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인가 싶은 이 시국
이게 현실인가 의심스러운 나날이다. 한밤중에 계엄령, 국회에서의 아수라장과 앞장서는 시민들. 며칠 후에는 국회를 뻔뻔하게 빠져나가는 의원들, 그 이름을 부르짖는 의원들. 뉴스를 보다가 울컥하고 눈물이 차오르고 주르르 눈물 흘리는 날이 또 올 줄이야. 탄핵이 가결될지 어쩔지 조마조마하다가 안심하고 뉴스에 귀 기울이게 되는 며칠이었다. 아니 아직 안심할 수 없기에 또 뉴스를 찾아보고 듣는다.
이게 현실인가 눈을 끔뻑이는 장면에는 야광봉을 들고 노래하고 춤추는 시민들의 모습이 있다. 어쩌면 이런 시위 문화를 갖게 됐을까. 세계가 주목하는 이 광경에 나도 넋을 놓고 구경하다가 노래를 따라하다가 또 울컥하고 눈물이 차오르고 고개 끄덕이며 아름답다 느낀다.
문학을 좋아하는 나는 이 현실이 소설 같기만 하다. 한 나라를 날로 먹으려는 본심을 드러내는 독재자는 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같은 시기에 일어나는 계엄령을 보면서 이 나라의 분열이라고 하는 건 과거를 사는 이들과 미래를 향한 이들로 나뉘었구나 느꼈고, 이토록 큰 차이를 보이는 사람들이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산다는 것에 참담함과 희망을 동시에 느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을까?" 한강 작가의 질문은 어찌나 현재를 향해 있는지!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제안 설명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의 목소리로 듣는 한강 작가의 말씀은 또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문학과 현실은 얼마나 비슷한 모양인지, 그런 점에서 문학이 세상을 구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 꿈꿔 보는 것이다.
야광봉과 광선검이 번쩍이는 걸 보면 정세랑의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이 휘두르던 장난감 광선검이 생각나고, 다채롭게 빛나는 야광봉으로 세대를 초월해 방방 뛰는 시민들을 보면 박서련의 소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가 생각난다. 사회가 어두울 때 내 안의 가장 밝은 것을 꺼내어 모인다는 시민들의 마음. 국회의사당 앞으로, 시청으로 모이는 시민들은 저마다 하나씩의 능력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구하고 있는 거라는 믿음이 밑바닥부터 차오른다.
그리고 떠올리는 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라는 제목. 이 제목처럼 대한민국의 상황이 얼마 후에는 축제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특히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니 허구 말고 진실로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작가님 성함이 무려 조승리! 국민이 승리하길. 이상 밖에 나가 함께하지 못했던 부끄러움을 이렇게 남긴다.
*한강, <소년이 온다>, 문학동네
*정세랑, <보건교사 안은영>, 민음
*박서련,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창비
*조승리,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달
어머, 언급된 책들을 찾다 보니 <마법소녀 복직합니다>가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