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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지담 Jul 21. 2017

글렌 굴드의 베토벤 피아노 소품

Glenn Gould - Beethoven Bagatelles

화려한 연주와 쏟아지는 음표들로 마음을 흔들어 놓는 피아노 곡도 좋지만 때론 단순 담백 깔끔한 피아노 소품이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듣는 앨범들 중 하나가 글렌 굴드 Glenn Gould가 연주한 베토벤 L. V. Beethoven의 바가텔 음반 Glenn Gould - Beethoven Bagatelles Op.33 & Op.126.


적당히 경쾌하고 적당히 밝다.


물론 하이든 J. Haydn이나 모차르트 W. A. Mozart의 소품들도 좋겠지만 이상하게 베토벤의 바가텔에 한번 더 귀 기울이게 된다.


바가텔 bagatelle은 비교적 연주가 쉬운 짧은 피아노 소품을 지칭한다.

19세기, 중산층을 중심으로 피아노의 보급이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전문 연주자가 아니어도 가정에서 쉽게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소품들의 악보가 인기를 끌게 되었고 이런 이유로 당시 작곡가들은 다양한 소품들을 선보였다. 또 이와 함께 유명한 곡이나 대곡을 쉽고 간단히 편곡한 악보의 출판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음반에 실린 곡들은 약 2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있다. 첫 7개의 바가텔 Op.33은 그의 1기 끄트머리에 해당하는 1801-1802년에 작곡되어 1803년에 출판되었다. 서른 초반의 열정과 꿈에 넘치는, 그리고 자존심 강한 젊은 베토벤. 하지만 이미 그의 청각은 상실되기 시작하였고, 이때의 괴로움과 고통으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작성한 것이 1802년, 그의 나이 32세되던 해였다. 그리고 한참 뒤 작곡된 나머지 6개의 바가텔 Op.126은 그가 사망하기 3년 전, 교향곡 9번이 초연된 1824년에 작곡되어 1825년에 출판되었다. 단순히 시기상으로 보면 모두 낭만시대의 작품으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전자는 고전 classic, 후자는 낭만 romantic 스타일에 해당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음반은 굴드 자신이 콘서트 뮤지션으로서 은퇴를 선언하고 10년이 흐른 1974년,  토론토에서 녹음되어 이듬해인 1975년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글렌 굴드의 음반으로 특정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되고 익숙해져 버리면 연주의 좋고 나쁨을 떠나 다른 연주자들의 음반에는 이상하게 손이 가질 않는다. 그만큼 개성이 강한 탓일 것이다. 곡의 주어진 템포를 가볍게 무시하면서 시작되는 그의 연주는 작곡가의 의도가 담긴 아티큘레이션이나 셈여림 등과 같은 여러 요소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들려주고 있다. 이 베토벤 바가텔 음반도 마찬가지이다. 가벼운 소품 모음집이지만 그런 그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 물론 베토벤의 음악과 함께 굴드 특유의 흥얼거림도 들을 수 있다.


7 Bagatelles, Op. 33: No. 1 in E-Flat Major - Andante grazioso, quasi allegr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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