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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

구병모

by 김알옹

이미 <파과>로 절대적 인기를 얻은 작가님이고, 이 <절창>도 분명 인기를 끌 작품이지만 난 약간 실망했다. 단편집 속 하나의 단편이 망하면 다른 단편으로 얼른 메꾸면 되지만 장편이 망하면 뭘로 메꿔야 하나요.


이야기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작가님 문장 잘 쓰시는 거 알겠는데, 서사가 별로인 내용을 문장으로 아무리 채워 넣어봤자 재미가 살아나진 않는다. 반전도 그다지 놀랍지 않고 '책'을 매개로 하는 설정도 별 매력 없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쿨한 척하면서 결국 자기 힘으로는 아무것도 못하고 남주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는 여주의 수동적인 모습이 마치 어설프게 폼 잡는 마초 작가의 누아르를 보는 것 같아서 꽤나 불편하다. 그리고 미성년자끼리 처음 만나서 성인이 된 게 아니고, 미성년자 여주를 성인 남주가 그루밍하고 감금하는 내용인데 이거 문제없나?


- 어둠의 사업을 운영하는 재벌가 자식인 남주.

- 보육원에 있다가 우연히 남주에게 능력이 발견되어 남주에게 그루밍+가스라이팅을 당하며 감금당하고 능력을 갈취당하는 여주.

- 기타 선생님과 독서 선생님의 사연.

- 나름의 액션 장면.


365_days.jpg 가스라이팅 감금 스릴러라고 하니 넷플릭스의 <365일>이 떠올랐다. 물론 보지는 않았다... 야하다고 하지만 진짜 안 봤다...(출처: 넷플릭스)


스타일리시 비주얼 감금 초능력 로맨스라니 넷플릭스가 입맛을 다실 수도 있다. 하지만 뛰어난 문장을 쓰는 작가님의 소설이 영상으로 어설프게 소비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이 소설은 영상화하지 말았음 한다.


지금까지 쓰신 좋은 작품들을 믿고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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