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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 Nov 07. 2019

앤디 몰린스키 <누구를 만나도 당당한 사람의 비밀>

독서노트


심리학 책을 찾아보다가 앤디 몰린스키의 <누구를 만나도 당당한 사람의 비밀 / 원제 : Reach>을 발견했다. 내성적인 사람들이 겪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도록 돕는 책으로 소개되었지만, 어쩌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두려움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이 아닐까 싶었다.



Comfort zone에 대한 이야기다.



"심리학에 '안전지대 comfort zone라는 말이 있다.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영역으로, 그 안에 머무는 한 일체의 부담감 없이 느긋한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고, 도전의 버거움이나 실패의 두려움이 전혀 없다. 그러니 살면서 자기만의 안락한 영역 밖으로 나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곳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익숙한 영역이어서 그저 습관으로만 행동하면 된다. 반대로 말하면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는 것은 두려움, 걱정, 긴장, 불안이 엄습하는 미지의 암흑세계와 맞닥뜨리는 일이 된다.

...

문제는, 인생의 마법은 우리 모두가 부담스러워하는 영역 너머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우리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 이상으로 삶의 지평을 넓혀가며 성장하고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곳, 부담의 벽 너머는 바로 그런 세계다. 



앤디 몰린스키는 프롤로그에서 인간의 일반적인 심리 상태, 즉 안전을 추구하고 도전을 회피하는 개념인 '안전지대'를 소개하고, '내성적인 사람이 겪는 다섯 가지 어려움'이라는 테마로 그 원인을 분석한다.




1. 정체성에 관한 어려움 " 그것은 나답지 않은 모습이야."


세상은 빠르게 변하며, 우리 모두에게 변화를 따라잡으라고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특정한 행동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데, 그런 행동이 종종 스스로를 '나답지 않다'라고 느끼게 만든다. 그 결과 우리는 효과적인 업무 처리에 꼭 필요하지만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억지로 해야 하고, 바로 이런 때 스스로를 낯설게 여기거나 심지어 자신을 위선자나 가짜라고 여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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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밋은 자신이 뼛속까지 교수 타입이자 이론가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자스밋의 자아였고 절대로 바꾸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다. 바로 이것이 정체성에 관한 어려움의 핵심으로, 자스밋이 성공을 위해 갖춰야 하는 태도와 그의 자아가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2. 호감도에 관한 어려움 " 사람들이 이러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자신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행동을 해야 할 때, 그리고 당신의 그런 모습을 남들이 좋아해 줄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을 때, 반드시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호감도에 관한 어려움이다.



3. 경쟁력에 관한 어려움 "내가 이 일에 소질이 없다는 걸 사람들도 다 알 거예요"


스스로 무능하다고 느낄 경우엔 부담의 벽을 넘는 일이 더 힘들다. 자신의 무능이 다른 이들의 눈에 훤히 보일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요컨대 정체가 탄로 나는 게 죽기보다 싫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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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버겁고 부담스러운 상황을 어떻게든 회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하려고 든다. 이것은 심리학에서는 '가면 증후군 Imposter Syndrom'이라고 부른다. 가면 증후군이란 자신이 거둔 성공이나 업적이 피나는 노력이나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행운이나 우연 때문이라고 여겨서 자신의 원래 모습이 드러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심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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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기업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CEO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역시 우리가 지금까지 다뤄온 자신의 무능력이었다. 자산 가치가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에서 수십만 명의 고객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형편없는 무능력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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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세상 누구라도 부담의 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을 때는 경쟁력에 관한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만약 당신도 그런 감정에 휘둘린다면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4. 분노에 관한 어려움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하는 거야?"


새로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행동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죄책감이나 분노를 느낄 수 있다. 



5. 도덕성에 관한 어려움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하는 거야?"


부담의 벽을 넘어서는 어려움에는 도덕의식의 격차 역시 큰 몫을 한다. 어떤 행동이 도덕적으로 합당한지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이 앞서면서 심적으로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정체성에 관한 어려움>은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한 부분이다. 본인이 규정한 '나'와 사회가 요구하는 '나'가 다를 때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은 나와 사회의 요구의 불일치가 아니라 강력한 자기규정 때문이다.


만약 자신을 전시 혹은 과시하는 것을 질색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일에 부담을 느낄 것이며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위치를 기피할 것이다. 주로 섬세하고 내면적인 사람들이 그러한데, 이들은 오히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이들을 겸손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특정한 성향을 향한 혐오는 자신의 성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결국은 '나는 저들과 다르기 때문에 결코 저런 행동은 할 수 없어'라고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내향적/외향적 특질의 장단점을 열거하자는 게 아닌 것 같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 그러니까 자신의 안전지대를 벗어나 자꾸만 한쪽으로 기우는 특질, 장애물이 되어버린 성향과 대면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질문해 볼 수 있다. 내가 규정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고서는 그게 내 모습이라고 손쉽게 규정한 건 아닐까?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 모습은 이상적인 모습일까? 자신의 취약점을 인식하고 개선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는 없을까?


