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혜
이 이야기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다.
첫 문장부터 강하게 시작한다. 서문의 끝에서도 아래와 같은 설명으로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몹시 기대하게 한다.
이야기가 인물이고 배경이고 사건이다. 이야기가 머리고 몸통이고 꼬리다. 그러나 이 이야기 안에서 당신이 만날 이야기가 마침내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는 나도 당신도 알 수가 없다. 우리는 그저 선택될 뿐이다.
두 번의 유산을 거치고 아이 갖기를 포기했는데 남편이 바람이 나서 이혼한 태지혜, 할머니의 손에 자라 구애하던 남편과 결혼해 딸 하나가 있는데 그 딸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독립하겠다고 속을 긁어 속상한 송기주, 재벌 사모님의 운전기사로 일하며 가족보다 사모님에게 더 충성한 아버지를 둬서 큰 상처를 받았고 학원강사로 일하면서 어머니 사후에 아버지와 같은 집에 살지만 마주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는 반지영. 우리 곁에 있을 법한 40대 여성 세 명의 이야기가 탐스러운 삼색 설탕을 넣어 통 안에서 빙빙 돌면서 영롱하게 빚어지는 솜사탕처럼 펼쳐진다. 책의 중반부까지는 세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진 않는다. 작가님이 서문에서 자신 있게 말한 대로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정말 제목대로 '여름철 대삼각형'의 각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태지혜의 전남편의 누나 성희에게 우주라는 딸이 있는데, 어느 날 이 아이가 임신했다며 가출하여 태지혜의 집에 머물며 중절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갑자기 세 여자가 사실은 우연한 계기로 만나서 단톡방에서 서로 온라인상으로 교류하는 관계였다는 설정이 등장하고, 태지혜-우주-송기주-시오-반지영 다섯 명이 갑자기 전라도 무주로 반딧불이를 보러 여행을 떠난다. 각자 사연이 있는 등장인물들은 여행 중에 서로 울고 웃으며 각자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무주의 여행 프로그램 중 별자리 관측에서 함께 관측한 여름철 대삼각형은 베가(거문고자리의 가장 밝은 별. 직녀성) - 알타이르(독수리자리의 알파성. 견우성) - 데네브(백조자리의 알파성)를 이은 삼각형이다.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인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삼각형으로 이어주는 목적으로 등장시켰겠지만, 좀 작위적이었달까. 셋이 합체(?)하면서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설탕들이 섞여서 까만색이 되어버린다.
이야기들이 빛을 잃고 평범한 연대와 치유의 이야기로 변모해서 좀 실망하며 결말까지 이르렀는데, 갑자기 2024년 12월이 등장하고 이들은 여의도 앞에서 윤석열 퇴진을 함께 외치며 더 공고한 관계를 다져나간다. 물론 우리가 그 계엄 때문에 전국민적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점은 인정하고, 소설은... 그래...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소설가의 책무지...
이 소설은 셋이 만나기 전까지의 이야기만 참 좋았다. '연대'가 당면한 여러 사회문제들의 해결책이 될 수는 있겠지만, 소설 안에서는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이야기들이 지나가고 나니 남는 건 '무주 여행이나 한 번 가볼까?'라는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