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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나 Jul 24. 2024

엄마 품 안에 있을 때 마음껏 연습해

조금씩 조금씩 독립을 준비해야 해.

민성아

한 동안 계속 비가 와서 놀이터에 놀러 가지 못했지.

오랜만에 비가 그쳐 놀이터에 놀러 갈 수 있게 되어, 빨리 유치원이 끝나기를 기대하는 너를 보며, 엄마도 덩달아 흥분이 되었어. 행복해하는 너를 보면 엄마도 많이 행복해지거든.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그날따라 민성이가 철수하고 자꾸 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서 엄마도 마음이 좀 속상하더라고, 엄마는 민성이 편이니 엄마가 보기에도 철수가 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보였어.


엄마는 무조건 민성이 편이라 민성이 마음을 철수가 받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또 철수의 엄마는 다른 친구들은 모두 철수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서 노는데, 민성이가 자꾸 딴지를 거니까 아마 민성이가 불편했을 수도 있겠지?


민성이가 엄마한테 철수의 행동을 이야기할 때 엄마가 민성이 대신 철수를 혼내줄 수 없는 이유야.

엄마는 그저 '민성이 마음이 불편했어? 그럼 우리 그만 집에 갈까?', '엄마한테 와서 그만 좀 고자질해, 자꾸 싸우면 집에 갈 거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어.


사실은 엄마도 알고 있어.

민성이가 놀이터에서 계속 놀고 싶지만, 철수의 불편한 행동을 좀 못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그 마음.


민성이가 좀 더 어렸다면, 철수 엄마랑 이야기해서 민성이의 속상한 마음을 대신 해결해 주거나, 아니면 그 친구랑 만나는 것을 그만두고 다른 친구를 만나도록 했을 거야.


하지만 이제는 좀 다른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민성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연습의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아직은 엄마가 함께 하기 때문에, 넘어져도 괜찮으니까. 민성이가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나의 자존감을 지키면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익힐 수 있으니까.

지금이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


그러니 민성아, 이제는 민성이가 직접 친구에게 너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연습을 한 번 해보렴.

엄마한테 이야기하듯이 친구가 한 부당한 행동을 친구한테 직접 이야기해 봐.


아까 네가 하고 싶은 놀이 했으니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한 번 해보자.
왜 너는 술래를 안 하고 나만 계속 술래를 해야 해?
나랑 안 논다고 이야기해서 내가 속상했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민성이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친구는 민성이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

그리고 너의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친구는 계속 너를 불편하게 할 거야.


민성아 내가 나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민성이의 마음을 소중히 하지 않을 거야. 

내가 친구에게 예의 있게 행동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예의 있게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야. 


내년이면 이제 1학년이 되는데, 이제 곧 민성이는 엄마 없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게 되거든, 민성이가 커갈수록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고, 언젠가는 엄마 없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때가 오거든. 친구들과는 언제든지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어, 그런 상황들을 고민해 보고 해결책을 찾아보면서 친구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게 될 거야. 


하지만 민성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엄마는 언제나 민성이와 함께 할 거야. 

민성이는 언제든지 엄마한테 도움을 청할 수 있어.


해결책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엄마랑 이야기해 줘. 

그렇다고 엄마가 해결책을 주지는 않을 거야.

엄마는 민성이가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줄 거야.


민성이는 지금 안전해. 그러니 그런 상황들을 연습의 기회로 삼아보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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