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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모 Oct 01. 2022

매달 1500만 원 적자 나던 카페의 대변신(3)

이것은 컨설팅인가 금쪽상담소인가. 멘탈케어까지 곁들인 컨설팅

전편 내용 보고 오기

https://brunch.co.kr/@ckm4721/17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이 시리즈를 좋아해 주시네요! 조회수도 10,000회를 돌파했어요. 흥미롭게 읽고 계신다는 댓글들 하나하나가 저에겐 큰 동기부여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제안서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문제 파악은 끝났고 이제는 현 상황에 맞게 솔루션을 제안해야 했는데

그러면서도 사업을 다양하게 접해보지 않은 형이 보기에도 내용 이해가 쏙쏙 잘 되게 만들어야 했다.


우리는 보통 이런 제안서 작업을 할 때 큰 그림부터 그려놓고 세부 내용을 정하는 편이다.

제안서의 흐름을 실제로 어떻게 작성했었는지 공유해본다.




이렇게 제안서의 큰 흐름을 잡아놓고 세부내용을 짜게 되면 기획도 잘 되고 생각 정리도 잘 된다.

부산에 내려가서 이미 어떻게 바꾸자고 이야기는 해두었고 형도 동의를 했던 터라 이런 제안서까지 필요 없었을지 모르지만 아무리 사적으로 친해도 이런 건 FM대로 하고 싶었다. 형에게 '비즈니스는 이런 거야'라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형도 마인드셋을 새롭게 하길 바랐다.


그렇게 총 25장으로 구성된 제안서가 일주일 만에 완성되었고 줌(zoom) 미팅으로 제안서를 공유했다. 브랜드의 key concept은 일광면(日光)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기존의 루체 건물만의 하드웨어 특징과 장점을 고려하여 바다, 빛, 반짝거림에서 도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테이루체를 찾는 고객분들이 '빛이 가장 찬란한 곳에서 꿈같은 휴식'을 즐기고 일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어가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리뉴얼 플랜을 세웠다.


제안서 중 발췌



스테이루체는 총 160평의 큰 공간이었고 특성으로 나누면 4개의 zone(앞마당, 뒷마당, 1층, 2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앞마당은 파릇파릇한 잔디가 깔린 곳이어서 딱 보자마자 캠핑존으로 꾸미면 좋겠다는 감이 확 왔었고 뒷마당은 특이한 구조의 얕은 수조? 수영장? 이 있어서 포토존으로 활용해야겠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그리고 1층은 공간이 탁 트여있고 넓어서 모두 모여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으로, 2층은 벽체가 곳곳에 세워져 프라이빗함이 강조된 공간이라 휴식에 초점을 맞춘 공간으로 계획했다.


계획은 명확하고 간단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예산은 불과 900만 원에 불과했다. 160평 공간을 꾸미고 마케팅까지 해야 되는데 900만 원이라니,,, 심지어 그 예산마저 모두 마련되어 있는 게 아니었고 중간중간 돈을 끌어와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프로젝트 기간이 얼마까지 딜레이 될지 가늠이 안 되고 리뉴얼 플랜마저 완벽하게 구현할 수 없어서 다운그레이드가 불가피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건 우리에게 수지타산이 너무 안 맞았다. 전생에 천생연분이었고 현생에서조차 평생의 은인이 아닌 이상 절대 안 했을 프로젝트였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했던 건 과거의 정 때문도 있었겠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우리는 딱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무언가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팀 전체에 퍼져있었다. 새로운 영역의 사업으로 확장을 하고 싶었고 그러면서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었다. 그리고 이게 우리의 포트폴리오가 되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정말 마법같이 프로젝트 직후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들어왔다.)



예산확보를 위한 눈물겨운 여정


프로젝트를 하기로 한 이상 예산이 부족한 것도 우리가 감수해야 했다. 그래 이것도 이겨내자!!! 내 플랜은 이러했다.

1. 필요 없는 재고는 다 버리거나 팔아서 공간을 확보하고 예산도 확보하자.

2. 카페 할 때 쓰던 가구들은 다 필요가 없으니 당근 마켓으로 팔아서 예산을 확보하자.

3. 업체가 필요한 공사는 되도록  한다. 최대한 가구, 소품을 활용해서 공간이 새롭고 이뻐 보이게 하자.

4. 우리 인건비조차 못 준다고 하니까 우리가 직접 노동을 하되 계약을 다른 형태로 맺고 성장성에 투자하자.

5. 마케팅? 그래 돈 없이 할 수 있는 마케팅도 많다...!


그렇게 시작된 어쩌다 당근마켓! 당근마켓으로 팔고 팔아도 부족한 예산이 쉽게 메꿔지진 않았다. 그땐 정말 가구 배송 착불비 10만 원도 두려웠다.

 

당근마켓 최고. 폐업할 땐 당근마켓.


그리고 한 번 실패를 경험했던 사람의 멘탈은 또 어찌나 약한지. 어쩌다 금쪽상담소의 역할까지 하면서 형의 멘탈이 무너지지 않게 북돋았다.



지나고 나서 회고를 하니까 추억이지만 저 때 당시에는 정말 처절했다. 예산확보, 행정처리, 공간 리뉴얼(이라 쓰고 막노동이라 읽는), 디자인 작업, 홈페이지 작업, 마케팅 작업을 진행하면서 틈틈이 멘탈관리까지 해줘야 한다니. 이런 것도 하다 보면 중독이 된다고 나중에는 결국 상황을 즐기게 되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는데 현장과의 즉각적인 소통이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퀄리티가 구현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다시 수정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커튼을 얼마의 길이로 몇 개를 쳐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부산의 현지 업체에서는 다른 식으로 커튼을 달아놓는 식이었다. 커튼, 창호, 대문 등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고객들의 눈에 너무나도 잘 보이는 부분들이라 치명적이다. 형이 현장관리감독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해서 맡기고 올라왔던 건데 이런 걸 해본 적이 없는 형에게는 조금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자잘한 문제들이 많았는데 워낙 큰 문제들을 헤쳐나가다 보니 작은 문제들은 문제처럼 보이지도 않게 되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렇다. 우리는 이렇게도 성장을 한 것이었다.


우리가 습관처럼 내뱉은 말

'그래도 어떡해. 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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