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난 후 든 생각들.
지난 주말 내내 고열과 두통에 시달렸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코로나 검사도 하고 왔고 결과는 음성이었다. 접촉자가 없었던 터라 음성일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고열이 발생해서 기다란 면봉이 코를 뚫고 어디까지 들어가는지 경험하고 집에 돌아왔다. 선별 진료소에서 집까지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할 수 없으니 터덜터덜 걸으며 두통 때문에 골이 울리면서도 다짐을 했다.
조금만 덜 좋아해야겠다...
나는 뜨개를 정말 사랑한다. 우연한 계기로 뜨개에 빠져들게 되었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뜨개에 대한 열정은 더욱더 커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언뜻 보면 역설적이지만 뜨개를 조금만 덜 사랑하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3월부터 건축사 시험 준비를 슬슬 시작해야 해서 2월에 뜨개를 '달렸다.'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앉아서 뜨개 하는 건 기본. 1월 말부터는 6시에 기상하는 미라클 모닝을 진행했는데 그 전날 한 두시에 취침했어도 6시에 일어나서 뜨개를 했다. 그리고 출근 후에 일하느라 에너지를 다 태우고 퇴근 후에도 뜨개를 했다. '무리하게' 뜨개를 한 것이다.
평소 나는 뭐든지 길고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닌다. 그렇지만 앞에 서술했던 데로 뜨개를 하다 보면 금방 산화할 것이라 확신한다. 무식하게 달렸다.. 뜨개를 하면 할수록 커져가는 욕심에 비해 투자하는 시간이 적어 결과물에 스트레스받을 것 같아서, 뜨개 외에도 본업에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퇴근 전 후 시간을 뜨개에만 올인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좋아하는 것들을 너무나 좋아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그 순간들은 언제나 새롭다. 내가 아플 정도로 좋아했구나 싶어서. 뜨개이던 사랑이던 그 무엇이던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삶을 살아가는 재미를 빈번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내 에너지를 몰아서 쓰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라 조금만 덜 좋아하기로 했다. 오래오래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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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morningknit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