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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새벽 Oct 13. 2022

식민지 출신과 제국주의

왜 구태여 식민지출신이 제국주의를 긍정하여야 하는가 


죠지 오웰은 '코끼리를 쏘다'를 통해서 식민지 관료(경찰)로서 근무했던 경험을 풀면서, 제국주의와 식민지배에 대한 환멸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는 당시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버마(=미얀마)인들의 어떤 취약함이나 부족함이 억압적 형태로 나타나는 제국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한다고 보지 않았다. 


식민통치를 받게되고, 자신의 나라 안에서 스스로 2등시민으로 전락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기 쉬운 상황이 아니다. 비록 그 나라가 이미 몰락한 것과 같은 침체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일본의 조선병합과 그에 따른 장기적인 식민지배가 모순축적이 너무 심해져서 오직 쇠퇴의 기로에 들어서고 있던 조선의 낡은 역사의 고리를 끊어낸 것이라거나, 일제가 도입한 근대문물과 각종 기반시설이 광복후 현대화의 기틀이 되었는지, 강요된 근대화라고 하여도 이를 통해서 보다 일반적으로는 삶의 수준이 개선되었었는지에 대하여는 어쩌면 진지하게 논의해볼 수도 있다. 


다만, 외세에 의한 정복과 그로 인하여 전체 국민의 2등 시민화에 따른 트라우마적인 열패감이 그러한 실체가 없다고 치부하는 것은 오만하다. 문화적 배경을 떠나 존재할 수 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문화 자체를 열등한 것으로 지우려는 시도 속에 그 마음이 온전할 수 있겠는가. 


여담인데, 진정으로 다원화된 민주국가라면 2등 시민의 개념은 존재할 수 없으므로 이런 국가에 병합되었다면 어쩌면 


반대로는 만약 식민지화 되어 2등 시민으로 전락하였더라도, 차후 그 사회가 진정한 민주국가로서 통합되었다면 적어도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그러한 억압의 이슈가 없어야 한다는 것인데, 일본은 온연한 민주국가라고 보기도 어렵고, 자이니치 들이 겪은 차별 등을 보았을 때, 조선인이 일본 사회로 통합되었다고 하여도 지속적으로 겪었을 차별 역시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식민지배의 긍정론의 핵심은 '약자는 강자에게 수그리고 그 질서를 받아들여야 한다'에 있다. 그것이 세상의 원리와 질서이고, 그러므로 스스로 강해지지 못한 자는 마땅히 강자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강자가 약자를 짓밟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 이 사고의 본질이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그들이 솔직했으면 좋겠다. 약자는 스스로 존재할 가치가 없으니 강자에 붙어서 떨어지는 콩고물 정도를 간신히 얻어 먹으며 살면 되고, 약자인 것은 오직 부끄러울 따름이니 자기 말도 하지 않고 닥치고 이 질서에 순응하거나 강자의 (열등한) 일부가 되라고. 


저열할지언정 이와 같은 감상을 솔직히 들어내는 이들이 차라리 낫다. 


그냥 대놓고 나는 제국도 건설하고 중국에서 난징 대학살도 일으키고 미국 상대로도 전행할 능력과 배짱의 일본이 존나 좋다고. 우리가 그런 나라였으면 좋았는데 하필이면 혈통이 식민지 출신이라 존나 수치스럽다고. 


그래서 친일파 하고 싶다고.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했으면 좋겠다. 


오히려 나는 그것은 경멸하면서도 일부 존중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무슨 식민지 출신의 자성적 성찰이고 균형잡힌 시선인 것 마냥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토가 나온다. 거울은 보고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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