사람들은 위와 같은 다섯 가지의 원인으로 회피전략을 편다. 최선을 다해 그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업무는 어느 정도 적당히만, 너무 잘하지는 않도록 신경 쓰거나 미룰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미룬다. 때로는 남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럴수록 회피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한다.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을 회피할수록 스트레스 지수는 점점 더 높아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회피의 역설이다. 이 악순환은 앞에 있는 그림 왼쪽의 상자에서 시작된다. 부담스러운 상황이나 두려운 당신은 도전을 회피하기 위해 앞서 제시한 전략 중 하나를 시도한다. 이때 회피 전략이 특히 마음에 드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즉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상황들을 추가로 마주하게 되는데, 이제 그 일들은 당신에게 거의 금기에 가까운 수준이 되므로 당신의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즉, 그 일은 더 이상 당신에게 스트레스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회피의 대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한 걸음 내디뎌 도전에 나서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따라서 성공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은 점점 더 회피에 몰두하게 되고, 그 결과 악순환이 무한 반복된다. 



저자는 자기만의 안전지대를 벗어날 때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말한다. 발달심리학의 대가인 러시아 레프 비고츠키 박사는 이런 식의 도움을 발판 scaffolding이라고 불렀다. scaffolding라는 말은 원래 고층건물 같이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지지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저자는 아래의 세 가지의 지지대로 이런 부담을 넘어서라고 제시한다.




1) 자기 확신

당신이 하려는 일과 그 목적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는다. (가장 강력한 목적은 '대의-인간으로서 꼭 지키고 행해야 할 큰 도리'이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세우는 것이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나 자신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이며, 세상이 내가 어떤 일을 하기를 바라는지 아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키에르케고르


2) 맞춤화

수행하려는 일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당신에게 딱 맞는 방법을 찾는다. 자신의 행동을 자기 성향에 맞게 이리저리 다듬어 현재의 조건과 환경에 맞추는 것이다. 맞춤화 전략의 또 다른 사례는 배우들의 연기다. 작가가 쓴 대본이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배우가 그 역할을 자신에게 맞춰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석의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이는 배우가 배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다듬을 수 있게 허용된다는 뜻이다. 대사나 몸짓을 조금 바꾸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상에 변화를 주거나 소품을 추가할 수도 있다. 인생에서 맡은 배역을 내게 맞게 바꿀 때도 이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특히 부담을 뛰어넘어 성장과 발전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층 더 '나다운' 경쟁력과 자신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

맞춤화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은 상황을 내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저히 못 해낼 것 같은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나 나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바꾸고 조종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금세 자신감이 생긴다. 


- 언어습관 바꾸기

- 보디랭귀지를 활용하기

- 타이밍에 신경 쓰기

- 소품을 활용하기

- 상황에 맞추기


3) 자아 인식


당면한 도전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본인이 흔히 사용하는 회피 전략을 정확하게 인식한다. 

...

당신이 지난주 내내 상사와 면담하는 걸 회피했다면 그건 당신이 스스로에게 되뇐 말처럼 정말로 너무 바빠서 그렇게 된 일일까, 아니면 상사가 당신에게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의 리더 역할을 맡길까 봐 두려워서 한 행동일까?... 자신의 단점이나 부족한 부분을 곧이곧대로 인정하는 것이 안전지대를 벗어나기 위해 꼭 필요한 발판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한 걸음 물러서기 (나를 괴롭히는 것들에서 한 걸음 물러서면 새로운 관점이 생기고, 그때부터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 자기 자신을 3인칭 주어로 부르기

- 자아 성찰을 위해 글쓰기

- 타인의 눈을 통해 바라보기

- 자신을 위한 맞춤 레시피 정하기



이 외에도 저자는 '안전지대'를 넘어서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꼭 필요한 행동 습관은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개인의 상태와 상황에 따라 안전지대에 머무는 게 최선의 판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책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경우, 자신이 이 행동을 왜 하는지 확신이 생기고 점차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부담의 벽'을 뛰어넘으려면 시간과 노력, 끈기와 새로운 행동 습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요구되지만 말이다.


머물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게 나야'라고 자신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순간 변화는 먼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도전의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상관없이 자신의 틀을 넘어설 것. 정체하지 않고 새로운 활력을 얻어 계속 살아있음을 느낄 것. 삶을 추구해야만 하는 (개인의) 목적을 찾지 못하면 끝없는 권태의 덫에 걸리게 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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