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니터의 스피닝 도전기_(1)
안녕하세요? 저는 본캐는 건축사, 부캐는 니터인 유하입니다. 열심히 일을 하고 그 외 시간엔 대바늘과 코바늘을 놀이 삼아하던 저는 새로운 영역에 눈을 뜨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위빙입니다. 위빙을 접하게 된 계기는 꽤 독특한데, 이 부분은 기회가 된다면 글로 적어보겠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위빙을 하면서 기존에 쓰던 실과 다른 종류의 실을 많이 접했습니다. 전자는 굉장히 부드럽고 실의 굵기가 균일하며 울 100%인 실이었습니다. 후자는 거칠고 실의 굵기가 균일하지 않더라도 반짝거리고 풍성하여 부드러운, 각각의 특징이 살아있는 실이었습니다.
이런 실을 만지고 사용하는 그 자체로 재밌고 행복했습니다. 실을 사러 가게에 가면 실을 구경하고 고르는데 시간 가는지 모르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머물렀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다양하고 예쁜 실이 많았는데 제 시야는 꽤 좁았던 거죠. 예전에 대학교 색채학 수업을 듣고 컬러리스트 기사를 취득하면서 어떤 형태인지는 모르겠으나 추후에 꼭 '색에 둘러싸여 살고 싶다'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이런 예쁜 실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2019년부터 손뜨개를 하면서 5년 동안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물음이었습니다. 동물의 털등에서 실을 만드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과정이 궁금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냥 주어진 실을 사고 그 실로 스와치를 만든 후 옷을 완성하는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거죠. 어쩌면 여유의 문제였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5년 동안, 특히 2년 동안은 손뜨개 외에 다른 영역으로 눈을 돌릴 틈이 없었습니다. 보그과정을 들으며 지도원까지 마친 지금에야 틈이 생기고 그 속으로 다른 무언가가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실을 어떻게 만드는지 찾아보는 와중에 제 눈을 반짝이게 만드는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자투리 실을 가지고 새로운 실을 만드는 영상이었습니다. 이즈음 제 고민은 '남은 실들을 어떤 방법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손뜨개를 하다 보면 옷을 다시 만들기엔 애매하게 남은 여분 실과 옆선을 잇거나 혹은 실 정리를 하고 남은 짧은 실들이 생기게 됩니다. 이걸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실이 꽤 상당합니다. 이걸로 나만의 실을 만어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휩싸였습니다.
먼저 핸드카더를 사용하여 실에 빗질을 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꼬임이 풀리면서 몽실거리는 털뭉치 형태로 돌아가게 됩니다. 저는 기존 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하얀색 실을 일일이 풀어주었습니다. 꼬임이 있는 실을 당겨보면 잘 끊어지지 않지만, 이렇게 꼬임을 없앤 후에 실을 당기면 힘없이 형태가 풀어지게 됩니다.
이 실을 배경으로 깔아주고 위에 색색의 자투리 실과 반짝이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빗질을 마구마구 해주었습니다. 어느 정도 빈 곳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면 막대기를 사용하여 실을 얇게 말아내듯 살살 떼어내 주면 됩니다. 그럼 마치 순대가 말려있는 모양이 나옵니다. 앞선 행위를 카딩 Carding 이라고 하고 그 결과 나온 순대 같은 모양을 롤래그 Rolag라고 합니다. 물론 스피닝의 역사는 오래된 만큼 재료와 방법은 꽤 많습니다.
다음편에서는 이 롤래그를 가지고 스피닝을 해서 실을 만든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글/사진 - 유하 @morningknit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