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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neim Dec 11. 2019

회사에도 가십(gossip)은 필요하다.

뒷담화의 긍정적인 효과와 소통에 대해

이날도 다른 날과 똑같이 복잡한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맡기고 평소와 똑같은 피곤함과 

오늘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며 출근을 했다.  


자리에 앉아 PC를 켜고 오늘 해야 하는 일정표를 확인하고 메신저를 실행했는데

이상하게 메신저가 작동하지 않았다. 전산 쪽에 문제가 있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그룹 포털에 새로 올라온 공지사항이나 게시물을 하나 씩 읽고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공지사항이 있었는데 [정보보호 관리강화 안내] 라는 글이었다.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만들고 주기적을 바꿔라 라던지 스팸메일 조심해라 라는 이전의 보안 조치들과 비슷한 일상적인 내용이었는데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조치가 있었다. 


[불법 파일 전송 및 악성코드 사내 유입 예방을 위해 메신저 사용 차단]


라는 내용을 보자마자 내가 잘못 본건가? 라는 말과 설마 그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한 줄과 오늘부터 시행하겠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그들은 왜 메신저를 없애야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린 걸까?

친했던 선배이자 팀장님은 어느 날 점심을 같이 먹으며 "팀원들에게 일에 대해 질책하거나 피드백한 후 자리에 돌아가 빠르게 키보드 치는 소리가 참 무섭다."라고 한 적이 있었다.


팀장 역할로서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질책도 하고 피드백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생기는데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하고 나면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후 자리에 돌아가 순간 다다닥 키보드 치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릴 때면 "아. 내 욕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착한 팀장 역할이나 할걸 이라고 다짐하게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회사 인사평가 시즌이나 승진시험 결과 발표, 인센티브 지급  등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무성한 소문들이 여기저기 생긴다. 그 소문들 중에는 근거가 없는 것도 있고 오해가 있는 일, 

또는 누군가를 시기하거나 나쁜 의도를 가지고 생기는 소문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회사나 3명 이상이 모이면 이런 소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관리자들은 이런 소문이 불편하고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필자가 속한 회사 또한 다른 회사들과 다르지 않았으나 선택에 있어서는 다른 회사들과 달랐다.


가십(gossip)은 직원들의 공동체 형성과 조직 소통에 있어서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필자가 사례에서 얘기한 소문. 즉 가십은 조직이라면 반드시 있는 것들이다. 

사회에서도 가십은 존재하며 우리가 보는 뉴스에서도 이런 가십들은 넘쳐난다.

* 가십(gossip) : 신문·잡지 등에서, 유명한 사람의 사생활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은 기사. 순화어는 `촌평'.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사의 험담(일명 뒷담화)이나 소문에 대해 얘기 안 해본 사람은 없다. 
특히 점심을 먹을 때 이런 가십을 항상 얘기하게 되는데 상사의 험담을 하면서 묘한 공감대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상사가 없는 회식자리에서는 이만한 안주가 없다는 얘기도 듣는다. 

가십을 통해 직장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유대감,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등을 느끼게 되고 일하는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존재한다. 

* 물론 근거 없는 소문이나 누군가를 깎아내리려는 악의적인 가십은 서로 조심해야 한다.


다시 친했던 선배이자 팀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나도. 그 친구(팀원)가 자리에 돌아가서 메신저로 내 욕을 하는 것을 알아. 나도 옛날에는 그랬고 그러면서 직장생활 스트레스 푸는 거잖아. 나도 사람이니까 신경은 쓰이지만 내가 그걸 못하게 막아버리면 무슨 재미로 직장 생활하겠어."




그럼에도 회사에 가십(Gossip)은 필요하다.

회사의 경영자들과 리더들 입장에서는 조직에서 생기는 가십이 불편할 수 있다.

특히 민감한 이슈나 회사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돌 때면 메신저 차단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생각할 수도 있다. 

가십을 없애기 위해 의사소통의 수단을 없애버리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조직에서 가십을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가십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가십이 생기는 이유를 보면 


1) 회사/리더들과 직원들이 접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중요한 이슈나 의사결정을 리더들이 독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직은 진행 중이거나 모두 알리기에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비밀이 없듯이 정보가 일부 알려지게 되면 괜한 오해와 조직에 대한 불신감이 커질 수 있다.

이미 생겨버린 오해와 불신감을 해소하는 것은 사실 상 더 어렵다.


2) 공감대와 공동체 의식

- 팀원들과 가장 친해지는 방법은 상사 뒷담화라고 누군가 얘기했었다. 회사라는 집단에서 서로 일 얘기로만 친해지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팀원들끼리 식사를 하면서 상사 뒷담화를 할 때면 그 어떤 때보다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는 상사 뒷담화를 몰래 했다는 사람들이라는 묘한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3) 개인의 불안감 해소 및 심리적 안정

- 부분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나만 모르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개인은 불안감이 들거나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을 때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위안이나 공감을 받고 싶어 한다.

가십은 이런 개인의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조직 입장에서 가십은 관리하기가 어렵고 불편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가십을 없애기 위해 메신저 차단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러나 가십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이유를 파악하고 긍정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분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는 것 또한 생각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십이 때로는 단순한 스트레스 풀기의 수단일 수도 있으나 때로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신호로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오늘도 상사 욕하고 있는 직장 방랑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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