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학교 조리실에서 나의 첫 번째 인생
"엄마 오늘 급식 진짜 맛있었어! 반 애들이 다 맛있다고 했어!"
아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집에 와서 그렇게 말하던 날이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물었었다."뭐가 제일 맛있었는데?"
"오늘 국은 미역국이었는데 급식실 이모님들이 최고래! "
그날 나는 아이 모르게 울컥했고 뿌듯했다.
왜냐하면 그 메뉴가 바로 내가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전에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근무를 했었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무거운 야채 상자를 나르고, 큰솥에 음식을 하고 큰 도비주걱으로 휘저으며 수백 명의 점심을 준비했다.
뜨거운 불 앞에서 땀 흘리며 힘들게 일했지만, 누군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참 보람 있었다.
그렇게 바쁜 나날 중에서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시간을 쪼개서 공부를 해보기로 하고 방송통신대학교에 원서를 제출했고, 사회복지사학을 공부했다.
처음에 '그 나이에 무슨 공부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배움에 목마름이 있었다. 또한 사람을 돕는 일을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마음 한편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첫 번째 인생은 그렇게 흘러갔다. 아이들을 위해, 가정을 위해, 그리고 학교를 위해 일하며 살아온 시간 그 시간은 정말 소중했고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어딘가 마음속에 늘 자리 잡은 작은 질문이 있었다.
이 일 말고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더 있지는 않을까?
그 질문이 내 두 번째 인생의 출발점이었다.
그때는 몰랐었다. 내 삶에 다시 '학생, 이라는 이름표가 붙게 될 줄은 방송통신대학을 다니면서 낮에는 초등학교 조리실에서 근무하고 퇴근 후 다시 학생가방을 메고 대학도서관에서 밤 11시까지 공부하고 늦은 밤 귀가하는 그 시간이 뿌듯하고 행복했었다. 그렇게 공부를 해서 2019년 방송대를 4년 만에 졸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졸업과 동시에 코로나가 왔다.
졸업만 하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왠지 허전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모일 수가 없어서 준비해 왔던 졸업여행도 못 가게 되었고 주말마다 배웠던 오카리나, 우쿨렐레모임도 다 해체가 되었다.
다시 공허함을 느끼는 일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