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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늘보 Nov 28. 2018

<열두발자국> 가상화폐는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기]

2018.08.19일에 있었던 독서모임 <쉼표> 90회 토론에서 나온 토론 주제 중 하나입니다.


가상화폐는 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


열두발자국의 열 번째 발자국에선 가상화폐를 이야기하며 장을 시작합니다. 작년 말과 이번 년 초에 걸쳐 가상화폐는 크나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누군가는 미래를 바꿀 기술로, 누군가는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누군가는 사기에 가까운 행각으로 여겼었죠. 

그 관심의 방향이야 어쨌든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위의 질문을 맞닥뜨려야만 했습니다.

가상화폐는 실물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실물화폐는 종이에 인쇄되어 나온 그림입니다. 또는 동전이죠. 사실 돈의 실제 가치는 그저 그것을 이루는 물질 정도의 가치입니다. 종이와 그림, 또는 동전을 이루는 여러 가지 광물들의 가치 정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5만 원을 5만 원 정도의 가치를 갖는 물건과 교환하죠. 만일 돈의 실제 가치만 따지면 그저 종이에 지나지 않는 가치로 5만 원 정도의 가치를 갖는 물건과 교환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겁니다.

과거 금화를 돈으로 사용하던 때는 금화를 이루는 금 자체에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돈의 가치를 보장하는 중개자가 필요 없었지요. 그러나 점차 경제 활동이 많아지자 사람들은 들고 다니기 편한 차용증을 금화 대신 사용합니다. 차용증은 금화를 은행에 맡기면 내어주는 것으로, 이 차용증을 은행에 제시하면 은행은 차용증에 적힌 금액만큼의 금화를 내어줘야 합니다. 이 시스템은 은행이라는 중개자가 없으면 성립할 수 없습니다. 종이인 차용증 받고 물건을 내줬는데 은행이 그 차용증을 실제 가치가 있는 금화로 바꿔주지 않는다면 판매자는 그만큼 손해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차용증을 사용하는 경제에선 차용증을 금화로 바꿔줄 중개자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차용증 = 돈이라는 인식이 모두에게 스며들자 교환재로 실물가치를 지닌 금화는 필요 없어집니다. 그저 모두가 동일가치로 여기는 교환재, 종이돈이 필요했을 뿐이죠. 그러나 이 종이돈 또한 실물 가치는 종이에 지나지 않아 중개자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정부가 중개자를 맡습니다.

가장 최근 예시로 5만원 권을 들 수 있습니다. 5만원 권도 실제 가치는 그림 그려진 종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5만원이라고 선언한 순간 5만원 정도의 가치를 갖는 물건과 교환할 수 있게 되었지요. 만일 5만원권이 발행되었지만 정부에서 이건 돈이 아니다 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렇듯 중개자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따라서 힘도 막강한 경우가 많고, 그만큼 영향력도 굉장하죠. 그래서 중개자는 공정하고, 부패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중개자 또한 사람이며 단체이기에 항상 그러리라고 기대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점에서 가상화폐는 탈중앙화라는 특징을 내세웁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특정한 중개자가 없어도 거래가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정확히는 모두가 중개자가 되는 구조를 만들었죠. 앞서 중개자는 막강한 힘을 갖는다고 하였죠? 모두가 중개자가 되는 구조에선 그 막강한 힘이 모두에게 나눠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중앙화 된 권력이 분배됨과 동시에 중개자의 부패 가능성 또한 낮아져 위험 부담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모두가 중개자가 된다는 건 모두가 '내가 이것이 돈임을 보증하겠소'라고 이야기할 때 가능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가상화폐를 돈으로 인정하지 않는 개인은 중개자가 될 수 없습니다. 가상화폐는 이 점에서 어려움을 갖습니다. 돈으로 보증받기 위해서는 중개자가 필요한데, 그 중개자를 가상화폐를 접하는 개개인에게 맡김으로써 개개인은 이 가상화폐를 돈으로 인정할지 말지 선택해야 합니다. 돈으로 인정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 가상화폐를 보증하는 중개자가 늘어날 것이고, 인정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경우 가상화폐를 보증하는 중개자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돈이 돈으로 쓰이고 있어서 돈을 돈으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합니다. 만일 태어났는데 가상화폐라는 것으로 사람들이 거래를 하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돈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가상화폐로 거래하는 모습은 주변에서 발견하기 힘듭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 가상화폐를 돈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사람들은 과연 가상화폐를 돈처럼 사용할 수 있을까요?
기존의 중개자는 탈중앙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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