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늘보의 미래진료소_Day10
1) 미래의 기반 직업: 프로그래머
지난 장에서는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전문직들을 포함하여 사라지는 일자리들의 특징은 업무가 정형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형화할 수 있는 업무는 조건에 따라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어, 조건만 판단할 수 있으면 알고리즘화 할 수 있다. 따라서 정형화된 업무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과 로봇기술로 대체되고 사람은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대체하기 위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려면 다시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은 업무의 특징을 파악하고, 정형화시켜, 알고리즘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프로그래머'이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이 그 일마저 대체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아직 먼 이야기다. 오늘날 치열하게 전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일선에서는 '프로그래머'가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는 많다던데?
생각해보면 '프로그래머'가 떠오른다는 이야기는 하루 이틀 있었던 이야기가 아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붐이 불던 시대에도 라이징 스타로 여겨져 많은 이들을 프로그래머의 세계에 발을 내딛게 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에는 프로그래머가 상당히 많다. 그렇다면 '프로그래머'는 레드오션일까? 종종 뉴스나 신문을 보다 보면 '프로그래머'가 부족하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그런 기사에서 지적하는 점은 알고리즘화 된 것을 따라 코드를 입력하여 프로그램으로 완성시키는 '코더'는 많으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알고리즘화를 시키는 '프로그래머'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집을 지을 기술과 자본, 인력들이 있으나 집을 설계할 사람이 부족한 상태이다.
그러나 오프라인의 업무를 온라인의 형태로, 아날로그를 디지털의 형태로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중간과정인 알고리즘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학 문제도 답에 도달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듯이 정형화된 업무를 알고리즘화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의 알고리즘만큼이 그 효용과 효율이 각자 다르다. 같은 문제를 두고서도 다른 알고리즘으로 풀면 다른 답이 나온다. 따라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구현하고, 문제를 효과적,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뛰어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능력자는 많지 않다. 뛰어난 알고리즘은 뛰어난 통찰로부터 나오고, 뛰어난 통찰은 깊고 넓은 이해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닐 거센필드는 비트로 이뤄진 사이버 세상과 아톰으로 이뤄진 현실 세상이 있다고 하였다. 알고리즘은 바로 이 두 세상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따라서 뛰어난 알고리즘은 두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각 세상을 따로 이해해서도 안 된다. 두 세계를 이해하고, 또다시 두 세계의 연결성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당연히 이 이해는 많은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하기에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미래 세계의 장인과도 같다.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미래 세계의 장인이다.
예로부터 뛰어난 장인은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만들었다. 특히 장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무기들은 그 관리가 엄중했다. 잘 만들어진 뛰어난 알고리즘도 그와 같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더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들은 귀한 무기와도 같다. 잘 만들어진 알고리즘 하나가 나라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
따라서 각국에서는 코딩 교육의 열풍이 불고 있다. 이름은 '코딩 교육'이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 교육이다. 현실세계, 즉, 아톰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비트 세계로 전환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러한 알고리즘 교육을 통해 어릴 때부터 두 세계의 연결성을 배우며, 이전 세대보다 더 쉽게 두 세계를 이어나간다. 축구나 스타크래프트처럼 그 생태계가 구성된 곳에서는 장인이 잘 탄생한다. 지금 코딩 교육학원에 다니게 하는 많은 부모들은 당장 교과과정에 코딩 교육이 들어가니 성적을 위해 보내는 편이 많다. 그러나 코딩 교육이 당연시되는 미래에는 시민 모두가 간단한 알고리즘을 스스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며, 메이커와 같은 다른 직종들과 결합해 유용한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물론 그중에서 '장인'을 품은 몇은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앞에선 인공지능의 예만 들었지만 가상현실 기술이 완성되어 갈수록 가상현실을 채울 프로그래머도 당연히 필요하다. 가상현실은 현실처럼 공간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공간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 따라서 공간이 확장되는 만큼 이를 채우기 위해 가상현실 관련 프로그래머는 수요가 더욱 많아지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프로그래머가 있다. 바로 보안 관련 프로그래머이다. 보안에 대해서는 IOT 편에서 집의 캠을 해킹하여 사생활을 도촬하는 사태나 요새 자주 기사화되는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사태를 통해 그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단계에 있어 기술 개발이 먼저 이뤄진 뒤 그에 대한 보안이 뒤따라 강화되는 세태를 생각해 볼 때, 앞으로도 모바일, 블록체인,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보안기술이 강화되고 유지되며 업그레이드되어야 하는 분야는 너무나도 많다.
프로그래머는 미래의 기반이 된다.
이제 막 코딩 교육을 배우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대학생부터 4~50대 직장인까지 살면서 가상화폐처럼 비트로 이뤄진 사이버 세상을 마주하게 될 일이 앞으로 많아질 것이다. 세상이 새롭게 구성되는 이 시기에 세상을 구성하는 법을 아는 것은 모르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따라서 '프로그래머'는 미래에서 가장 필요한 직업 중 하나가 될 것이며, 그 자체 또는 다른 직업들과 결부되어 더욱 확장될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알고리즘을 만들지 못하면 레드오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두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통해 결과물을 얻은 경험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보다 뒤에서 '미래 핵심 역량'에 대해 다룰 때 이야기할 생각이다. 다음 시간에는 앞에서 얼굴만 비춘 새로운 직종 '메이커'에 대해 이야기하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