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새 출발 조리사에서 간호조무사로

2화 다시, 밤의 학생이 되다

by 다시 봄May

졸업만 하면 마음이 후련할 줄 알았다.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으니 이제 한숨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졸업장을 손에 쥐고 나니,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

코로나로 인해 졸업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고,

그동안 함께 배우며 웃고 즐기던 오카리나, 우쿨렐레 동호회도 모두 해체됐다.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던 시간은 끝났고,

그 자리에 공허함이 찾아왔다.

‘나는 앞으로 뭘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년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 이후의 삶을 그려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간호조무사라는 직업이 떠올랐다.

“몸은 고되겠지만, 사람을 돌보는 일이라는 점에서 나와 잘 맞을 수도 있겠다.”

“정년도 없고, 나이 제한도 크지 않다던데…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음이 동했을 때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건 내 습관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간호학원 야간반에 등록했다.


낮에는 조리사, 밤에는 간호조무사 준비생.

또 한 번 ‘학생’이 된 내 인생의 두 번째 챕터가 시작되었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아이들 급식을 준비하고 손에 물 마를 틈 없이 일을 마치면, 부리나케 학원으로 달려갔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되는 수업은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어깨와 허리는 아팠지만, 마음은 이상하게도 생기가 돌았다.

‘그래, 지금 나는 또 한 번의 삶을 준비하고 있어.’

그 생각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쉬는 날은 없었다. 실습을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직접 돌보는 실습은 책에서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어르신의 손을 잡아드리는 일,

혼자 힘으로 식사하지 못하는 분께 밥을 떠먹여 드리는 일,

혈압을 재고, 드레싱 도구를 소독하는 일까지.


“이게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순간순간 자신감이 흔들렸지만,

나는 이 길의 끝에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학교에서의 조리실무사 근무도 정점을 찍었다.

2023년 2월 15일, 20년 가까이 일했던 학교에서 정년퇴임을 맞았다.

작은 퇴임식이 열렸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진심으로 나를 축하해주었다.

“고생 많으셨어요.”

“언니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따뜻한 인사와 박수 소리에 가슴이 뭉클했지만, 어쩐지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익숙했던 공간과 사람들, 모든 것이 내게는 가족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임식이 끝난 그날 밤,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머릿속엔 계속 문제 풀이와 이론이 맴돌았고, 책장을 넘기는 손끝엔 긴장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2023년 3월 11일, 나는 간호조무사 시험을 치렀다.

그날, 내 나이는 60세였다.

시험을 보고 나오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이제 자격증만 나오면 새로운 시작이겠지…"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60대 여성, 관련 경력 없음,

자격증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마음을 짓눌렀다.

과연 누군가 나를 써줄까?

이 자격증이, 내 인생을 바꿔줄 수 있을까?

그러나 분명한 한 가지는 있었다.

나는 그 불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또 한 번의 ‘시작선’ 앞에 당당히 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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