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묻다: Q12
여러분은 몇 개의 도시에서 살아 보셨나요? 저는 4개의 도시에서 살았습니다. 제가 태어난 곳인 사천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어린 시절의 도시였습니다. 그리고는 마산에서 잠깐 살았습니다. 이 시기부터가 저에게는 역사의 시대입니다. 기억을 할 수 있는 최초의 시점이죠. 얼마 안 있고 지금 사는 곳인 성남으로 왔습니다. 제가 많은 성장을 하고 시간을 보낸 장소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향을 물으면 성남이라고 답합니다. 가장 애정이 가고 좋아하는 도시입니다. 네 번째 도시는 군 복무를 한 전북 완주입니다. 아마 익숙한 이름은 아닐 겁니다. 저도 자대 배치를 받고 완주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부대에서는 전주가 가까워 부대 밖에서 놀 기회가 생기면 전주를 갔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기억은 완주보다는 전주에 많습니다. 저는 도시를 생각하면 각자의 이미지가 확실하게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많은 도시에서 살아봤으니 각 도시들의 느낌과 어느 곳이 가장 살기 좋은지 궁금해졌습니다. (릴스 링크)
Sean: 한국과 외국에서 여러 군데 살아봤는데 그 중에 제일 살기 좋았고 기억에 남는 도시는 어디예요?
Tony: 외국은 잘 모르겠어. 지금 떠오르는 거는 몬트리올이랑 캘리포니아도 괜찮은데 정말 좋다고는 못하겠어. 한국에서는 확실히 대전이야. 물론 내가 살던 시기를 기준으로 한 건데 지금은 따른 도시가 많이 쫓아왔어. 대전의 장점은 균형이 좋아. 워크 & 라이프 밸런스도 좋고 도시가 적절히 여유 있으면서도 열심히 사는 느낌이야. 특히 내가 살던 연구단지는 더 그래서 살기 좋았어. 또 지리적으로도 우리나라 어디든 1시간 반이면 가니까 놀러 다니기도 좋고. 다만 대전의 아쉬운 점은 일이 많지는 않아. 연구 단지 정도가 끝이니까. 내가 대전에 다시 살게 된다면 원격업무가 가능해야만 살 수 있겠지.
성남은 지금 살고 있는 곳이라서 더 가혹하게 보려고 하는데도 좋아. 특히 분당, 판교는 서울이 가까워서 서울에 있지 않으면서 그 장점을 다 만끽할 수 있어. 그 외 장점은 대전이랑 비슷한데, 탄천이 있다는 게 큰 차이네. 내가 너무 사랑하고, 만약에 탄천이 없었다면 분당에 이렇게 오래 살지는 않았을 거야.
나중에 수도권에서 벗어나서 살게 된다면 전주에 가고 싶어. 전주는 정말 매력적이야. 문화, 역사, 음식 같은 컨텐츠가 너무 풍부해서 지루하지 않아. 원래는 전주를 한옥마을 정도로 접했는데 네 덕에 많이 가면서 다양한 면을 봤어. 사람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다 맛있고. 아! 막걸리 골목도 있네.
저를 통해 우리 가족과 아무 연고가 없는 전주가 하나의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외박이나 외출을 나와서 보낸 시간이 전부입니다. 다 합쳐도 일주일이 되지 않겠죠. 하지만 도시는 작은 인연으로 우리의 마음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저는 제주도가 좋습니다. 혼자 눈 덮인 한라산을 올랐던 기억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까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이 처음으로 혼자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단순한 여행을 넘어 성인식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인상에 깊습니다.
어쩌면 부모님에게는 전주 그 자체보다 군생활로 잘 보지 못하는 아들에 대한 해갈의 의미가 컸는지도 모릅니다. 전주에서는 전화로만 만나던 아들이 현실로 나타나 눈 맞추고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아! 막걸리 골목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