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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아들 Sep 12. 2020

INTP - 엄마가 논리적인 사색가?

MBTI로 알아보는 이은숙 작가

정말 오래간만에 들어온다 이 브런치에. 


마치 일주일에 한 번씩은 글을 올릴 것처럼 써놓았던 마지막 글을 읽으니 머쓱해진다. 

한동안 들어오지도 글을 쓸 생각도 없던 이유는 누군가가 읽기 시작하면 나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을까 하는 걱정 반, 계속 써봐야 누가 읽어 주기나 할까 하는 두려움 반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얼마 전 지인이 재미 삼아 보내준 성격유형 검사에서 읽은 단점이 나를 다시 브런치로 오게 했다. 

성격유형 ENFP-T (Extroverted, Intuitive, Feeling, Perceiving)


"직관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사람들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 오해가 생겨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렇다. 혼자 삽질하고 눈치 보다 보니 정작 글을 쓰며 기록을 남기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던 것이다. 

재미 삼아 진행한 성격검사가 행동에 변화를 주었다는 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가를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인가 보다. 


일단 테스트의 일러스트가 재미있고 쉽게 표현되어 있어 링크를 적는다. 

대학 진학 시 동요되지 않았던 검사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재미있다. 


MBTI 테스트 > 16 personalities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엄마는 어느 성격의 소유자로 나타날까?


아무래도 '호기심 많은 예술가'로 분류되는 ISFP가 나오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링크를 보냈다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ISFP를 들여다봤더니 "모험가형 사람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역시 모든 테스트 결과가 그렇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된다. 

저 문장을 보는 순간 그래 엄마는 그대로 내버려 두자 라며 스스로 다짐했으니 말이다. 


30분쯤 지났을까. 메시지가 왔다. 그런데 전혀 다른 유형이 아닌가. 

논리적으로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는 사색가의 모습


논리적인 사색가의 별명이 있는 

INTP (Introverted, Intuitive, Thinking, Perceiving)


한 줄로 설명하면 문제 해결에 있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이라는 건데..

MBTI 유형 구분


납득할 수 없던 부분이 많다. 


"이들(INTP)은 사건이나 사물의 어떠한 일련의 연속성에 관심이 많으며, 사람들의 언행에 불일치되는 부분을 집어내 트집 잡는 것을 즐긴다"라는 부분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이은숙 작가가 얼마나 언행이 불일치하는지 예기하면 끝이 없다. 

하루에 1편씩 일기를 쓸 것이라던 작가는 작심삼일을 곧바로 실행한 사람이다. 재료 개발을 하겠다고 을지로와 동대문 시장을 나가서는 오장동 함흥냉면만 2그릇 먹고 돌아온 사람이다. 해외 전화는 Skype으로 하겠다 하고는 로밍비만 $120불 나온 사람이다. 

저 문장에서 유일하게 동의하는 것은 "트집 잡는 것을 즐기는 것"이라고 할까. 

지금 당장 시작하라 책을 읽으며 잠을 잔다



내용을 좀 읽어 보니 테스트가 맞는 부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에게서 업무 진행 상황에 따른 보고서 따위를 제출받기를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습니다" 라던가

다음 프로젝트 설명서


"이 성격 유형의 사람은 실질적인 하루하루 업무나 유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등..

촬영 전에 잡초를 뽑아야 한다


내가 엄마랑 일하면서 스트레스받는 포인트가 너무 당연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그리고 곧 이 작가의 성향이 잘 들어맞는 걸 알게 되었다. 

엄마가 왜 친구가 없는지 "다른 이의 감정 섞인 불평이나 불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친구들은 어떠한 정서적인 위로나 위안을 받지 못합니다. 사회적 만남이나 활동에도 독창성과 효율적인 결과를 좇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적 만남에 독창적인 의상 입고 등장



"아침에 눈을 뜰 때조차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아이디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합니다. 머릿속에서 끊임없는 벌어지는 논쟁과 생각으로 수심에 가득 차 보이거나 혼자 동떨어져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궁지에 몰려 의자 바닥 보기 


"하지만 일단 이들의 천재성과 잠재력이 활개 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이들은 통찰력 있고 편향되지 않은 해결책을 찾는 데
그들이 가진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을 것입니다."

이렇게 재미로 시작한 테스트를 통해 그동안의 엄마의 삶을 돌아보니 또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앞으로 이 작가가 천재성과 잠재력이 활개 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이어서 이은숙 작가가 처음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을 때 썼던 글의 일부를 옮긴다




이은숙 작가의 

나의 첫 학생을 만나며 中


나의 사고방식이 학생들한테 잘 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우려로 학부가 아닌 대학원 수업 인 ‘특수직물 디자인’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강의 계획서를 써서 인터넷으로 올려야 했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 샘플이라도  봤으면 하면서,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좋은 아이디어가 없었다. 솔직히 학교를 졸업한 이후  학교 근처라고는 얼씬 거린 적도 없어 유학을 다녀와 학교에 나가는 친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다른 교수는 어떻게 가르치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러다 내가 왜 다른 사람들의 방식을 따르려고 하고 있나 하며 작업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남과 상관없이 하는데 가르치는 것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멋대로 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동안 골머리를 앓으며 내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써서 인터넷에 올리기 전에  조교한테 먼저 보내면서  혹시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으니 다른 사람이 쓴 강의계획서를 좀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얼마 후 조교로부터 “선생님, 너무 열정적이라 좋아요.”하며  다른 것들을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줬다. 하지만 괜히 내가 스스로 기존 방식에 물들을 것 같아 아직까지도 안 열어보고 있다.


몇 명이나 내 수업을 들을까?  보통 대학원 수업은 다섯 명이라 했다.

세 명이 안되면 폐강이라고 하는데 혹시 세 명이 안돼서 폐강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다섯 명이 등록을  했다고 알려줘 안심이 되었다.  흥분되는 첫 수업 나의 학생을 만나는 첫날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며 칠 전부터 고심을 하다가  빨간색으로 통일을 하면서 빨간색이 들어간 내 작품으로 브로우치를 만들어 옷에 달았다. 마치 첫 선이라도 보러 가는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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