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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Apr 30. 2023

재택을 넘어 자유롭게 근무하는, 글로벌 워케이션 트렌드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코아미 인사이트> 기고 칼럼

'재택을 넘어 자유롭게 근무하는, 글로벌 워케이션 트렌드'

글 / 김다영, 히치하이커 대표,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저자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의 급격한 확대는 삶과 일의 경계를 허물고 여행지의 선택 기준마저 바꾸고 있다. 이미 원격 근무가 업무 형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서구에서는 일(work)과 여행(vacation)을 함께 하려는 '워케이션'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한달 살기'라고 불리는 체류형 여행이 유행했지만, 워케이션은 집이 아닌 곳에 머무르며 일과 여행을 함께 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전 세계의 워케이션 트렌드와 국내 상황의 비교, 그리고 최근 워케이션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변화를 살펴본다.



3M의 기업 블로그에 실린 2021년 콘텐츠. 직원들의 하이브리드/리모트워크 리뷰를 전하고 있다. 


원격 근무 증가로 성장하는 글로벌 워케이션 시장

코로나19 이후 노동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한 미국의 경우, 원격 근무 가능한 회사를 선택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싶다는 소위 '대(大)퇴사의 시대’의 흐름이 여전히 대세다. 물론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테슬라, 스타벅스,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은 사무실 복귀로 전환하기도 하지만, 원격 근무에 무리가 없고 젊은 인재 유입이 중요한 IT 기업들은 원격 근무 또는 사무실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를 정착시켰다. 애플과 구글은 주 3회 사무실 근무를 채택했고, 제조업 회사인 3M도 본사 직원에 한해 근무장소의 선택을 허용했다. 이렇게 사무실 통근이 줄고 원격 근무 시간이 늘어나면서 성장하는 시장이 바로 일과 여행을 함께 하는 워케이션이다. 여행지로 이동해서 근무시간에는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여가를 즐기는 새로운 근무 형태다. 


이러한 노동 환경의 변화를 발빠르게 반영하여 성공가도를 달리는 기업이 바로 에어비앤비다.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2021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하반기 숙박 예약의 무려 20%가 1개월 이상의 여행이었으며 나머지 절반은 1주일 이상의 여행이었다고 밝혔다. 에어비앤비는 원격 근무로 인한 숙박일의 증가가 단지 일시적 현상이 아닌 팬데믹 이후 라이프스타일의 영구적 변화로 판단했고, 2022년부터 모든 직원이 체류 여행자의 요구사항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영구적인 원격근무제를 도입하는 파격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또한 기존 플랫폼의 모든 검색과 예약 기능을 체류 여행자에 맞춰 수정했다. 그 결과는 어떨까? 코로나19 발발 초기에 직원 1900명을 해고하며 위기에 처했던 에어비앤비는, 2022년 4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화려한 부활에는 이러한 내부 혁신이 큰 몫을 했지만, 세계적으로 급증한 원격 근무자와 이로 인한 워케이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출처: unyoked


디지털 노마드가 이끄는, 글로벌 워케이션 트렌드

물론 서구에서도 원격 근무는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원격 근무 장소를 몰래 옮겨 다니며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스텔스 직원('Stealth workers’),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근무 장소를 바꾸는 비공식 워케이션 ‘허쉬 트립(hush trip)’과 같은 신조어가 의미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한 노사간 합의가 미흡한 기업이 여전히 많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많은 원격 근무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근무 형태는 국경을 넘나들며 워케이션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점이다. 디지털 노마드 형태로 일하는 원격 근무자는 팬데믹 3년을 거치면서 약 3배 가량 증가해, 전 세계에 걸쳐 약 3,5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광 수입이 중요한 유럽 각국은 이들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에스토니아, 크로아티아를 시작으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하고 있으며, 아예 인구 소멸 지역에 디지털 노마드만을 위한 마을을 조성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포르투갈의 '디지털 노마드 마데이라 아일랜드(Digital Nomads Madeira Islands)'는 인구 8200명의 작은 항구 마을에 전 세계 40개국의 원격 근무자가 몰려들어 3천만 유로 이상의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2023년의 워케이션은 체류 목적과 취향에 따라 더욱 세분화될 전망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호텔 구독 워케이션, 아웃도어 워케이션과 같은 세부 카테고리가 생겨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신생 비즈니스도 탄생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을 중심으로 확장 중인 아웃도어 워케이션 서비스 언요크드(unyoked)는 한적한 교외의 단독 캐빈에 머물며 여행과 일을 할 수 있는 숙박 서비스로, 2021년 11월까지 총 1천만 달러의 벤처 캐피털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프리랜서가 1600만 명을 넘어선 일본에서는 숙박시설을 옮겨 다니며 생활과 일, 여행을 함께 하는, 프리랜서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워케이션 구독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숙박 구독 서비스인 hafh(home away from home)은 일본과 해외의 제휴 호텔을 월 구독비를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의 대표 체인인 도큐 호텔도 2021년에 자사의 체인을 구독 형태로 묵을 수 있는 서비스 '츠기 츠기 (tsugi tsugi)'를 내놓았다. 최초 39개 체인으로 시작했던  츠기 츠기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22년에는 구독 가능한 호텔 수를 전국 173개 지점으로 늘렸다. 




부산 워케이션 : www.busaness.com


한국의 워케이션 현황과 전망

한국의 워케이션 시장을 주도하는 하나의 축은 전국의 지자체다. 가파른 인구 감소로 인해 체류형 관광 인구 유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2023년 워케이션 목적지로 주목할 곳은 부산과 제주다. 부산시는 2023년 2월 개소한 워케이션 거점센터를 중심으로 도시 전체에 본격적인 워케이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참여 기업에게는 숙박비 일부와 업무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 세화리에 2021년 문을 연 질그랭이 센터는 방치되어 있던 마을종합복지타운을 개조해 공유 사무실과 카페, 숙박 공간으로 조성한 마을 기업이다. 이미 티몬, 이지스자산운용 등 50여 개 기업이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올해는 100여 개 기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들도 팬데믹 이후 사원 복지 및 근무 환경 개선 제도로 워케이션을 내세우는 추세다. 2022년 4월 라인플러스의 해외 원격 근무 허용을 시작으로 네이버, 배달의 민족 등 다른 IT기업에서도 워케이션 제도를 빠르게 도입했다. SK그룹과 LG유플러스는 직원 전용 시설인 워케이션 거점 오피스를 별도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내에서 시행한 워케이션 경험을 바탕으로 워케이션 사업에 진출한 한화호텔&리조트의 사례도 있다. 공유 오피스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자사 숙박시설 내에 기업 고객에 최적화된 업무 공간을 조성하는 ‘워크스테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 문화에서는 워케이션의 효용성에 대한 인식이나 공감대가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원격 근무가 업무 유형 중 하나이지만, 한국에서는 원격 근무 이전에 재택 근무도 선뜻 도입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2023년 들어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위기 의식을 느낀 일부 기업은 이미 도입했던 원격(재택) 근무 제도를 철회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아직 정착도 하지 못한 워케이션 문화가 널리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향후 한국의 워케이션이 기업과 사회, 개인 모두에게 득이 되는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업이 워케이션에 접근하는 시각의 변화와 원격 근무 인프라의 확대가 함께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 만들어질 한국형 워케이션은 일하는 사람 모두가 더 나은 업무 환경을 가질 권리로,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 소비의 일환으로 널리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 기고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책 '글로벌 워케이션 트렌드 (2023)'  알라딘 | 예스24 | 교보문고 | 밀리의서재






김다영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산업 칼럼니스트와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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