냐/우간다 기반 송금 스타트업 Sendwave를 5억 달러 규모에 인수한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현지 대기업/기관의 인수: 아프리카 내 전통 기업들도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아공의 거대 보험사 Santam은 2024년 현지 홈서비스 중개 스타트업 Kandua를 인수하여 자체 플랫폼(Home+)에 통합시켰습니다. 또 남아공 금융그룹 Lesaka는 2024년 자국 핀테크 결제 기업 Adumo를 8,590만 달러에 인수하며 핀테크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이처럼 전통 기업과 스타트업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스타트업은 넓은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기업은 혁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상호 이득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간 대형 합병: 2024년에는 아프리카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으로 불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동아프리카 B2B 전자상거래 유통 1위인 케냐의 Wasoko와 북아프리카 유통 강자 이집트의 MaxAB가 8월에 합병을 완료한 것입니다. 이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법인은 케냐, 탄자니아, 이집트, 모로코 등지에서 45만 개 이상의 소매상점을 고객으로 확보한 초대형 유통·물류 스타트업이 되었고, 지역적으로 떨어진 동아프리카와 북아프리카 시장을 잇는 범아프리카 기업이란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두 회사는 모두 소매점 대상 식료품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며 성장해왔는데, 합병을 통해 범대륙 규모의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체 PB상품 및 핀테크 솔루션까지 제공하여 아프리카 비공식 소매시장(6000억 달러 규모)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밝혔습니다. 이 사례는 아프리카 스타트업들도 규모의 경제와 시장 통합 전략을 추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며, 투자자들에게도 보다 큰 스케일의 엑시트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외에도 알제리의 슈퍼앱 Yassir가 튀니지의 배달 스타트업 KooL을 인수해 북아프리카 지역 입지를 넓히는 등, 동종·인접 시장 스타트업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M&A 활황은 한편으로는 자금 경색기에 살아남기 위한 선택지로 나타났지만, 동시에 엑시트가 현실화되며 투자 회수 사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인수·합병 등 엑시트 사례의 축적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새로운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2023~24년의 연이은 엑시트 뉴스들은 그간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의구심을 누그러뜨리고, 아프리카 테크 기업들도 충분히 수익화와 매각이 가능한 비즈니스임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엑시트가 기대됩니다. 현재 아프리카 주요 스타트업 중에는 글로벌 IPO를 준비하는 곳들도 있고, 현지 증시에 상장해 지역 투자자들에게 다가가는 전략도 모색되고 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 진출을 원하는 해외 중견기업들의 인수 타깃으로 아프리카 스타트업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큽니다. 이런 흐름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회수 경로 확보로 이어져 아프리카 VC 투자를 한층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들이 직면한 환경적 제약은 분명 존재합니다. 규제의 장벽, 열악한 인프라, 부족한 자본은 창업자들이 흔히 꼽는 3대 어려움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창의적 혁신으로 돌파한 사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규제 환경: 아프리카 각국의 제도와 규제는 신사업에 필수적인 법·제도적 토대가 아직 완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핀테크만 해도 전자결제 면허, 외환 규제, 암호화폐 규제 등 넘어야 할 허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는 2021년 중앙은행이 암호화폐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면서 관련 스타트업들이 타격을 입었고, 케냐도 디지털 대출 스타트업에 고금리 제한 규제를 도입해 업계 조정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들은 규제 대응력을 키우며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해 혁신 서비스를 시험할 기회를 주고 있는데, 르완다 중앙은행, 남아공 IFWG 등이 핀테크 샌드박스를 운영 중입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과 규제기관이 소통하면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사업을 전개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 스타트업들은 규제 준수(컴플라이언스)를 경쟁력으로 삼아, 초기부터 라이선스 취득과 정부 협력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기도 합니다. 케냐 정부는 모바일 결제 확산 초기 M-Pesa를 포용 규제로 지원하여 혁신을 촉진한 대표적 예입니다. 반대로 규제가 뒤따라오지 못하면 시장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핀테크 연합이나 핀테크 협회 등이 정책건의를 활발히 하는 등 민관 협력 움직임도 커지고 있습니다. 규제 문제는 단기간에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지만, 정부의 인식 변화와 스타트업들의 노력으로 점차 혁신 친화적 환경이 조성되는 추세입니다.
