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닥터늘보의 미래진료소
(1) 비트코인 버블
연일 비트코인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지 않는 날이 없다. 이제는 공중파 방송에도 비트코인이 화제로 등장한다. 미래의 일자리를 주제로 기술하고 있는 [닥터늘보의 미래진료소]에서도 다뤘듯이, 비트코인은 미래에 주목받을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다. 블록체인이 대단한 미래가치를 가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비트코인, 그리고 버블 그 후의 비트코인은 어떨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금의 비트코인이 버블이라는 점부터 짚어보자. 본래 버블은 버블이 꺼진 뒤에야 여태까지 일어났던 것이 버블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는 비트코인이 버블임을 입증하는 건 버블이 꺼진 뒤에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버블이다. 이는 비트코인 버블이 지금까지의 버블들과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버블들; 튤립, 남해 회사, 미시시피 회사, 일본 부동산, 닷컴 등에는 그래도 그 실물이 있었다. 그 값이 얼마라 하더라도 튤립버블은 튤립을 남겼으며, 회사는 주식을, 부동산 시장에선 땅이 있었다. 가격과 상관없이 튤립, 주식 그리고 땅 등의 실제 사용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튤립은 튤립으로써 장식하거나 선물이 가능했고, 주식은 주식으로써 그 회사의 생산과정에 투자를 할 수 있었으며, 땅은 땅으로써 경작하거나 건물을 지어 또는 공터로라도 사용이 가능했다. 즉, 구입한 실물은 실제 가격과 상관없이 그것의 활용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비트코인은 그 활용가치가 없다. 본래 비트코인은 거래에서 지금의 화폐시스템을 대신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태어났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활용가치는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가'로 정해진다. 물론 약속에 따라 일부 거래처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가와 상점들에서는 비트코인을 실제화폐로 인정하기 꺼려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의 큰 변동성에 있다. 그 큰 변동성은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화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수익률이 좋을 수록 비트코인의 실제 활용가치는 희미해져 간다.
비트코인의 실제 활용가치가 희미해져 갈 때 남는 것은 다른 버블과의 공통점, 바로 기대심리이다. 한국 요괴 이야기 중에는 그슨대라는게 있다. 이 요괴는 사람의 두려움을 먹고 자신의 크기를 빠르게 불린다. 반대로 사람이 그슨대를 보고 두려워 하지 않거나 그슨대를 주시하지 않는다면 그슨대는 빠르게 줄어든다. 비트코인도 그러하다. 비트코인은 사람의 기대심리를 먹고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요괴와 같다. 그것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몸집을 계속 불릴 것이고, 누군가 그 기대에 의문을 품고 등을 돌리는 순간 그 크기를 급격히 줄일 것이다.
비트코인이 기대심리를 반영한다는 것은 비트코인으로 수익을 냈다는 사람과 수익을 보지 못했다는 사람의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은 지난 '그것이 알고싶다: 新 쩐의 전쟁 - 비트코인' 편에서 방송된 내용이다.
이익을 봤다는 사람이 무려 80%에 달한다. 그런데 이 80%라는 수치를 기대와 관련된 심리학에서도 볼 수 있다. 바로 낙관주의적 편견이다. 심리학과 신경과학 박사인 탈리 샤롯은 본인의 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사람들의 80%가 낙관주의적 편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편견이란 인생에서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고,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죠.
자신도 이익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심리가 새로운 돈을 비트코인 시장에 불어 넣는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수는 정해져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늘어나는 돈만큼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끊임없는 새로운 돈의 유입, 즉, 새로운 기대심리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원동력이 된다. 이론적으로는 새로운 기대심리가 지속되면 지속적인 상승세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새로운 기대심리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익을 본 80% 대부분은 비트코인을 현금화 하지 않는다. 계속 올라갈거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그러나 그 덕분에 비트코인이 실제 거래에서 사용될 가능성은 희미해져 간다. 따라서 비트코인으로 발생한 이익은 현금화 해야만 실제로 사용가능한 이익이 된다. 이렇게 현금화가 이어지던 어느 순간, 비트코인 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지게 될 때 비트코인의 가격은 떨어진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될 거라고 예측하는 사람들은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먼저 팔려고 하고, 또 이마저도 예측해 더 앞서서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 어느 순간 가격이 갑작스레 떨어지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이는 비트코인이 실제 거래에 쓰이지 않는 이상 정해진 수순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비트코인이 실제 거래에 쓰이려면 높은 변동성을 줄여야 하고, 높은 변동성을 줄이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기대심리는 줄어들고 상승세는 끝이 나게 된다.
