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니터의 스피닝 도전기_(2)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morningknitting/56
자, 이제 털뭉치를 가지고 실을 만들어 볼 차례입니다. 스피너는 털에 꼬임을 주어 실로 만들어 주는 기계입니다. 기계 외에 손으로 꼬임을 주는 스핀들이 있습니다만 그 끝엔 스피너를 사게 될 거라 확신했기에 구매에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끝에서부터 살살 실을 뽑아내며 꼬임을 주겠습니다. 탠션과 회전에 의해 실이 꼬이며 보빈 안에 감기는 원리입니다. 처음이라 많이 어색합니다만 재밌습니다. 실의 꼬임이 일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뚝딱거리며 완성된 실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렸던 모습보다 더 만족합니다. 특히 하얀 바탕 위에 색색의 자투리 실이 감긴 모습이 꽤 만족스럽습니다. 중간중간 많이 꼬인 부분도 보이지만 괜찮습니다. 처음이니까 실이 완성되었다는 것. 자투리 실들을 야무지게 써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행복합니다. 작은 일이라도 차근차근 해내가고, 완성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실이 완성되었으니 이 실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인스타그램에 살포시 올려보았는데 티코스터를 추천받았습니다:) 티코스터를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티코스터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바늘이나 코바늘을 이용해도 되지만 이번엔 위빙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위빙틀에 먼저 경사실을 걸어줘야 합니다. 경사실도 숄을 만들고 난 면실을 이용하겠습니다. 반짝이가 들어가서 더 마음에 드는 실입니다. 경사실을 걸어준 다음 코바늘에 실을 꿰어 실 사이사이로 지나가주면 됩니다. 실의 굵기가 일정치 않아 더 경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편물이 보입니다. 군데군데 보이는 자투리실이 마치 캔버스에 물감을 뿌린 듯 보입니다. 원하는 높이까지 실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해줍니다. 손뜨개에 비해 올라가는 속도가 빠릅니다. 아무 고민 없이 이 행위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실이 차근차근 얹히면 경사실을 자르고 묶어줍니다. 경사실을 처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완전히 감춰주기도 합니다. 혹은 태슬을 달기도 합니다. 저는 경사실의 느낌이 꽤 좋아서 숨기지 않고 그대로 노출하겠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저만의 티코스터를 소개하겠습니다. 경쾌한 느낌이 좋아서 레몬을 올려보았습니다:)
실을 사서 만들던 기존에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경험을 하니 새롭습니다. 티코스터를 보니 흐뭇하기도 합니다. 그간 실을 사고 주어진 과제를 하면서 답답했던 무언가가 해소되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하나둘씩 저만의 언어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그 끝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인생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여 살며,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의 씨앗에 물을 주면서 살아가면 그 언젠가 결실을 맺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자랑스러운 제 작품을 좀 더 자세히 보여드리고 싶어서 상세한 사진을 자랑해 봅니다:)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글/사진 - 유하 @morningknit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