인프라 및 접근성: 물리적 인프라 부족도 큰 제약입니다. 아프리카는 상당 지역에서 전기, 통신, 물류 인프라가 미흡하여 사업 전개에 애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 인구의 40% 가량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고ifc.org, 도로·물류망이 열악해 정시 배송이나 콜드체인 구축이 어렵습니다. 또한 많은 가구에 정식 주소 체계가 없어 택배 배송이 힘든 곳도 있습니다ifc.org. 하지만 스타트업들은 이런 인프라 격차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혁신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전통 인프라를 기다리지 않고 대체 솔루션으로 leapfrog하는 전략이 두드러지는데, 앞서 언급한 모바일 머니의 성공이 그 예입니다. 은행 지점망이 부족한 현실을 휴대폰 기반 금융으로 뛰어넘어 케냐 등에서 금융 접근성 혁명을 이루었고, 이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전력 인프라 부족 문제도 태양광과 배터리 기술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M-Kopa나 d.light 같은 에너지 스타트업들은 가정용 태양광 키트를 보급하여 전력망이 닿지 않는 가구에 빛을 제공했고, PayGo(할부결제) 모델을 접목해 저소득층도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펼쳤습니다. 물류 인프라의 제약 역시 드론 배송, 오토바이 물류 플랫폼 등으로 극복 중입니다. Zipline은 흙길 산간 지역도 드론으로 수십 분 내 의료품을 배달해 긴급 상황에 대응함으로써 도로 인프라 문제를 해결했고, 나이지리아의 Kobo360 등 화물 매칭 스타트업은 트럭 운송망을 효율화하여 물류비 절감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들은 자체 물류망 구축, 픽업 포인트 운영 등으로 주소 체계 미비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프리카 스타트업들은 인프라 문제를 창의적으로 우회하거나, 아예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이중 전략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문제 해결과 시장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는 모델로 각국 정부와 개발기관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분야입니다.
자본 및 금융환경: 앞서 투자 동향에서 살펴봤듯이, 아프리카 스타트업들은 만성적인 자본 부족에 시달려 왔습니다. 전 세계 VC 투자의 극히 일부만이 아프리카에 배분되고 있고, 로컬 자본시장 미성숙으로 해외 자본 의존도가 높았습니다ifc.org. 이로 인해 2022년 이후 글로벌 투자위축기에 아프리카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성장 정체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혁신적인 조달 전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매출 기반 금융이나 벤처 부채 같은 대체 투자수단이 도입되어 지분 희석 없이 자금을 확보하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또 앞서 언급한 개발금융기관의 역할 강화로, 민간 VC가 주저하는 초기 단계나 지방 기업에 대한 보조금·투자 혼합금융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 차원에서도 스타트업 지원 펀드 조성, 세제 혜택 등으로 창업 자본 공급을 늘리는 중입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는 중앙은행 산하 혁신기금을 통해 핀테크 투자에 출자하고,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젊은 창업자를 위한 대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자체적으로도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린 스타트업 방식으로 소규모로 시작해 사용자 확보 후 점진적 투자유치를 하거나, 국제 컴피티션과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아프리카 핀테크들이 걸프지역(중동) 투자자금 유치에 성공하는 등 신규 자본원 발굴 사례도 늘었습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Wasoko–MaxAB 합병 같은 움직임은 개별 기업들이 단독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 합병을 통한 규모 확대로 투자 유치를 용이하게 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투자 한파 속에서도 살아남은 유망 스타트업들은 오히려 내실을 다지며 투자가 재개될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침체를 견디고 살아남은 스타트업들이 더 높은 품질의 기업으로 인정받아, 한 단계 성숙한 생태계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즉, 제한 요인을 인정하고 그에 맞춰 진화하는 과정 자체가 생태계의 체질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아프리카는 일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글로벌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인구 구조, 디지털 확산률, 그리고 거시적 트렌드 등 여러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구 규모와 구조: 아프리카는 인구 측면에서 21세기 세계 경제의 게임체인저로 꼽힙니다. 현재 아프리카 인구는 약 14억 명으로 세계의 17% 정도이지만, 2050년경 25억 명에 육박하며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청년 인구 비중이 매우 높아 평균 연령이 불과 19세 남짓으로 세계에서 가장 젊습니다. 이는 곧 거대한 미래 소비층이자 노동력 풀이 형성된다는 뜻으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폭발적인 사용자 기반과 인재 확보의 용이성을 의미합니다. 인구가 젊고 빠르게 증가하는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소비와 생산의 쌍끌이 성장을 견인할 것이며, 이는 선진국 시장이 인구 정체로 성장 둔화를 겪는 상황에서 매우 대비되는 강점입니다. 또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2030년엔 아프리카 내 대도시가 40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인데, 이는 도시형 디지털 서비스의 수요가 폭증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요컨대 인구학적 추세만 놓고 보면, 아프리카는 향후 수십년간 세계 경제 성장의 중심 중 하나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도약: 아프리카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뒤처졌지만, 디지털 혁명 시대에는 오히려 앞서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모바일 통신의 보급이 그 대표 사례로,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통신 인프라가 열악하던 아프리카에 2000년대 휴대전화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20년 만에 전체 인구 대비 휴대폰 가입자 수가 90%에 육박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유선전화망을 건너뛰고 곧바로 무선통신으로 기술 도약(leapfrogging)에 성공한 것으로, 다른 신흥 지역과 구분되는 아프리카만의 특징입니다. 