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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May 29. 2024

까미노 가기 전, 제대선물

기도하는 마음의 기록들

아들 입대 후, 아침 루틴 하나가 추가되었습니다. 


훈련소 간 날부터 매일, 빼먹지 않고 짦게 기록을 남겼습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었습니다. 뭔가 헛헛하고 그립고 불안한 그 마음을 풀데가 없으니 혼자 '임금님귀 당나귀..' 대숲에서 고함치듯 매일 적었습니다. 아들 관련해 떠오른 생각, 세상 소식, 나눈 대화의 키워드 정도죠. 

적기만 하고 한번도 보질 않다가 제대할 때가 되어 휘리릭 읽어봤습니다. 

모든 기록이 그렇듯, 적어 모아 두니 새롭게 떠오르는 의미들이 많네요.    

그 짧은 시간 동안도 대한민국엔 참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지방, 특히 전주나 전북 소식에 민감하게 지켜봤네요. 잼버리는 결국 군까지 움직여 철야 지원을 하기도 했어요.

북한의 도발도 제가 기억하는것 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뉴스에 나오지 않은 움직임도 1년 반동안 꽤 많았고요.

군에서의 사고도 정말 많았습니다. 해병대 채상병부터 상당수 오발, 폭발사고.

물리적 안전을 걱정하는 내용이 반은 될겁니다.

의외로, 박격포 사격이나 헬기 강하(기동대임) 훈련보다 작업, 부대 근무, 대민 지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네요. 덜 위험하니 장병부모로선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선 이거 맞나 싶기도 합니다.


노파심 그 자체로, 정작 아들은 잘 지내는데 저 혼자 걱정이 많았더라고요. 

면회 일정 잡히면 코로나 걸려 못갈까 한달 전부터 마스크 항상 끼고 다닌것도 웃깁니다. 모든 날씨가 걱정이었네요. 비오면 비오는대로, 추워진다고, 바람 세다고, 눈이 크다고 걱정이 많이 적혀 있습니다.  

의외로 별것 아닌 한마디 말에 그리움이 배가된적도 있었네요. '야간근무 설때 호랑지빠귀 소리가 무섭다고 했다.' 겁없는 나이니, 진정 무서운건 외로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 아들은 자립하는 연습을 한 것 같아요. 

까미노 다녀와서 몇 달 후에 친구들하고 독립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1년반동안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적은 노트를 제대 선물로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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