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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비즈니스의 시작, '진짜' 크리에이터 되기

2화. 플랫폼, 얼마나 중요하냐고요?

by 히치하이커 김다영

20년 가까이 여행 분야의 콘텐츠로 돈을 벌고 있는 입장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인드로 콘텐츠를 바라보고, 어떤 생각으로 채널을 확장해 가는지에 대한 기록을 하면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특히 2년만에 1천 명에 불과했던 유튜브를 6만 명 가까운 채널로 키우기까지의 과정도, 기록해두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경기도 어렵고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다 보니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훨씬 과열된 게 느껴진다. 이들을 노려 본인의 수입만 내세우는 '월천팔이'류 강의, 성공을 증명하는 본인 이름으로 성공시킨 채널 하나 없이 '유튜브로 비즈니스하는 법' 류의 컨설팅 비즈니스가 난립하는 걸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연재를 시작하는 것도 있다. 이 분야에서 제대로 일하는 이들의 기록이 그만큼 많지 않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가끔 유튜브에,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여행 콘텐츠로 직업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요'와 같은 질문도 들어온다. 이번 연재는 이 질문에 대한 최신 버전의 답변이기도 하다.


1화는 아래 글에.



1단계. 콘텐츠 생산의 시작,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다루는 일은 '크리에이터' 세상에 진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나 역시 처음 온라인 상에 콘텐츠를 만들게 된 건 블로그 덕분이다. 2008년 네이버와 티스토리가 블로그 서비스를 활성화할 무렵에, 나는 티스토리를 선택했다. 큰 이유는 없었고, 단지 '커스터마이징'이 좀더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 때의 선택은 향후 내 업에 여러가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왜 수많은 분야 중 여행이었냐고? 이 대목이 중요한데, 내가 여행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블로그를 시작하기 직전의 직업이 '여행 기자'였기 때문이다. 즉, 제일 효율성 높고 지속성 있게 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여행' 분야였다. 해외여행 월간지에서 에디터로 일했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낯선 외국에 가서 쓸만한 사진을 촬영하고 취재하고 기사 쓰는 법을, 십수 년 경력을 가진 기자 선배들에게 배웠다. 지금 일의 거의 모든 기술은 이 때 익혔다. 미리 얘기하지만 유튜브 콘텐츠 기획도 '스크립트(텍스트)'에서 80% 이상 만들어진다.


물론,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지속성'있게 콘텐츠를 생산할 동력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시작할 수는 없냐?고 물으면, 당연히 가능하다고 답해줄 것이다. 사실 크리에이터는 재미있는 일이 돈도 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즐거운 일이다. 따라서 취미나 부업으로서의 콘텐츠 생산은 이 연재에서는 논외로 한다.


이 연재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이들을 향한 이야기다. 만약 이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면, 지금 내가 만드는 콘텐츠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는지, 아니면 나의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면 된다.


전자의 경우 크리에이터는 맞지만, 아무리 오래 해도 직업으로는 연결되기 어렵다. 직업의 만족도에는 '사회적 인정' 또한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 인정 욕구는 복잡미묘해서, 단지 통장이 채워진다고 해서 저절로 채워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외모나 체력만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2030 시절을 지나서 40대에 접어들면, 현타가 크게 오는 시점이 반드시 온다. 크리에이터가 어느 시점이 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직업적 영역으로 넘어와야 하는 이유다.



2단계. 플랫폼이 중요하냐고? '방향성'에 따라 다르다

201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가 80% 이상의 점유율을 획득하면서, 다음(daum)과의 격차는 말도 안되게 벌어졌다. 다음이 운영하는 티스토리도 유입율이 크게 떨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블로거 대상 프로모션이나 팸투어, 각종 협업 기회에서 티스토리 블로그는 제외됐다. 5년 넘게 티스토리에서 파워 블로그 뱃지를 획득했는데, 이제라도 다 버리고 네이버로 넘어가야 할지 고민도 한동안 많이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플랫폼을 옮기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할 것이다. 노출와 협업 기회를 높이려면 당연히 큰 물로 옮겨야 하는게 아니냐고 말이다. 만약 내가 ‘잘나가는 부업으로서의 크리에이터'를 목표로 했다면 진작에 네이버로 터를 옮겼을 것이다. 그쪽을 꿈꾼다면 지금이라도 네이버로 가면 된다.


하지만 내 목표는 여행산업 분야에서 전문성이 높은 직업을 구축하고, 콘텐츠 그 자체로 사회적 역할을 인정받으며 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네이버 시장에 주어지는 '기회'의 본질을 뜯어보면, 내가 원하는 직업적 전문성을 쌓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즉 "기존 업체가 짜놓은 일정의 팸투어 리뷰 + 원고료 받고 쓴 키워드 광고글 아카이빙을 장기간 구축"하는 건, 내가 바라는 직업적 목표로 연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또다른 플랫폼의 '블로거'가 되기 보다는, 진짜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했다. 진정한 의미의 크리에이터가 되면, 더이상 플랫폼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각 플랫폼의 특성을 파악해 직업적 목표로 다가서는 데 '활용'만 하면 되므로, 그때부터 플랫폼은 그냥 도구일 뿐이다. 실제로 지금의 내 직업을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건 티스토리도 네이버도 아니다. 엉뚱하게도 바로 이 곳, '브런치'다.


이 때 전환한 플랫폼과 콘텐츠에 대한 관점은 향후 내 삶과 일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그리고 이 때 확립한 콘텐츠 기획의 방향성은, 거의 망해가던 유튜브를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진짜 크리에이터가 되는 방법은, 바로 이어지는 다음 화에.





김다영 | 강의 소개 및 문의

- 여행 인사이트 미디어 '히치하이커' 대표, 여행 유튜브 히치하이커TV

- 책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여행 전문 강사,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2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소비자 마케팅 및 AI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여행을 중심으로 나다운 일을 찾아가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 코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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