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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Jul 25. 2024

[SEAN]아빠가 20대 때 가장 두려웠던 건 뭐예요?

길에서 길을 묻다: Q14

몇 년 사이에 두려운 것이 늘었습니다. 공부만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면 되었는데 이제는 준비할 게 많습니다. 할 일이 많으니 걱정만 늘고 시간이 흐르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맞설 자신도 없습니다. 미래를 두려워하면 제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됩니다. 나의 한계를 내가 정하고, 불신의 시선을 스스로에게 보냅니다. 이런 복잡한 마음을 20대의 아버지는 어떻게 지났는지 알고 싶습니다.


Sean: 아빠가 20대 때 가장 두려웠던 게 뭐예요?
Tony: 20대 때는 미래가 야생처럼 무섭게 느껴지잖아. 그리고 내가 예상한 미래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렵고. 그런데 예측불가한 미래를 당연한 걸로 받아들이면 변동성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져. 특히 나는 결혼도 빠르게 해서 가정이나 결혼에 대한 불안은 없었어. 또 직장에서의 역할도 걱정이 없었고.  
그러다가 20대 말 쯤에 서울에서 스타트업 바람이 불었거든.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나는데 나는 사천에서 근무를 했으니까 소외된 느낌이었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 수 없었고, 그 열풍이 맞는지 틀린지 판단할 정보도 없었어. 나한테는 ‘닷컴 버블’에 합류할 옵션 자체가 없었던거야. 그런데 연구소에서는 아무도 그런 관심이 없고 연구만 잘하면 행복한 곳이니까 그 괴리가 컸어.
지금 생각하면 그 경험이 나중에 스타트업에 오게 된 씨앗인 것 같아. 격변의 중심지에 있고 싶은 게 지금의 내 정체성이거든.


Sean: 그러면 지금은 어떤 게 두려워요?
 Tony: 이건 너를 통해 깨달은 건데, 너 군대 가고 내가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어. 나이가 들면 좋은 거는 두려움에 대해 둔감해지는 거야.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굳은살이 박혀서 덜 두렵게 느끼는 거지.   
그런데도 매일같이 기도하는 나를 보면서 가족, 친한 사람들의 안위가 나의 패닉 버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나는 어려서 죽음이 싫고 두려웠는데 어느 순간 되게 빠르게 죽음을 수용하게 되었거든. 한 30대 후반, 40대 쯤. 물론 죽고 싶지는 않지만, 죽음이 다가오면 인정하는 거지. 그런데 반대로 내가 아닌 주변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정말 두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사실 제가 가진 많은 고민과 걱정은 저만 잘하면 해결되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너무 막막하다는 것을 핑계로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가진 두려움을 알고, 그것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안다면 생각보다 쉽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두려움은 마주하면 작아지고 외면하면 커지니까요.




더 두려운 것은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제 군생활을 걱정하셨지만 저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며 다시 찾아보니 제 짧은 복무기간 동안 많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등병으로 혹한기 준비를 할 때 태백에서는 한 이등병이 혹한기 훈련을 하다가 텐트에서 순직했습니다. 첫 휴가를 생각하며 들떠 있을 때는 공군의 한 병사가 첫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고 죽음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는 홍수로 인해 대민지원을 하던 중에 한 해병이 급류에 휩쓸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노파심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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