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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모 Jun 27. 2022

글도 쓰지 않으면 글쓰기 강박


언제부터인가 머릿속 한편에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들어있다. 실제로는 쓰지도 않으면서 생각으로 빙빙 된다. 꼭 학창시절, 밥을 먹든, 잠을 자든, 교회를 가든 그 시간에 공부하지 않았다는 죄책감과 같다. 막상 무슨 글을 쓰든 글을 쓸 때면 재미있다. 정보를 취합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나만의 확신을 쏟아내는 글쓰기는 즐겁다. 아마 지금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확신’이 없기 때문 아닐까. 예전 그리고 최근까지도 설교를 쓸 때면 키워드가 잡힐 때까지 혹은 핵심 문장이 잡힐 때까지 백색 화면을 검정색으로 칠하지 못했다. 짧게는 하루의 반을, 길게는 한 주의 반을 백색에서 멈춰있었다. 그러다 키워드가 잡히고 대비되는 구조가 잡히면 단번에 몇 장이고 채웠다. 


다음 책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십 장의 한글 화면을 채우기 위해서는 나만의 주제와 확신이 필요하다. 삶과도 밀접하고, 단상도 풍성하기를 바라는 욕심 때문에 준비과정이 더더욱 느려진다.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선 백 권이 필요하다'는 글쓰기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알라딘 중고로 생태 관련된 책을 잔뜩 사놓았다. 철학, 사회학, 사회과학, 에세이 등 분야는 폭 넓지만 막상 읽는 책은 한정적이다. 이상하게 대부분이 다양한 이유로 저자가 글쓰기를 멈춘 책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음 책을 생각한다. (쓰지도 않으면서) 쓰고 싶은 책은 있다. 생태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그에 연관된 생태적 개념들을 풀어 뜬구름처럼 떠돌아다니는 생태적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현장의 그림을 잘 담아내고 그려내서, 생태활동가들 사이에서의 갈등도 첨예하게 드러내고 싶다.



그림 - 팀 아이텔의 2011년작 ‘Untitled(Observer)’. ‘밤이 선생이다’ 표지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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