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남편이 될 것이기에.
결혼하기 전 법륜스님의 말씀에 푹 빠져있을 때다.
'덕 보려고 결혼하지 마라' 덕을 베풀려는 마음으로 결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말씀이 마음에 꽂혀, 지금의 남편을 선택할 때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우면 된다 하고 결정하였다.
내가 채워주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결혼생활이지만, 수행을 오랫동안 놓치기도 했고, 살아보니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히다 보니 수행이고 뭐고, 무너지기 십상이다.
거기다가 주변 사람과 비교가 시작되니 걷잡을 수 없이 남편이 미워지고 남편을 선택한 내가 한심해지고 초라해진다.
덕 보려고 하지 말고 덕을 베풀려고 하자! 어떤 선택을 해도 좋다.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것은 내 목이다 등 좋은 글들을 종이에 적어보고 떠올려 보지만 한 번 걸려 넘어지면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마음속에 돌덩이가 걸린 채로 지내고 있는 요즘, 그래도 매일 108배를 꾸준히 한 보람일까.
갑자기 '아하' 하는 순간이 온다.
주변에 남편한테 대접(?) 받고 사는 사람들 보면, 친정아빠가 친정 엄마한테 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흔히 듣는 얘기가 딸은 친정엄마 팔자(?)를 따라간다고 하지 않는가?
그도 그럴 것이, 아빠가 엄마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고 자란 여자들은 아빠가 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남자가 여자를 대하는 태도의 기본값인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남자가 끌릴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아침준비를 하다가 문득 그 공식이 내 아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편을 대하는 말투, 행동들이 아들에게는 아내가 남편을 대하는 태도로 세팅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들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어딘가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있겠지, 만약 결혼을 한다면 그때 그 부족한 부분을 부부가 서로 채워가며 아끼고 사랑해 주며, 그렇게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니 나부터 내 아들에게 아내가 남편을 대하는 말투에 대한 기본값을 좀 더 높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요즘 들어 너무 실망스럽고 미운 남편이지만 아들을 생각하니 내가 못할 것이 무엇인가 싶다.
한 때 감사일기를 쓰면 하면 미워하던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하여, 그대로 해보기도 했는데, 그것도 반짠이다. 큰 돌에 걸려 넘어지니 전혀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지가 않는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못할 것이 없다더니, 아들을 생각하니 남편을 온전히 품어주고 사랑해 주는 것까지는 아직 그릇이 작아 되기 힘들겠지만, 친절하게 말하는 것은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긴다.
내가 친절하게 말한다고, 당장 남편도 나에 대한 말투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나는 마음을 닦는 공부 중이고, 남편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니 이해하는 마음을 내자하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