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미디어로서의 유튜브가 가진, 의외의 가능성
* 1~3화는 아래 매거진에.
https://brunch.co.kr/magazine/smarttravel
팬데믹이 끝나가던 2022년 11월, 한참 바쁜 시즌이었지만 더는 미룰 수 없었던 웹사이트 작업을 마무리했다. 직접 AWS와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구축한 미디어 사이트, 히치하이커닷컴을 오픈한 것이다. 돌이켜보니 이 일은 강의만 하던 1인 기업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라는 다음 단계로 발걸음을 옮긴 출발선이었다.
사업자 명의 닷컴 도메인이 있었지만, 윅스(wix)라는 노코드 플랫폼으로 만든 강사 소개 홈페이지에 대충 연결해 두고, 연계된 뉴스레터 기능만 활용하는 게 전부였다. 또한 블로그(소비자), 팟캐스트(업계), 강사 홈피가 따로 돌아가고 있었다. 크리에이터에서 시작해 1인 기업이 되는 과정에서 쌓인 축적의 결과지만, 일관되지 못한 메시지는 퍼스널 브랜딩이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팟캐스트 콘텐츠를 텍스트로 축적하는 '미디어'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가장 먼저 ‘닷컴'을 미디어로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윅스에서 도메인을 떼어내고, 유료 서버를 사고 워드프레스 설치형으로 완전히 독립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티스토리 15년차에게도 빡세긴 했지만, 챗GPT도 없던 시절에 나이먹은 나도 해냈으니 우리 문과 여성들 힘냅시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초여름에 시작한 사이트 작업은 늦가을이 되어서야 비로소 끝을 냈다.
물론 닷컴을 오픈했다고 당장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올려놓은 콘텐츠도 별로 없다보니 유입 트래픽도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서버비만 내면서,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팬데믹의 종식이 가까워지면서 직업적 역할의 축소보다 더 우려했던 것은, 인플루언싱 채널에 관한 오랜 고민이었다.
물론 전문가 레벨의 일만 집중하더라도 '직업'으로서의 영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전문성을 계속 발전시키고 차별화하려면 소비자 인플루언싱 채널도 있어야 더 많은 진입과 취재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팬데믹이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하나?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시대의 도도한 흐름을 따르려면 '유튜브' 외에는 답이 없었다. 202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인의 유튜브 체류시간은 네이버 카카오의 4~5배에 달했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콘텐츠라면, 가장 대중이 많이 모인 곳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이치다. 게다가 콘텐츠 생산의 목적이 '수익화'가 아니라 진짜 팬덤과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라면? 현존하는 플랫폼 중에 유튜브를 대체할 플랫폼은 없다.
구독자 1천 명 수준의 유튜브를 어떻게든 다시 살려내고, 매거진 역할을 하는 닷컴과 결합해 통합된 미디어 채널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 방향성은 어디까지나 목표일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팟캐스트를 유튜브로 옮겨야 한다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들이 (나에게서)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하는데, 대체 그게 뭘까?
머리 터지게 고민하던 차에 너무나도 우연히 그 힌트를 얻게 된다. 다음 편에 계속.
팬데믹 시기의 유튜브에 범람하던 여행 콘텐츠는 주로 '대리만족' 매커니즘을 이용한 빠니보틀 스타일의 1인캠 브이로그가 대세를 이뤘다. 그런데 잘 되던 채널들도 팬데믹이 끝날 무렵에는 하나둘 문을 닫거나, 공중파로 진출하는 등 다른 길을 모색했다. 잘 살펴보면 반복적인 여행을 통한 콘텐츠 생산은 크리에이터의 에너지를 금새 소진시킨다. 다시 말해 '지속가능한' 생산 방법이 아니었다. 또한 여행길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부터 비-유명인의 브이로그 트래픽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타인의 여행을 볼 필요가 굳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정보와 리뷰 위주의 채널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행 리뷰 채널을 여럿 모니터링하면서 깜짝 놀란 것은, 대부분 본인 예산을 들여서 촬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시청자에게 도네이션을 받고 간간히 상품 ppl로 연명하는, 즉 여행업계와 접점이 전혀 없는 채널이 많았다. 여행산업 분야의 경력이 없는 대다수 유튜버들이 채널을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 다시 말해 국내에서는 내가 참고할 채널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해외 시장을 모니터 해보니 미디어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레거시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저널리스트들이 하나둘 나와서 자신만의 미디어를 유튜브에 차리고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조니 해리스(Johnny Harris)는 649만 명 규모의 유튜브 채널을 가진 독립 저널리스트다. 그는 VOX 미디어 출신으로, 탁월한 관점으로 사안을 해석해주는 채널을 운영한다. 결국 콘텐츠 비즈니스의 전제 조건은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가 핵심이고, 유튜브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다영 | 강의 소개 및 문의
- 여행 인사이트 미디어 '히치하이커' 대표, 여행 유튜브 히치하이커TV
- 책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여행 전문 강사,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2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소비자 마케팅 및 AI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여행을 중심으로 나다운 일을 찾아가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 코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