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이면 운동을 한다. 운동 30분 전에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몸을 풀어나간다. 다치기 쉬운 목부터 천천히 돌리고, 팔 근육도 주무르고 발목도 살살 놀려본다. 저녁에 운동을 한 건, 6개월 정도 되었다. 3년 전에는 매일 했었는데 노느냐고 멈추었었다.
운동은 늘 고되다. 하루종일 책상에 묶었던 몸을 억지로 움직이기 위해선 고통이 따른다. TV에서 연예인이 운동하며 근육의 고통을 ‘맛있다’고 표현하던데, 나는 그것과 멀다. 그럼에도 꾸준히 운동한다. 조금이라도 더 무게와 숫자를 늘릴려고 안간힘을 쓴다. 운동 전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이를 위한 일환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뚱뚱한 몸을 타고났다. 조금만 먹어도 금방 티가 났고, 살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그에 반면 형은 키도 크고 말랐다. 나보다 군것질도 많이 하고 덜 움직이는데 말랐다. 그래서 늘 마른 몸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3년 전에는 그런 마른 몸에 가까워졌었다. 성인이 되고서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점심에는 아침에 읽어나서 쉐이크, 점심에는 닭가슴살, 저녁에는 쉐이크와 닭가슴살 또는 조금의 일반식. 배가 고파도 참았고, 옷도 어떻게든 작은 사이즈를 입기 위해 노력했다.
그랬던 내가 마른 몸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게 된 계기는 오히려 몸이 아프면서였다. 허리와 골반이 아프고 질병으로 피로감이 극도로 달하자 몸이 불어났다. 체중계의 바늘은 급속하게 돌아갔고 그에 따라 내 신경도 예민해졌다. 마르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단백질 위주에 식단과 소량의 탄수화물만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운동하면 살이 빠진다고 하지만, 실상은 운동보다 중요한 것은 적게 먹는 것이다. 늘 학창시절 늘 외우던 힘의 공식, F=MA처럼 감량의 공식은 ‘감량=기초대사량–섭취칼로리’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은 칼로리도 낮고 근육 유지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만 소화되는 과정에서 다량의 염증을 생성한다. 염증에 쥐약인 내 몸에는 단백질 위주의 식단은 금물이다. 덕분에 밥맛만 살아났다.
지금의 몸무게는 인생 최대 몸무게에서 반 계단 내려온 상태다. 그리고 꾸준히 감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운동도 하고 야식, 간식, 기름진 음식을 피한다. 한 끼는 오트밀과 프로틴 쉐이크 한 끼는 풍부한 일반식을 한다. 다양한 시도에도 예전처럼 살이 빠지지 않는다. 마른 몸이 되지 못해 아쉽지만. 예전처럼 내 몸을 보며 한탄하지 않는다. 뚱뚱한 몸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나를 옥죄는 느낌에서는 자유롭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적절함이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보기 좋음’이 아니라 자기의 삶을 풍성하게 유지하면서도 몸의 편안함을 주는 적절함. 이 적절함은 상황에 따라 늘 변하지만 언제나 있다. 시계추는 흔들리지만, 특정 위치에선 선다. 삶의 균형감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내 몸이 아프면 지금의 몸이 적절하다. 내 몸이 조금 더 건강해진다면 조금은 더 감량해서 체중계의 추를 적절한 위치로 옮길 것이다.
나는 매일 저녁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덤벨을 위아래로 들었다 내렸다, 내 몸을 바닥에서 들었다 내렸다. 내 다리를 접었다 폈다. 내 몸은 계속 움직인다. 다리에, 팔에, 배에 떨림이 생길 때까지. 내 몸에 지방들이 녹아 땀이 날때까지. 운동은 딱 그정도의 의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