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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 May 01. 2017

바야흐로 물회의 계절

5월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토요일. (아직 때는 4월 말이다.) 60만명이 조금 넘는 인구를 데리고 있는 제주에 50만명이 찾아온단다. 오랜만의 북적임이 반가운지 날씨는 벌써 초여름에 성큼 다가섰다.

서울에서 출장차 내려온 고등학교 친구 S군과 함께 서귀포 미니투어를 시작하는 날이다. 늦은 아침을 전복죽으로 먹어서인지 천제연의 3개 폭포를 모두 돌아봐서인지 3시 밖에 안된 시간에 슬슬 배가 고프다. 친구의 비행시간 때문에 이른 저녁을 먹어야 했으니 핑계김에 메뉴를 정해볼까?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이라 평양냉면이 간절하지만 제주에는 평양냉면은 물론 그냥 냉면집도 찾아보기 힘들다. (면을 사랑하는 제주인데 이유가 뭘까?) 평냉을 포기하고 여름메뉴를 떠올리니! 모든 세포들이 한마음으로 물회를 외친다!!

얼음이 동동 떠있고,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이 넉넉히 들어있는 물회!! 강원도의 초장 베이스와 달리 된장을 베이스로 하는 제주의 물회는 구수한 맛까지 더해진다.

물망에 오른 것은 공천포식당. 사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막상 가보지는 않는 곳이다. 공천포는 카페숑, 요네주방, 건축학개론의 서연의 집이 저절로 떠오른다. 모래사장은 없지만 낮은 방파제 넘어 가까이 있는 바닷가가 매력적인 조용한 동네. 한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하루종일 앉아있을 수 있는 동네다. 이제 그 공천포 이미지에 공천포식당이 더해지려나?

3-4시는 재료 준비를 위해 잠시 쉬어가신다고 한다. 덕분에 공천포 동네를 산책해 본다.

공천포 앞바다


공천포 식당은 물회와 회덮밥 메뉴 두종류만 있다. 물회는 자리, 전복, 소라, 해삼, 한치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메뉴를 조합해서 먹을 수도 있다.  한치가 아직 철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 끝에 전복소라물회를 선택했다! 미리 말씀드리면 오이를 빼주신다고 메뉴판에 친절하게 적어두셨다.

공천포식당 전복소라물회

드디어 등장한 물회!!

보기만해도 시원하다!!

자, 밥을 한꺼번에 넣으면 물회의 시원함이 날아가 버릴 수 있으니 한번에 한 숟가락씩! 미나리의 향긋함이 입안에 퍼진다. 좋다! 무채의 쌉싸름한 맛이 강한것은 좀 아쉽다.

얼음이 아직 덜 녹아서인지 내 입맛에는 조금 짜다. 그럼 어때! 밥이랑 같이 먹으면 되지!! 달콤한 전복살과 오독오독 씹히는 소라를 입에 넣고 있으니 바다가 내 입안에서 넘실댄다. 넉넉히 들어있는 통깨가 중간중간 고소한 맛을 더해주니 아! 시원하니 좋다 좋아!!


문득 어릴적 여름철에 엄마가 해주시던 오이냉국이 떠올랐다. 단출하게 오이와 미역, 통깨가 조금 뿌려진 냉국이었다. 오이 냉국을 먹으면 한동안 더위가 가셔서 가끔 엄마를 졸라 오이냉국을 먹었었다. 서울 아이의 여름국은 그렇게 기억되는데 바닷가의 여름국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다.


올 여름 제주의 여름국 물회 맛집을 부지런히 찾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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