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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리어드 Nov 27. 2023

책읽기 讀書에 관하여

- 58년 개띠의 공부 도전기 (9)

퇴직 후 공부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용이한 방법이 책을 읽는 것, 독서讀書다. 독서는 공부하는 방법 중 가장 기본되는 방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볼거리, 즐길 거리가 극단적으로 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책 읽는 법을 익히지 못한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직업 중에 독서지도사라는 것이 있다. 독서지도사란 독서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사람이다. 흔히 독서지도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줄 알지만 의외로 성인대상의 독서지도도 한다. 대학원 과정의 학생 중에 독서지도사가 있는데 일반 회사원을 대상으로 독서지도를 한다고 한다. 성인의 독서를 지도한다는 사실에 다소 의아해 물어보니 회사원을 대상으로 책과 친해지는 방법, 효과적으로 독서를 하는 방법, 책을 선정하는 방법, 독후감을 쓰는 방법 등을 지도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학생은 대학진학을 위한 논술을 위해 독서를 하다가 대학을 진학하면서 책 읽기를 소홀히 한다. 그리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 거의 독서와 담을 쌓는다. 2021년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4.5편으로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오늘날 문맹율이 낮은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평범한 일이지만 불과 한 세기 전만하더라도 독서는 지식인층에만 해당하는 일이었으며 문자를 해독한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었다.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다음의 능력도 필요하다.     




첫째, 집중력이 필요하다.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동안에는 세상과 담을 쌓을 정도로 집중해야 한다. 집중력 없이는 독서가 만만치 않다. 요즘 우리의 ‘책읽기’를 방해하는 것은 너무나 많지만 그중에서도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것은 단연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 잠시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떼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차분히 앉아 집중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곰곰이 생각해 보라. 주위에 스마트폰이 있을 때 얼마나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가. 나는 주말에 독서를 위해 동네 카페에 갈 때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간다. 처음에는 불안해서 독서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온전히 독서에 집중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동안 내게 엄청난 큰일이 생기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ㅎㅎ     


또한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은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독서를 하는 것이다. 가끔은 집이 아닌 도서관, 카페 등을 이용하는 것도 집중력을 높이는데 좋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정된 장소’에서 벗어나 공부하면 집중력이 높아져 학습효과가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인내력이 필요하다.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책은 인내력이 필요하다. 시중에서 유행하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힐링 도서나 처세술, 자기계발에 관한 책보다 어렵고 책의 페이지도 두껍다. 고전문학의 경우 짤막 짤막하게 단락된 문체의 요즘 소설보다 장문의 문체와 익숙하지 않은 표현, 그리고 두터운 페이지로 되어 있다. <레미제라블>, <카마라조프의 형제들>, <전쟁과 평화>와 같은 고전과 <총.균.쇠>, <공감의 시대>, 최근 주목을 받는 <사피엔스>와 같이 문명사에 관한 책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나의 공부 경험을 이야기해보자. 나이 57세에 박사과정을 들어갔을 때 처음으로 접한 인문학 공부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주로 읽었던 책은 앞뒤가 명쾌한 경영학 서적이었는데 인문학은 모호하기 그지없고 명쾌한 결론도 없다. 처음 프로이트, 융, 푸코, 라깡 등의 서적을 접했을 때의 느낌은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활자’였다. 분명히 한글로 되어 있는데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어 머리를 쥐어뜯다가 책을 몇 번이고 집어던졌다. 일 년을 고생하면서 과연 이 공부를 계속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졌다. 읽은 책 내용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나의 고민을 털어놓자, 인문학 노교수는 ‘모르면 모르는 대로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라’라고 조언을 했다. 그런데 일 년 정도 지나자 그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처음엔 앞이 보이지 않는 자욱한 안개 속을 걸어가는 기분이었는데 일 년이 지나자 문득 문득 햇빛이 비치고 그 사이로 풍경이 언 듯 언 듯 보이는 것 같았다. 전에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갔던 내용이었는데 다른 책을 읽다가 ‘아! 이런 뜻이었구나’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그 때의 희열은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일 년 정도가 지나자 한 계단을 오르듯 점프를 한 것이다. 인내심이 없었다면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다.   

 

 

셋째, 문맥을 이해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내심을 가지고 정신을 집중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책의 문맥을 이해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행간과 행간사이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에 책 읽기를 좋아했던 나도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인문학 서적을 만난 순간 멘붕에 빠졌다. 한글로 된 책을 읽는데도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문맥을 파악할 수 없었다. '난독증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서너 페이지를 붙들고 하루 종일 씨름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 때 ‘책 읽기’가 간단한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맥을 이해할 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읽은 내용을 요약하는 방법도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퇴직 후 공부 방법으로 독서를 권하지만 독서가 간단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예전에 별 생각없이 취미란에 ‘독서(책읽기)’라고 썼던 것에 반성을 한다. 책 읽기는 편안히 할 수 있는 취미가 아니라 세상사에서 벗어나 집중해야하고, 치열하게 두뇌를 움직여 문맥을 파악해야 하고, 우리의 집중력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스마트폰의 유혹을 이겨내야하는 어려운 과정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는 공부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에 좌절하지 말고 관심있는 분야를 천천히 읽어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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