이러한 모바일 퍼스트 환경은 스타트업들에게 유리한 토양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되며 사람들의 디지털 서비스 수용도가 높아졌고, 덕분에 스타트업들이 혁신 서비스를 대중에게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도 남아 있습니다. 2024년 현재 아프리카 인구 중 인터넷 사용자 비율은 약 38%로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g, 역으로 말하면 성장 잠재력이 막대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브로드밴드 인프라 확충과 스마트폰 가격 하락으로 향후 수억 명의 신규 인터넷 사용자가 등장할 것이고, 이는 스타트업들의 잠재 고객 급증을 의미합니다. 또한 디지털 혁신 수용도 면에서 아프리카 젊은 층은 이미 SNS, 모바일 결제 등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하여, 새로운 앱이나 서비스를 시도하는 데 거부감이 낮습니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전환 시대에 아프리카는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라 거대한 신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제2의 모바일 붐”으로 불릴 만큼 스타트업에게 유례없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미충족 수요와 문제 해결을 통한 사업기회: 아프리카에는 기본 서비스의 미충족 수요가 광범위합니다. 금융, 교육, 의료, 에너지, 물류 등 기초 인프라와 서비스에서 공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채워주는 비즈니스는 곧바로 대규모 시장과 연결됩니다. 예컨대 수억 명이 은행 계좌가 없으니 모바일뱅킹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전력망 미비로 태양광 홈시스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또 수입품 가격이 비싸니 이커머스가 번창하고, 교육 기회 부족으로 에드테크가 각광받는 식입니다. 이런 빈 공간(white space)이 넓다는 것은 스타트업에게 무한한 사업 기회가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기업이 장악한 영역도 아프리카에선 초기 단계인 경우가 많아,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일례로 서구에서는 포화시장인 결제 서비스도 아프리카에서는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아 핀테크 스타트업이 금융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왜 지금 아프리카인가?”에 대한 답은, 문제가 있는 곳에 해법을 내놓으면 곧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임팩트 투자처로서도 아프리카 스타트업은 매력이 커, ESG를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흐름과도 맞아떨어집니다.
글로벌 자본의 새로운 활로: 투자자 관점에서 아프리카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고수익 추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시장입니다. 북미, 유럽, 중국 등 기존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성장성이 낮아지는 반면, 아프리카는 초기 시장(first mover advantage)으로서 진입하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실제로 2021년 아프리카 스타트업 투자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을 때,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아프리카에 눈을 돌린 바 있습니다. 그 이후 경기 변동으로 조정은 있었지만, 장기 투자자들은 여전히 아프리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과 아시아의 자본이 최근 아프리카로 유입되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예를 들어 두바이, 사우디 등의 투자펀드들은 아프리카 핀테크와 물류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며 지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의 여러 임팩트 펀드, 연기금 등도 성장성이 높은 아프리카 대체투자를 늘리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글로벌 투자 흐름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성공 사례 축적과 함께 자생적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다시 말해, “왜 아프리카인가”에 대한 답은 투자자에게는 미래의 성장 동력을 선점하는 전략적 포석이자, 스타트업에게는 사회 문제 해결과 글로벌 확장의 발판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는 “높은 성장 잠재력”과 “독특한 도전 과제”를 동시에 지닌 시장입니다. 최근 몇 년간 투자 증감의 롤러코스터를 겪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더 많은 창업과 더 큰 투자로 나아가는 방향입니다. 핀테크, 애그리테크, 헬스테크, 기후테크 등 주요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업들이 속속 등장해 실생활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면서 사회·경제적 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투자자 구성도 다변화되고 엑시트 사례도 늘어, 생태계 선순환의 기틀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물론 규제 미비나 인프라 한계 등 산 넘어 산이 있지만, 이를 기회 삼아 혁신을 창출하는 기업가 정신이 아프리카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내외 벤처투자자 및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스타트업 관계자라면, 이러한 아프리카의 역동적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아프리카인가”에 대한 답은 곧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구구조가 크게 바뀌고 디지털 경제가 꽃피우는 다음 무대로서, 아프리카는 더 이상 주변부 시장이 아닙니다. 한류 콘텐츠가 아프리카에서 인기를 얻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는 등 한국과 아프리카의 경제적 연결성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과 투자자들도 아프리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문화적 차이, 현지 네트워크 구축 등의 준비 작업이 필요하므로,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작은 실험부터 시작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는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말처럼 보이지만, 가장 필요한 곳에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과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보람된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본 기획에서는 이제 마지막 남은 스타트업 프론티어로 일컬어지는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내 지역 및 국가별로 향후 어떤 혁신 스토리가 펼쳐질지 주목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