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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명 Oct 11. 2020

고독에 대하여

그리고 만두에 대하여

"인류인류가 아닌 존재의 눈에 반사된 자신의 반영을 보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만나지 못한다."
"One does not meet oneself until one catches the reflection from an eye other than human.                                                                                                                                          - Loren Eiseley


    만두라는 놈의 몹쓸 행동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얘는 전자레인지 앞에 서서 기다리면 백이면 백 겉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베어 물면 속은 차가운 상태가 된다. 나 몰래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6분을 돌려놓고, 설거지를 했다.


    자그마한 불을 하나 켜 두고 식탁에서 만두를 먹는다. 김치만두인데, 내가 원하는 맛은 아니다. 왜 시판되는 김치만두는 대개 밍밍한 샐러드 같은 김치만 넣을까. 짭조름하고 신 맛이 나는 그런 김치를 넣으면 안 되는 것일까. 스리라차 소스가 있어 찍어먹으니 나름 어울린다. 스리라차에는 신맛과 함께 약간의 짠맛 그리고 고추 향이 짙게 배어있다.


    유리창에는 만두를 먹는 나만 비친다. 혼자라는 느낌이 새롭다. 나는 하나가 아닌 분열과 충돌이었다. 이제는 내가 느끼는 것이 곧 나이다. 적어도 일과 만두를 먹어치우는 지금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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