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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늘보 Dec 18. 2017

3-3. 사라지는 일자리: 전문직의 미래

닥터늘보의 미래진료소_Day9

3-3. 사라지는 일자리: 전문직의 미래



  3) 사라지는 일자리: 전문직의 미래


  지난 시간에는 사라지는 일자리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라지는 일자리는 '정형화'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전 산업계를 이끌어오던 '복제 생산성'은 '복제'를 위해 '정형화'된 일자리를 수없이 만들어냈고,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이제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직은 어떠할까? 의사를 위협한다는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 for oncology'는 이미 몇몇 대형병원에서 사용중이며, 뉴욕에는 '로스'라는 인공지능 변호사가 일하고 있다. 또한 주식시작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고 이를 홍보하고 있다. 이 추세로 보면 전문직조차도 새로운 물결에 위협받고 있는 듯 하다.


 과연 전문직의 미래는 어떠할까?

  

  이를 논하기 위해서 먼저 전문직의 개념에 대해 알아야 한다. 사실 전문직이라고 하면 순식간에 여러 직업들이 떠오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들이 있어야 전문직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떠오르진 않을 것이다. 사전적인 정의로는, 사회문화연구소에서 제공하는 사회학 사전에서 설명하길 전문직이란 "사회의 중심적 가치와 관련이 깊은 제문제에 대하여 일련의 체계적 지식을 응용하는 직업을 말한다."라고 한다. 이 문장은 와닿지 않으니 흔히 전문직이라 일컬어지는 '의사'의 예를 들어보자. 건강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이다. 그 가치가 부상과 질병에 의해 피해를 입게 되면 '사회의 중심적 가치와 관련이 깊은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일련의 체계적 지식'에 대한 훈련과 교육을 받아 이 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이 바로 '의사'이다. 따라서 '의사'는 전문직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는 전문직의 속성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전문직은 사회에 필요한 역할이나 개개인이 그 역할을 달성하기 힘들 때 사회계약적인 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쉽게 말해 개개인이 모두 '의사'가 될 만큼의 훈련과 교육을 받을 시간이 없으니 몇몇 사람이 이 역할을 전담하기로 계약을 하는 것이다. 몇몇이 '의사'로서 사회에 공익적인 역할을 한다면, 그 대가로 명예 및 보수 등의 대우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전문직의 중요한 속성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전문직은 쉽게 익힐 수 없는 '일련의 체계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 둘째로 공익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셋째로 공익적인 역할을 하기에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청렴해야 한다. 넷째로 역할을 믿고 맡길만한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같은 속성들을 들여다보면 전문직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계약제도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상호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전문직이라는 역할은 무너지게 된다.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전문직은 무너진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떨까?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 자문단 회장을 역임했던 리처드 서스킨드와 영국 정부정책 자문관을 담당했던 대니얼 서스킨드는 '전문직의 미래'라는 책을 펴냈다. 이들은 전문직의 개념, 역사, 변화, 미래에 대해 30년간 연구해왔다. 이들이 제시하는 전문직의 미래는 결코 단정적이지 않으며 그 경우의 수도 다양하다. 그러나 큰 논조는 전문직이 결국은 해체될 것이라는 점을 유지한다. 이들이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살펴보자.

  전문직의 근간은 개개인이 전문직의 역할을 하기 위해 익혀야 할 '일련의 체계적인 지식'이 너무 많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이미 '왓슨'이나 '로스'같은 인공지능들이 이 '체계적인 지식'을 더 잘 다룬다. '일련의 체계적인 지식'은 논문이나 판례들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다듬어 나가는데, 이 학문의 첨단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변화에 대응하는 것 또한 인공지능이 더 잘한다. 비록 내용을 의식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가이드라인과 같이 체계에 따라 '정형화'된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선 인공지능이 더 빠르게 검색하고 사고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형화'된 판단을 인공지능이 대신 하면 어떻게 될까? 이 부분에서 몇 가지의 경우로 나뉜다. 먼저 '정형화'된 판단을 인공지능이 하지만 '비정형화'된 판단이 프로세스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전문직은 계속 필요로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왓슨'은 진찰을 하진 않는다. 진찰은 '의사'가 하고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판단한 소견을 '왓슨'에게 입력한다. 그럼 '왓슨'은 질병을 유추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추천한다. 이 경우 '왓슨'은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지도 못하고, 의사의 판단을 돕고 업무량을 줄여주는 보조도구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점점 발달하여 준전문가들 수준에서 알 수 있는 증상과 검사로도 '왓슨'이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떠할까? 더 나아가 일반인인 환자가 자기 증상을 스스로 '왓슨'에게 입력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떠할까? 굳이 '의사'를 거쳐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물론 그렇더라도 본질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신뢰'의 문제이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판단을 '신뢰'할 때 비로소 전문직은 해체되기 시작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막 도입하기 시작된 현재는 아직 사람들에게 익숙한 도구가 아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해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이 내린 판단을 '의사'가 참고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미래에 인공지능의 판단이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인공지능을 만든 거대기업에서 오판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할 때 '신뢰'가 전문직으로부터 인공지능으로 옮겨가지 않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공지능을 믿을 수 있는 시대에도 전문직은 여전할까?


  그렇다면 전문직은 완전히 사라질까? 그건 그렇지 않다. 전문직을 대체할 인공지능은 '체계화'될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첨단을 만들어가는 것은 당분간은 사람이 할 일이다. 인공지능은 접근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시도를 할 사람이 필요하고, 인공지능이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명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일부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당장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알파고처럼 어느 날 급작스레 다가올 내일일 수도 있다. 여전히 대한민국에선 '정형화'된 일자리와 '체계화'된 전문직을 찾아 노량진으로 들어가는 청춘들이 많다. 하지만 다가오는 미래에 '정형화'와 '체계화'가 언제까지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니 다음시간부터는 '창의적 생산성'의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일자리에 대해 탐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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