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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아 Dec 08. 2024

책 만드는 과정이 곧 문학

독토리와 함께 책 만들기 2

내 손에 받아본 우리 동아리 독토리의 책. 제목과 목차는 다음과 같다.


<상태메시지> 중학생이 질문하는 방법

1부  아무튼, 이런 것 덕분에 살지

2부  책이 있어서 다행이야

3부  우리가 질문하는 방법


아래는 내가 쓴 '들어가는 말'이다.



‘너라서 예쁘다’,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등의 글귀가 우리 학교 곳곳에 있습니다. 교문을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글도 있지요. 시인 메리 올리버의 글입니다.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에 대한 건데, 그중 하나는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질문을 통해 배웁니다.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습과 문화, 상상력까지도 질문을 통해 얻습니다. 내가 던진 질문은 내 사고의 반경을 넓히고 마음을 키웁니다. 때로는 내 질문과 세상이 대립하다가 세상의 지평을 넓히기도 하지요. 그 팽창의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1부에서는 내가 세상과 화해하며 살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아무튼’ 시리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어떤 대상에 관해 우리들의 마음을 펼쳐 보았습니다. 2부는 세상이 주는 답변이라 할 수 있는 책에 대해 담았습니다. 독토리가 읽은 책과 ‘책꾸’ 활동, 그리고 올해 우리 문학의 큰 쾌거인 노벨 문학상의 기쁨도 써보았습니다. 3부는 ‘우리가 세상에 질문하는 방법’이라는 소제목 아래 시와 수필, 소설까지 독토리의 넓고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세상에 꺼내 놓았습니다.

우주가 준 또 하나의 선물은 무엇일까요? 이 책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그 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 년 동안 독토리 안에서 함께 글 쓰고 책 읽으면서 스스로 보듬고 서로를 더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독토리 안에서 글과 책에 대한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물음표 하나를 붙들고 함께 쓰고 대화하며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낸 우리 독토리 각자에게 커다란 느낌표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더 큰 세계로 나아갈 때 일 년 간의 경험이 든든한 사랑의 힘으로 작용하길 바라며, 이 책을 읽는 분들께도 독토리의 보드라운 마음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제목은 3학년 학생의 제안이었다. 질문이라는 테마와 어울리는 제목에는 뭐가 있을까 다양한 후보를 놓고 토의했는데 가장 많은 동감을 얻었다. '상태메시지'라니! 넌 어때? 나는 지금 이래, 하는 대화가 떠오르는 제목이었고 학생들에게 친근한 제목임이 분명했다.


최근 최진영 작가님 에세이 <어떤 비밀>을 읽다가 우리 책 이야기를 발견했다. 다음과 같은 부분이다.

"나는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있는지에 주목합니다.

당신의 '위치'가 아니라 '상태'를 듣고 싶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딱 우리 제목이 아닌가. 올해 마지막 동아리 시간에 학생들에게 들려줄 부분이 생겼다. 위의 이야기와 함께 독토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부분이 이 책에 또 있다.

"문장을 오래 바라보고 다듬을수록, 이전에는 나에게 상처만 남겼던 거친 문장이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에 다가가는 것 같았다. 듣고 싶은 말, 할 수 없는 말, 누구라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꺼내보기 두려워 묻어두었던 감정이 문장으로 나타나 나를 바라봤다. 나는 나에게 필요한 문장을 소설에 담기 시작했다. 소설을 쓰는 시간은 온전히 나로 존재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우리 독토리도 글을 쓴 모든 순간마다 자신에게 필요한 문장들을 써나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어디에도 털어놓을 수 없던 이야기, 써나가면서 정리한 생각들,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나의 내일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우리 스물다섯 명은 함께해 나갔다. 자기의 글을 남에게 보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인데,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고 서로의 글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모습들 덕분에 책 만드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마음산책에서 나온 <스무 낮 읽고 스무 밤 느끼다>는 짧은 소설 스무 권 출간을 기념하는 특별 선집이다. 단편집에서 한편씩 추려 스무 명의 작가들의 소설을 담았는데, 뒷부분에는 스무 분의 작가의 말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 쓰는 일에 대한 후기에서부터 책 만드는 수고에 대한 감사 인사가 나와있는데 이기호 작가님 글에 이렇게 쓰여 있다.

"문학이란, 책을 내는 전 과정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 그것을 또 한번 배운 시간이었다."

책 만드는 과정이 곧 문학이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했다. 아이들이 보여준 서로에 대한 신뢰, 글에 대한 애정과 열정 덕분에 책 만드는 내내 기뻤고 사랑의 마음이 솟아났다는 것을 우리 독토리에게 꼭 전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또 이 일을 하고 싶다. 만드는 내내 사랑이 깃드는, 책 만드는 일을.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그 중 하나는 '사랑하는 힘'이므로.



인용 글

@ <미래를 기억하는 사람으로> 중에서, 최진영 <<어떤 비밀>> 83쪽,  난다

@ <나는 나에게 필요한 문장> 중에서, 최진영, <<어떤 비밀>> 126쪽, 난다

@ 이기호, <눈 감지 마라> 작가의 말 중에서, <<스무 낮 읽고 스무 밤 느끼다>> 329쪽,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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