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오늘날 인디음악계는 싱어송라이터의 시대라 불릴만하다. 하루에도 수많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새롭게 등장하며 음원사이트,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제 싱어송라이터는 과거처럼 단순한 형태의 악기 구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다. 컴퓨터 기술의 발달은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더 나아가 다양한 사운드와 효과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가져왔고 많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이러한 문명의 혜택을 자신의 음악 속에 한껏 녹여내고 있다. 또한 직접 작곡, 작사, 노래 때론 연주까지 소화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의 모습은 단순히 음악만 듣기보다는 동영상을 통하여 음악을 접하고자 하는 현재 대중들의 니즈에 적절히 부합한다 할 수 있겠다.
모든 예술 관련 직업군의 역사가 그러하듯, 싱어송라이터 역시 따져보면 그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음악인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짧게는 60년대 모던 포크 열풍으로부터, 조금 더 올라가자면 중세시대의 음유시인까지, 그리고 어쩌면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모든 직업과 마찬가지로 음악가 역시 작곡가, 연주가, 편곡가, 작사가와 같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으로 직업의 세분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물론 그 이전에도 어느 정도의 각자의 전문분야는 존재하였지만, 르네상스 시대부터 서서히 세분화되기 시작한 음악 직업군의 변화는 18세기를 거쳐 19세기로 들어오면서, 당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성장을 이루어 낸 중산층 계급이 음악 예술의 수요자로서 새롭게 합류한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 일반적으로 작곡가는 어떠한 면에서는 동시에 훌륭한 연주 가였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토니오 비발디는 작곡 실력만큼이나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겸비하였으며,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뛰어난 작곡가이자 뛰어난 오르가니스트로서, 그리고 모차르트 역시 일찌감치 어린 시절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의 손에 이끌려 유럽 전역을 돌며 작곡가 이전에 신동 연주가로 그 이름을 떨치지 않았는가.
시대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중세 시대에 까지 올라가 보면 음악가는 직접 멜로디를 만들고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가사 역시 직접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음유시인이 그 대표적 예이다. 중세시대까지 문학가와 음악가는 어떤 면에서는 하나의 직업군이었으며 그런 까닭에 중세 문학에 있어 당시 음유시인의 역할은 오늘날까지도 중요하게 연구되고 있다. 그것이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며 전문 문학인과 전문 음악인으로 분류되게 되고 점점 더 시간이 흐르며 더욱 세분화되고 각각의 특정 전문 분야들을 갖춘 음악인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이렇듯, 오늘날 싱어송라이터는 과거 음유시인의 발전된 모습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멜로디에 실어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형태의 예술은 아마도 회화와 더불어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제일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예술 형태라 볼 수도 있다.
대중음악계에서 싱어송라이터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밥 딜런이나 사이먼 앤 가펑클과 같은 60년대의 모던 포크 아티스트들의 본격적인 등장과 함께 그들의 아름다운 멜로디에 실린 현학적 가사가 당시 많은 대중들로부터 사랑받게 되면서부터 일 것이다. 특히나 복잡한 편곡이나 다양한 악기의 사용을 배제하고 누구나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어쿠스틱 기타 한 대만 있으면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마음껏 노래할 수 있는 형태의 장르였던 모던 포크는 당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포크 열풍과 함께 수많은 젊은 싱어송라이터들의 등장을 이끌었다.
일반적으로 노래를 완성하기까지 작곡가와 가수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곡을 쓴 작곡가의 의도를 다른 가수가 정확히 캐치하여 노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쓴 곡을 자신이 직접 노래 부를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가창력이 조금 떨어진다 하더라도 곡을 만들 때의 의도와 감정을 오롯이 노래를 통해 전달할 수 있으리라.
싱어송라이터의 매력은 무엇보다 이런 진정성이 담긴 전달력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