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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닉샘 Nick Sam Oct 02. 2024

다이얼팩토리 항해일지 - 작은 실패들을 쌓는다

커뮤니티 디자이너 닉샘의 창업 기록 #11

"살면서 실패한 경험이 있으세요?"


최근 어떤 계기로 이런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기준이나 그 기준으로 내가 하는 일을 평가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대답을 하기 위해 조금 생각해 보니 지금껏 해온 일들은 대부분 크고 작게 다 실패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티 디자이너로 일하고 살아가는 길에 들어서는 데는 성공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공간을 운영하는 일이나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사람을 모으는 일, 원하는 만큼 돈을 버는 일, 사업화를 위해 조직을 형성하고 일의 규모를 키우는 일, 브랜딩을 위해 계획하고 진행하는 일들.. 엄밀히 따져보니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계속 작은 실패와 계속되는 시행착오를 쌓고 있다.


한 달 만에 열한 번째 항해일지를 쓴다. 하루에 아주 조금씩 조각글을 30분이라도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실패했다. 항해일지를 시작할 때는 잠을 30분 덜자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하루에 1시간 반 밖에 못 자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있었기에 더 안 자면 몸과 마음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정신없이 바빴다. 조각글 쓰기에는 실패했지만 바쁘기에 감사한 하루하루다. 그리고 갑자기 서늘해진 10월 초 아침, 진행되던 일들이 갑자기 일단락되고 약간의 틈이 생겨 글을 쓴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본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전시를 진행했고, 다양한 지역에서 초대해 주셔서 강의와 워크숍을 뛰었다. 디자인 작업들도 있었고, 물건 납품을 위해 밤새 포장 작업을 하기도 했다.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으로 준비한 파티 겸 공연도 진행했다. 현재의 서비스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의 공부와 연구도 시작했다. 이상 기후로 이례적으로 무더웠던 추석 명절 연휴도 있었다.


현재의 사업 구조 상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고객 사업)와 B2G(B to Government, 기관 고객 사업) 수익이 대부분이기에 정책 예산이 활발하게 소진되는 9월~11월이 매우 바쁘다. 그리고 많은 기업이 그렇듯 연초 겨울과 봄은 일감이 갑자기 없어지는 보릿고개 시기가 된다. 바쁘고 정신없는 것에는 감사하지만 현재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우고 노 저어야 하고,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


스튜디오 디 Studio-D에서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한 뮤직 파티 'Plug'


어렵고 답답한 상황도 많았다. 디자인과 제품 제작 용역의 비중이 높아지며, 선지출 되는 비용이 늘어나고 수금이 늦어져 현금 흐름이 꼬이는 어려움도 겪었다. 아직 사업의 규모가 크지 않아 잘 넘어갔지만 자칫 아찔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또한 팀원들에게 일을 나누지 못하고, 나(닉샘) 스스로의 역량으로 급히 해결하며 수익을 만드는 일이 너무 많다. 상반기에 계획하고 차근차근 준비하던 제품 개발과 판매 준비, 마케팅의 계획과 흐름이 다 깨졌다.


팀원들도 다이얼의 공통의 일보다는 각자의 사업과 일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긴 하지만 함께 매출을 만들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리더로서 미안하고 안타깝다. 원피스라는 만화에서 루피의 밀짚모자 해적단이 갑자기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성장에 집중하고 재회를 준비하는 시기가 많이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개인과 팀에 도움이 되는 시기일 수도 있지만 일시적인 팀의 위기 상황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현재가 얼마나 바쁜지, 하나하나의 시도가 실패인지보다 성공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흐름'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좋은 흐름을 만들고 있는가.


바쁨과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흐름의 시그널을 감지한다. 다이얼팩토리의 비전과 사업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일이 늘어난다. 전국에서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가진 주체들이 강의로 초대해 주시거나 공주 제민천 마을을 찾아주시는 일이 많아진다. 단순히 지역 활성화나 도시재생이라는 정책 사업적인 키워드가 아니라 주민과 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을 제대로 모으고 대화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초대되는 워크숍의 비중이 늘어난다. 2년 정도 노력해서 만들어가고 있는 '다이얼팩토리' 브랜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연결이 많아지고 있다.


동시에 그동안 투자로 생각하고 쌓고 있는 디자인 결과물들에 대한 반응도 좋다. 지역커뮤니티의 매력과 스토리를 담아 제작한 마을 지도와 굿즈들이다. 우리가 해온 작업들의 과정을 실현하고 싶거나, 유사한 수준의 디자인 작업을 하고 싶은 지역과 기업, 기관에서 일이 들어온다. 특히 기쁜 것은 대화에서 커뮤니티, 커뮤니티에서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맥락을 이해하는 고객이 많아졌다.   


좋은 흐름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한번 한 번의 강의, 워크숍, 디자인 작업에서 만나는 사람들, 고객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를 쓴다. 일분일초 진심을 다하고 사력을 다한다는 마음이다. 각자 하는 일이라도 다이얼을 만나는 고객의 피드백들을 수시로 팀원에게 나누며 좋은 흐름에 대한 공통의 인지와 이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작년과 재작년 이맘때와 현재의 다이얼팩토리를 비교하고 내년과 이후의 성장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 그동안의 노력과 사례, 데이터와 가치가 잘 모아지고 보여질 수 있도록 준비한다.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한 더 많은 고객, 더 중요한 고객에게 닿을 수 있는 준비를 한다. 사진과 영상을 모으고 웹사이트 오픈을 준비한다. 디자인과 이미지의 퀄리티를 높인다. 동시에 다음 스텝의 제품을 개발하고 필요한 역량을 높인다.

더 많은 고객을 만나기 위해 오픈 준비 중인 웹페이지 메인 화면

작은 실패를 쌓는 일은 큰 실패를 막는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가 무의미할 정도로 선제적이고 압도적인 흐름을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들어가려는 비전과 미래, 구체적인 사람들의 행복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실천해 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성공이냐 실패냐라는 판단이 무색할 정로도, 우리가 가는 길 자체로 '희망'의 증거가 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오늘 이렇게 또 한 번 기록을 남기기에 다이얼팩토리의 길을 꾸준히 기록한다는 목표는 아직 실패가 아닌 것이 되었다.


2024년 10월 2일 오전 10시, 커뮤니티 디자이너 닉샘

다이얼팩토리의 가치를 전하는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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