비트코인이 기대심리는 반영한다는 증거는 하나 더 있다. 바로 '김치 프리미엄'. 이는 같은 비트코인이더라도 해외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비싸게 거래된다는 걸 의미하는 단어이다. 왜 그런 것일까? 여기서 또 한번 탈리 샤롯이 등장한다. 탈리 샤롯은 '설계된 망각'이라는 책을 저술했는데,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한 개인의 뇌는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인지적인 착각을 잘 일으켜 높은 수준의 낙관주의적 편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즉, '김치 프리미엄'은 불안정한 사회로 인해 손해를 볼 가능성보다 이익을 볼 가능성을 더 크게 인지하는 착각에 의한 것이다.
(2) 비트코인, 버블 그 후
이제 버블 그 후의 비트코인에 대해 알아보자. 기대심리가 줄어들어 거품이 빠진다. 그 와중에 재평가되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다양하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변동성은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변동성이 줄어드니 수익률이 줄어들게 된다. 수익률이 줄어드니 굳이 쓰지 못하는 가상화폐 들고 현금화를 늦출 필요가 없다. 작은 코인들을 거래하는 개인들 대다수가 현금화를 시작하고, 현재 100여개가 넘게 존재하는 코인들 대부분이 정리되고 몇 개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가상화폐들은 안정된 변동성을 확보하고 그것의 본래 목적에 따라 실제 거래에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건 마치 닷컴 버블 때와도 같다. 닷컴버블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파산 및 도산하였으나 동시에 닷컴버블은 구글과 같은 현재의 IT 대기업들을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버블 후 생성되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버블이 무너질 당시 비트코인이 걸쳐 있는 시장의 크기, 실제로 비트코인으로 구매가 이뤄지는 거래량에 따라 그 가격은 다양해질 수 있다. 버블 중에는 수익률을 위해서 희생되는 활용가치가 문제가 되었다면, 버블 후에는 수익률을 희생하여 획득할 수 있는 활용가치가 가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프로 비유를 해보자. 아래는 가트너의 '하이퍼 사이클'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곡선은 기술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그래프로서, 기술이 촉발되고 기대를 모았다가 기대에 못 미쳐 바닥을 치고 다시 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버블 중인 비트코인은 첫번째 큰 산을 지나는 중이다. 이 그래프를 창안한 가트너는 2017년 여름 비트코인은 첫번째 산을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기대가 한껏 부부풀었다가 이제 그 기대에 실망하게 되는 시간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비트코인의 가격은 기대심리를 잘 반영한다. 따라서 버블 후의 비트코인 가격은 이 곡선을 따라 구덩이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뒤의 그래프는 상승하여 평형점을 찾아가듯이, 비트코인이 실제 거래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시점이 빨라질수록 구덩이의 깊이는 더 얕아진다. 만일 버블이 터지기 전에 그 시점이 온다면 가격은 하락하지 않은 채 변동성만 안정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는 현재 비트코인 소유자에게 있어선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테지만, 비트코인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실제 거래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지 않게 되므로 일어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비트코인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변동성을 줄임으로써 수익성 악화, 활용가치가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비트코인을 단지 투기에 대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하겠지만 비트코인을 미래에 실제 사용할 가상화폐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들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미래에도 비트코인은 1위로 살아남을까? 가장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만, 장담하긴 힘들다. 아무래도 초기 가상화폐인 만큼 후발주자들에 비해서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지금의 화폐와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구매에 관한 프로세스에는 사용자가 직접 관여해야 한다. 반면 이더리움은 여러 자산을 올릴 수 있고, 그 자산이 구동하는 방식, 조건 등을 직접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 기능을 제공한다. 따라서 더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한 다른 코인들이 비트코인을 앞지를 수도 있다.
지금도 비트코인은 화제가 되어 실시간 검색어를 오르내린다. 부디 버블이 지나고 난 뒤 남아 있는 게 폭탄이 아니길 바란다. 또한 이득을 얻었더라도 그것이 실력이 아니라 운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고 여전히 노동을 소중하다 여겨주었으면 한다. 김생민이 자주하는 다음의 말을 깊게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