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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wny Taewon Kim Jul 26. 2024

[Tony] 시드라, 시드라

부자가 함께 걸은 까미노 북쪽길에서 마신 Sidra, 시더라

스페인 북부의 시그너처 술은 시드라(sidra)입니다. 프랑스에선 시드르(cidre), 영국에선 사이더(cider)라고도 불리우는 사과주입니다. 

까미노 북쪽길인 비야비시오사(Villaviciosa)는 시드라로 유명합니다. 시드레리아(sidreria)에선 자격을 갖춘 직원이 병을 한손으로 치켜들고 다른 손으론 컵을 한껏 내려 1m 넘게 떨어 뜨려 따르는 곡예를 보여줍니다. 사과주는 포도주보다 당도가 낮아 신맛이 강하니 이런 극도의 디캔팅으로 신맛을 빼고 부드러운 풍미를 더하는거죠.  

https://jmeyersforeman.wordpress.com/img_3167/
벽 그림에 주목

비싼 술도 아니고 따르기엔 만만치 않은 높이라 엄청 흘립니다. 그래서 시드레리아엔 온통 술냄새가 진동하죠. 제 입맛엔 굳이 디캔팅하지 않아도 온전히 독특하고 좋더라고요. 비야비시오사에선 오마카세 같은 타파스 문화가 있습니다. 시드라만 주문하고 앉아서 홀짝 거리고 있으면, 주인장이 주기적으로 랜덤한 안주를 테이블마다 좍 돌리는데 그게 또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처음엔 몰라서 안주를 시켰었고, 심지어 괜찮다고 사양도 했었지 뭡니까.) 

시드라는 따면 끝이라 잔술은 안팔고 병으로만 팝니다. 탭도 없고요. 사과의 당도가 낮아 도수는 4~6도입니다. 맛은 시금털털한 편이라 와인의 풍미와 맥주의 깔끔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가장 비슷한 맛은 막걸리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리 맛 좋은 술이 아닌데 묘하게 중독적입니다. 특히 까미노 힘들게 걷을 땐 마치고 시드라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상상하면 입에 침이 고여요.  


하지만 이마저도 갈리시아로 들어가면 볼 수 가 없습니다. 아주 가끔 대형 마트에 있는 경우가 있는데 반가운 마음으로 사게 되지요. 싸고, 맛도 애매하니 수입할만큼 장점도 없어, 현지에서나 실컷 마실 수 있는 재미난 음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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